선물이야!

호감 형성

by 책라윤

아들의 9살 어린이날을 앞두고 선물 고민에 들어갔다.

늘 어린이날 선물은 아빠가 잘 챙겨 왔다. 가끔 아들이 너무 가지고 싶어 하는데 아빠가 안 사주는 것이 있으면 내가 하나 더 사주기도 했다.


사진 출처 : pixabay


어린이날 선물로 책을 사주자!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 덕분에 독서의 세계에 발을 디딘 아들이었다. 좋아할 만한 책을 사서 아들의 독서를 이어 줄 필요가 있었다. 나만큼 책 선물을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엄마가 주는 어린이날 선물은 플러스 원의 개념이니 책도 괜찮겠다 싶었다. 대신 '정말 정말 기뻐할 만한 책으로 골라주겠어!'라고 각오를 다졌다.




아들이 가장 좋아할 책은 아무리 생각해도 곤충 책이다.

교보문고 앱에 들어가서 '곤충', '사마귀',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나의 시선을 한눈에 끄는 책 표지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사마귀 생태 도감>.


사진 출처 : 교보 문고

아들은 사마귀를 좋아한다. 그리고 아들은 곤충 피규어를 고를 때 '눈'을 굉장히 중요시한다.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 동글동글 잘 생긴 눈이어야 한다. <사마귀 생태 도감>을 보는 순간 생각했다. '아들이 정말 좋아할 사마귀 눈이다!'


미리 보기를 해보니 도감답게 다양한 종류의 사마귀들에 대한 특징이 잘 정리되어 있고 쉽게 볼 수 없는 사진들도 많았다. 곤충을 좋아하는 아들은 곤충 지식에 대한 욕구도 크기 때문에 여러모로 도감이 딱이었다.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은 책이었지만 글 밥 많은 책을 읽느라 수고했을 아들의 뇌를 조금 쉬게 해 줄 겸, 책에 대한 호감을 강화할 겸 해서 <사마귀 생태 도감>을 주문했다.


며칠 후 <사마귀 생태 도감>이 도착했다. 이게 뭐라고 혼자 두근두근 하며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의 어린이날 선물이야!" 생각해 보니 포장도 안 하고 줘버렸다. 아들의 반응이 보고 싶어 마음만 급했다.

아들은 책 표지를 보고 "우와!"를 연발하며 책을 들춰 봤다. 여러 가지 사마귀들을 마주하는 아들의 눈에서 호기심이 반짝반짝 빛을 냈다.


내가 받았던 어린이날 선물 중에 제일 좋아!


해피엔딩이다. 좋다고만 해도 만족스러웠을 텐데 지금까지 받았던 어린이날 선물 중에 가장 좋다니... 기대 못했던 최상급 표현에 어안이 벙벙했다. 역시나 책 표지 속 사마귀의 왕방울 만한 눈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기뻤다. 아들을 따라 사마귀를 사랑할 지경이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사마귀 사진에 감탄하며 아들은 <사마귀 생태 도감>에 푹 빠져들었다. 아들의 감탄사가 들릴 때마다 내 입꼬리는 올라갔고 마음은 몽글몽글해졌다. 늘 그랬듯이 새롭게 습득되는 사마귀 지식이 있을 때마다 브리핑해 주는 아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상냥한 목소리로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들은 이제 그만 자자며 독서를 중단시키는 나에게 말했다.


아... 이 책 너무 좋다!


사진 출처 : pixabay

화려한 피날레. 폭풍 감동을 선사한 아들의 명대사를 듣고 "엄마, 최고야?"라는 유치 찬란한 멘트를 뱉었던 나. 아들을 재우려고 누워서 나는 오랜만에 스스로를 기특해하며 칭찬해 주었다.


'책에 대한 호감 쌓기' 전략이 성공했다.




아이들을 키울 생각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키우면서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을 그저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라는 거다. 그러다 보면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행복하게 되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런 점에서 육아처럼 즐거운 일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믿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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