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르실 때는 공부시키겠다는 생각을 내려놓으시고 아이가 어떤 책을 재미있어할까만 생각하세요.
<공부머리 독서법> 中
9살 아들은 곤충을 좋아한다.
말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아! 이!"라고 외치며 나비를 따라다녔다. '조금 좋아하다 말겠지...' 생각했었는데 9살인 지금까지도 곤충 마니아다. 설상가상으로 곤충에 대한 관심은 생물 전체로 번져 나갔다. 집에는 번식력이 매우 우수한 넓적사슴벌레와 왕 사슴벌레 대가족, 운이 없는 사마귀 한 마리, 오렌지빛 가재, 네온테트라와 구피들이 살고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졌다.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은 축구, 수영, 태권도. 아빠에게 자전거를 배운 이후 매일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고 아빠랑 몇 번 쳐 본 배드민턴도 좋아한다. 배드민턴도 제대로 배우고 싶다고 조르고 있는 중이다. 아빠가 쉬었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하자 자기도 테니스를 배우고 싶단다. 끝이 없는 운동 욕심. 태권도를 그만하고 다른 운동을 배울까 물었지만 거절했다. 태권도 품새와 발차기에도 세상 그렇게 진심이다.
교보문고 앱에서 생물 쪽을 검색했다. 아직 아들에게는 생물이 1순위이기 때문이다.
사실 웬만한 생물 책은 거의 다 집에 있다. 서점에 갈 때마다 책을 고르라고 하면 생물 책을 골랐기 때문이다. 만화책을 빼고 나면 그나마도 고를만한 생물 책이 많지 않은데 이미 산 것들이 대부분이라 난감했다. 어른 책을 살 수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차 '곤충',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사마귀', '생물', '해양생물' 등 주요 키워드를 검색했다.
그러다 제대로 느낌 오는 책을 발견했으니,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이다.
미리 보기로 살펴보니 아들 기준에서 글이 조금 많은 페이지도 있었지만 사진도 많아서 아들이 읽을만하겠다 싶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해부 사진'이라 9살 생물인이 반응을 보일 것 같았다. 무엇보다 '수상한 생물 미션 카드'를 사은품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포켓몬 카드에 푹 빠져 있는 아들에게 딱이겠다 싶었다.
아들을 불러서 책을 보여 줬더니 "우와!!!" 감탄하며 빨리 사달라고 했다. 아들 취향에 맞는 책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아 내가 더 설렜다.
며칠 후 책이 도착했다.
아들은 책을 받아 들자마자 독서를 시작했고, 1시간을 엉덩이도 떼지 않고 책을 읽었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성취감이 기분 좋게 휘몰아쳤다. 옆에서 같이 책을 읽고 있던 나는 내 책에 집중을 하지 못하고 1시간 내내 아들을 힐끔 거렸다.
중간중간 아들은 "엄마, 이것 봐! 진짜 신기하지!"를 외쳤고 아들의 재미가 날아갈세라 나는 열심히, 빠르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생물 그림에 색칠을 해도 되냐고 묻길래 "그럼! 네 책이니까 네 마음대로 해도 돼!"라고 흔쾌히 색연필 사용을 허락했다.
예상외로 '수상한 생물 미션 카드'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아들은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 1권을 며칠 되지 않아 완독 했다. 그리고는 2권도 있다는 다분히 의도적인 정보를 흘리자마자 덥석 물었고 그렇게 아들의 독서가 시작되었다.
아들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책의 두께와 외관을 살폈다. "엄마, 내가 239 페이지를 다 읽었어!"라고 말하며 흥분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내가 더 놀랐다. 아이의 흥미가 중요하고 그에 맞는 책을 찾아서 보여 줘야 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했고 그래서 계속 아들이 원하는 생물 책을 사줬었다. 하지만 늘 그림만 보고 말거나 얼마 안 읽고 덮어버렸던 아들이었다.
끈기를 가지고 큐레이션 해주다 보면 이런 날도 오는구나! 말로 설명할 수 없이 기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