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ge 2

트레이닝

by 책라윤


책 고르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책 고르는 능력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숙련된 독서가가 되려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능력입니다 이 능력을 갖춘 아이는 부모님이 관심을 끊어도 계속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내 책을 내려놓게 됩니다.
책 고르는 능력을 기르는 데는 왕도가 없습니다. 책 구경을 많이 하고 자주 골라보는 게 유일한 방법입니다. 부모님께서 해주실 일은 딱 두 가지입니다. 아이와 함께 자주 도서관에 갈 것,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
<공부머리 독서법 中>




<아마존 탐사기>를 흥미진진하게 완독 했던 아들은 책 표지에 소개되어 있는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를 가리키며 사달라고 했다. 늘 그렇듯이 교보문고 앱에서 미리 보기를 해본 나. <아마존 탐사기>처럼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또한 적절히 사진이 함께 있는 책이었지만 내용이 조금 더 어려워 보였다.


"땅속 깊은 곳의 뜨거운 마그마가 해저지각을 뚫고 나온다."
"14세기 대항해 시대 때 대형 범선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아시아에서 확보한 물품을 실어 나르는 동력을 제공한 것이 무역풍이다."
"또 하나 중요한 해류가 크롬웰 해류이다. 적도잠류라고도 불리는 이 심해해류는 적도를 가로질러 서에서 남아메리카 쪽으로 흐르는데, 갈라파고스는 딱 그 진행을 가로막는 위치에 놓여 있다."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 中


아들에게 보여주며 어렵지 않겠냐 물었지만 깊게 고민하지 않고 그저 사달라고만 했다.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를 주문했다. 어찌 됐든 아들이 처음 고른 책이니까!


<다윈의 섬 갈라파고스>는 70페이지까지 읽었다.

예상대로 아들은 다 읽지 못했다. 충동적인 책 쇼핑의 결과를 몸소 경험했다. 책을 읽다가 너무 어려우면 멈춰도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배웠다. 아들과 함께 책 고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 출처 : pixabay




서점 나들이를 갔다.

어릴 적부터 서점이나 북 카페, 도서관은 자주 다녔는데 오히려 아들이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는 시간을 내지 못했다. 책 고르는 연습을 하려면 다시 도서관이나 서점에 자주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서점을 둘러보며 하나씩 설명을 해줬다.

BEST SELLER

"요즘 사람들이 많이 읽는 책들이 진열되어 있는 곳이야."

눈썰미 좋은 아들은 엄마가 읽었던 책을 하나하나 발견하며 반가워했다. 책을 들어 보이며 "엄마, 이거 맞지?" 묻기도 하고 마치 본인이 읽은 책인 양 쓰담쓰담해주기도 했다.

도서 검색대

"찾고 싶은 책이 정해져 있거나 관심 있는 것이랑 관련된 책이 있는지 검색해보고 싶을 때 이용하는 곳이야. 책이 지금 이 서점에 있는지 없는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어."

요즘 키보드를 약간 두드릴 줄 알게 돼서 그런지 갑자기 게임처럼 책 검색만 계속하고 있는 아들이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곳이야." 아들을 말렸다.


과학 베스트 / 신간

이번에는 아들이 주로 책을 고르게 될 '과학' 섹션으로 데려갔다. "알파벳마다 진열되어 있는 책 종류가 달라. 과학은 저기야! K!"

역시나 과학 섹션에서도 본인이 읽었던 책들을 어루만져 준 후에 아들은 새로운 책들을 한동안 신중하게 들춰봤다. 목차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추측하고 중요한 부분은 페이지를 찾아 한두 장 살펴보도록 가르쳐줬다.

좀처럼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지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은 왜 3권이 없는 거냐고 속상해했다. 생물 책 중에 사진이 많고 글씨가 너무 작지 않고 어휘가 쉬운 편인 것을 찾으려고 하니 내가 찾기에도 정말 쉽지 않았다.

아직 아들이 혼자 고르는 것은 무리였기에 내가 1차로 골라준 것 중에 아들이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표지를 보고 목차를 살펴보며 어떤 내용이 있는지 파악하기. 관심있는 페이지를 들춰 한두 페이지 정도만 읽어보기.

그러다 아들의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으니 바로 <바다의 숲>이다. 아카데미상을 받은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자의 기록이 담긴 책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문어 사진이 많았다. 글 밥은 꽤 됐지만 문어와 사람이 함께 교감하는 스토리도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아동 베스트셀러

아들이 원하는 생물 책을 고른 후, 아동 베스트셀러 코너에 데리고 갔다. "어린이들이 많이 보는 책들이 진열된 곳이야."

그중에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지 골라보자고 했다. 생물 쪽이 아니어서 그런지 아들은 건성건성 둘러보았다. 역시나 도움이 필요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생물들이 주인공인 <긴긴밤>과 흥미를 느낄만한 <똥볶이 할멈>, 인기 시리즈물인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을 추천해 주었다. 아들은 예상대로 표지에 코뿔소와 펭귄이 그려져 있는 <긴긴밤>을 선택했다.


'책을 고르는 것'은 '책을 읽는 것'보다 가르치기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이 역시 시간과 경험이 쌓여야 하는 것.


<바다의 숲>은 40페이지까지 읽었다.

서점에 가서 책을 들춰 보며 신경 써서 고른 <바다의 숲>이었지만 이 역시 오래 읽지 못했다.


<긴긴밤>은 완독 했다.

사진 출처 : 교보 문고

<아마존 탐사기>를 읽긴 했으나 아직 <긴긴밤> 정도의 글 밥은 아들에게 부담스러울 것 같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중간중간 아들의 힘듦이 느껴질 때면 옆에 앉아 몇 페이지 정도를 읽어주었다. 궁금한 포인트가 나올 때쯤에 멈춰버리는 센스를 발휘하면서!

<긴긴밤>을 읽고 나는 울었고 아들은 티슈를 뽑아주었다. 아들의 소감을 물으니 펭귄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2편이 나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재미있었어."가 전부였던 다른 책 감상평에 비하면 성의 있는 멘트였다. 아들에게도 울림이 있는 책이었나 보다.




아들이 자전거를 마스터하고 자전거에 푹 빠지면서 우리의 서점 나들이는 더 잦아졌다. 자전거가 타고 싶은 아들은 "엄마 책 좋아하잖아. 서점 가자~"라고 설득력 있게 파고들었고 그렇게 길을 나서면 늘 자전거를 타고 저 멀리 서점을 향해 먼저 사라져 버리곤 했다. 걱정이 되는 나는 매번 뛰듯이 아들을 따라가야 했지만 이유야 어떻든 함께 서점에 갈 수 있어 좋았다.


도서 검색대를 자꾸 본인 pc인 양 쓰려고 하는 것은 제자리걸음이었지만 책을 고르는 것은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한 후 책을 고를 때 부쩍 더 신중하게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다 강력하게 사달라고 어필하는 책이 생겼으니 다름 아닌 '유아 베스트셀러' <오싹 오싹 시리즈>.

집에 <오싹 오싹 크레용>만 있는데 <오싹 오싹 당근>, <오싹 오싹 팬티>도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서점 나들이 갈 때 한두 번씩 들춰보던 책이었는데 사고 싶다고 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 나름 신중하게 고른 책


읽기에 유아 책이 쉽듯이 고르기에도 유아 책이 쉬웠나 보다.

책을 고르는 연습을 하던 아들은 어느새 다시 유아 책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렇다고 이전에 읽었던 책들을 못 읽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조금 더 '완벽한 선택'을 하려다 보니 내용 파악이 확실하게 되는 유아 책을 고르게 됐나 보다고 추측했다.


흥미를 느끼는 책이라면 수준에 상관없이 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책을 좋아할 수 있다. '재미'를 따라가다 보면 유아 책도 만나고 청소년 책도 보게 된다. 유아책은 사주고 청소년 책은 옆에서 도와준다. 그렇게 '보고 싶은 책'을 마음껏 볼 수 있도록 이끌었다.


사진 출처 : 교보 문고

아들은 한동안 <오싹 오싹 시리즈>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다시 유아가 된 듯 흥미진진한 눈망울로 책에 빠져 들었다. 아들이 신중하게 직접 골라서 여러 번을 읽은 첫 책이었다. 먼저 출발한 아들의 '읽기'를 따라 '고르기'도 부지런히 나아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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