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플렉스

투자

by 책라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에게 투자한 모든 것이 결과를 내고 그 결과들이 쌓이고 쌓여 큰 보상을 안겨준다.
유익이 미래까지 지속하는, 장기적인 보상을 주는 행동을 하라. 그것이 미래의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퓨처셀프 中>




쇼핑을 즐기지 못하는 내가 가장 적극적으로 하는 쇼핑은 교보문고 앱에서 하는 책 쇼핑이다.

매달 적어도 4~5권의 책을 사고 있지만 장바구니에는 늘 60~70권이 대기하고 있다. 북 카페나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볼 수도 있지만 99%는 새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내일 당장 보고 싶기 때문에! 새 책을 배송받으면 기분이 좋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 많기 때문에!!! 나에게 허락하는 유일한 플렉스다.


아들의 책은 더욱이 새 책으로 사야 할 중요한 이유가 있다. <수상한 생선의 진짜로 해부하는 과학책>을 색칠하며 봤기 때문이다. 나는 새 책 느낌을 좋아해서 책을 읽다 휴대폰에 메모를 하면서 보고, 읽고 나도 새 책 같아 보이도록 독서를 하지만 아들은 성향에 맞게 자유분방하게 책을 봤으면 싶다.


사진 출처 : pixabay


늘 한 꾸러미씩 책을 배송받았는데 아들의 독서가 시작되면서 그 양은 두 배 아닌 세배쯤이 되었다. 아들 책에는 시리즈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교보문고 상자가 도착하면 아들은 묻는다. "내 책은 몇 권이야?" 어쩌다 내 책만 도착하는 날에는 제법 실망한 얼굴을 하고서 다음에는 자기 것도 시켜달라고 어필한다.


"열심히 읽어! 책은 얼마든지 사줄게!"


아들이 놀라며 묻는다. "얼마든지?"

짠순이까지는 아니지만 늘 돈은 아껴 써야 한다고 잔소리하며 장난감을 고를 때도 1개 이상은 못 고르게 하는 엄마의 입에서 나온 '얼마든지'에 아들은 놀랐다.




여느 때처럼 아들의 '재미'있는 독서를 책임져줄 책을 찾던 나는, 흥미로운 내용에 사은품까지 욕심나는 책을 발견했다. 바로 <드래곤 마스터>.


사진 출처 : 교보 문고

<드래곤 마스터>는 미국 초등 교사들이 읽기 독립용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그래서 아들이 읽던 책에 비해서는 글 밥이 적긴 했다. 하지만 드래곤 마스터로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아이가 읽기에 좋은 것 같았다. '드래곤'이 나오는 만큼 아들이 흥미진진하게 빠져들 수 있는 책인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사은품으로 구성되어 있는 드래곤 스톤 목걸이와 '드래곤'이 새겨진 문진이 눈에 띄었다. '내 눈에도 이렇게 좋아 보이는데 아들 눈에는 더 멋져 보이겠지?' 소품이 마음에 든다면 더욱 신나는 독서가 될 터였다.


아들은 소품에 감탄했다.


빛을 받으면 어두운 곳에서 빛나는 야광 목걸이, 묵직한 드래곤 문진에 아들은 반했다. 신성한 의식인 양 목걸이를 목에 걸고 문진을 조심스레 꺼내 놓은 뒤 아들은 <드래곤 마스터> 공식 가이드북을 완독 했다. 1권부터 5권까지 읽는 내내 드래곤 문진은 책의 이곳저곳을 안정감 있게 눌러 주었고 드래곤 스톤은 밤마다 빛을 발했다.


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책에 몰입했다.

"드래곤이 드래곤 마스터를 선택하는 건데 내가 선택을 못 받으면 어떻게 하지?", "드래곤 마스터가 되면 엄마와 떨어져 성에서 훈련을 해야 하는데 너무 슬플 것 같아. 엄마~ 나 따라와 주면 안 돼?" 아들은 책을 읽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걱정을 읊어댔다. 책마다 마지막에 나와 있는 독후 활동 질문에 대해 글씨체 예쁘게 답을 썼고 자신이 원하는 드래곤 그림도 매우 진지하게 고민한 뒤 그려 넣었다.


하교 한 아들이 물었다. "학교 친구가 그거 다 '가짜'래. 드래곤 마스터 가짜야?"

순간 고민하던 나는 "가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짜고 진짜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진짜겠지!"라는 지금 생각해도 마음에 꼭 드는 대답을 해주었다. 아들은 "나는 진짜라고 믿을 거야!"라고 확신에 찬 다짐을 한 후 독서를 이어 갔다.

'드래곤이 자기를 선택하면 성에 같이 가달라고 했던 게 농담이 아니라 진담이었어!'




'도서 플렉스' 덕분에 아들의 독서는 더 깊어졌고, 나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아들의 순수함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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