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강조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독서가 재미있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독서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본질 육아 中>
'재미'있는 책을 읽히고 싶은 나는 '판타지'를 생각해 냈다.
글 밥이 많은 긴 책은 쉽지 않겠지만 스토리의 힘을 빌려 조금씩 읽어나갈 수 있다면 '읽기 능력'과 '생각하는 힘'이 업그레이드될 거라 생각했다.
사진 출처 : pixabay8살 때는 영화 '해리포터'를 보여줘도 관심이 없었다. 그저 무섭다고 했을 뿐... 9살이 되어 '해리포터'에 한 번 더 도전을 해봤다. 아들은 흠뻑 빠져 들었다.
예전에 책도 읽고 영화도 봤던 것 같은데 기억나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재미있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다.
아들은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보고, 또 봤다. 마법사의 돌을 손에 얻지 못한 볼드모트가 사라지는 모습을 무한 반복해서 봤다. 이때다! 싶어 그다음 편인 <해리포터 비밀의 방> 책을 주문해 주었다. 원작인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다. 일러스트와 화려한 팝업이 있지만 벽돌 책인 '미나리마 에디션'을 살까, 글뿐이지만 1, 2권으로 나뉘어 있는 일반 책을 살까 고민했다. 두께가 덜 부담스러운 <해리포터 비밀의 방> 1, 2권을 샀고 아들은 읽다 말고 자꾸 <마법사의 돌> 영화를 보여 달라고 했다. 그러던 끝에 <비밀의 방>도 영화로 보여 달라고 해서 책 두 권은 그대로 책꽂이에 꽂히고 말았다.
이제는 <마법사의 돌>과 <비밀의 방>을 함께 돌려 보는 아들이다.
"나는 좋은 건 계속 보고 싶어! 그것만 계속 보고 싶어!" 본인 기준에서 '좋은 것'이 충분히 채워져야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어린이. '인터스텔라'를 무한 반복해서 보는 아빠를 닮았다. 좋은 음악은 백 번, 천 번 듣는 엄마랑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공감이 됐다.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 볼수록 '해리포터'는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해리포터'에 푹 빠졌다.
선 책, 후 영화의 경험 쌓기를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해리포터 미나리마 에디션>이 생각났다. 타이밍 적절하게 교보 문고 앱에서 알람이 왔으니 <해리포터 미나리마 에디션, 아즈카반의 죄수>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이번에는 '미나리마 에디션'으로 도전해 보자!' 생각했다. <해리포터 미나리마 에디션, 아즈카반의 죄수>를 구입했다. 사은품인 금속 책갈피와 에코백도 함께!
사진 출처 : 교보 문고책은 기대 이상으로 멋졌다. 영화 '해리포터'의 그래픽 부문 스타일을 정립했다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미나리마의 스페셜 에디션은 표지부터 남달랐다. 마치 호그와트에서 교재로 쓰이는 두툼한 마법서 같았다. 화려한 일러스트와 팝업도 멋졌고 전체적인 책의 디자인이 판타지 스토리의 묘미를 더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3만 4천 원이 아깝지 않은 책이었다.
아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책을 살폈다. 일러스트 속 주인공들이 영화 주인공들과는 다르 게 생긴 것을 지적하긴 했지만 컬러풀한 일러스트와 팝업을 보며 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먼저 호로록 <아즈카반의 죄수>를 완독 한 나는 마침 읽던 책을 다 읽은 아들에게 <아즈카반의 죄수>를 추천해 봤다. 워낙 벽돌 책이라 큰 기대는 없었는데... 책을 살펴보던 아들은 첫 페이지를 읽기 시작했다.
아들은 현재 벽돌 책의 100페이지를 넘어섰다.
이야기가 궁금해 죽겠는 아들은 읽다 말고 자꾸 스포일러를 유도했다. "그래서 퀴디치 경기에서 그리핀도르가 이겨? 져?", "시리우스 블랙은 잡혀? 안 잡혀?" 궁금하면 읽어 보라는 엄마의 얄미운 대답을 몇 번 들은 아들은 참다못해 책 뒷장을 스르륵 넘겨 보았고 '그리핀도르의 퀴디치 우승' 미리 보기에 성공했다. 나머지 궁금증 해소를 위해 지금도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중.
다양한 해리포터 놀이가 이어졌다.
주말에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서 공원을 산책하다가 버려진 빗자루를 발견했다. 나는 외쳤다. "와! 님부스 2000 아니야???" 아들은 빗자루 옆에 차분히 서서 외쳤다. "UP!!!" 빗자루가 올라오지 않자 빗자루를 짚어 들었다.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을 양발에 가득 담아 위로 점프하기 시작했다. 한동안 계속...
아들은 숙제를 하다 말고 주문을 외웠다. "다이애건 앨리!!!" 나는 눈을 흘기며 말했다. "숙제하기 싫어서 사라지고 싶냐?" 아들은 큭큭 웃으며 "다이거낼리!!!"라고 해리가 잘 못 외운 주문까지 여러 번 흉내 내고는 다시 숙제를 이어서 했다.
영어 학원에서 파닉스를 배우는데 한창인 아들. 잠들기 전 영화 해리포터의 핵심 단어인 'scar'의 철자를 맞출 수 있겠냐고 아들에게 퀴즈를 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scar'를 진지하게 발음해 보던 아들은 s..k?? (땡!).....c..a..r이라고 말하며 퀴즈를 즐기고는 잠이 들었다.
며칠뒤 아들은 직접 본인 이마에 그려 넣은 자체 제작 'scar'를 보여주며 기겁한 엄마는 아랑곳없이 흐뭇해하며 웃었다. 나는 말했다. "그쪽 이마 아니거든?!!!"
도마뱀 붙이를 키우고 싶었던 아들은 이제 부엉이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가 발음이 안돼서 한동안 속상해 하다가, 이제는 제법 주문을 잘 외우게 됐다.
카트를 끌고 벽으로 달려 들 정도의 나이는 아니지만 <아즈카반의 죄수>를 영화로 본 후에는 몰입도가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진다.
우리가 책을 읽는 건지 해리포터 연기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날들이 흘러간다. 새빨간 아들의 'scar'는 샤워기 물에 지워져 버렸지만 선명한 잠꼬대로 "그리핀도르!!!"를 외치는 아들을 보면 앞으로 이마의 번개 흉터는 몇 번 더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늘도 그만 읽고 자자는 말에 벽돌 책을 덮은 아들은 말한다.
"엄마! 이거 진짜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