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pixabay건강한 습관을 가진 부모는 자녀에게 최고의 롤 모델이 될 것입니다.
가족이 함께 책을 읽는 습관은 평생 아이의 무기가 될 것입니다.
<어머니, 사교육을 줄이셔야 합니다 中>
하교 한 아들이 "짠~~~!"하고 예쁜 가을 가랜드를 주었다.
아들의 작품을 집안 곳곳에 전시하는 편인 나는 가을 가랜드를 들고 고민하다가 베란다 쪽 거실 창에 붙였다. "가을이네. 벌써 가을이야." 40대 다운 멘트를 중얼거리며 아들의 작품에 시선을 고정하고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 고리타분한 스스로에게 지루해질 찰나, 꽤 괜찮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우리 가족, 가을 독서 이벤트를 해볼까?
남편은 늘 그렇듯이 휴대폰 속 유튜브에 온 정신을 팔고 있었다. 나는 아들에게 이벤트 아이디어에 대해 프레젠테이션 했다.
"가을은 책을 읽는 계절이거든. 가을이니까 '우리 가족 독서 이벤트'를 해보는 거야! 누가 누가 책을 많이 읽나 대결해서 상품도 주고. 어때???"
아들은 '상품'이라는 단어에 흔쾌히 오케이 했고 아들과 나는 함께 거실 창을 게시판 삼아 이벤트 제목과 내용을 써붙이기 시작했다.
제목 : 우리 가족 가을 이벤트
미션 : 책 읽기 (책 읽은 시간 더하기)
기간 : 10월 10일에서 말일까지
상품 : 1등 - 탄생석 / 2등 - 자기가 원하는 책 / 3등 - 1등, 2등 선물 사주기
초 2 기준에서 재미를 주려면 '승부'가 들어가야 했다. 미션은 '페이지수 더하기'로 했다가 아들이 속독할까 걱정되어 '책 읽은 시간 더하기'로 급히 수정했다.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본 이후로 원석에 관심이 많아진 아들은 1등 상품을 탄생석으로 정했다. "2등 상품은 자기가 원하는 책을 사주는 거 어때?"라고 말하며 엄마의 마음 한 구석을 흐뭇하게 해주기도 했다. 3등을 망설이길래 내가 제안했다. "3등은 1, 2등 상품 사주는 거 어때?" 아들이 시무룩해졌다. 이유인즉슨 어차피 아빠는 책을 안 읽으니까 3등을 할 텐데 아빠가 너무 불쌍하다는 거였다. "착하기도 하지!"라고 칭찬을 해주고는 그렇지만 괜찮다고 엄마 말대로 하자고 밀어붙였다. 3등은 책을 제일 안 읽은 거니까 책을 많이 읽은 사람들 선물을 사줘야 하지 않겠냐고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가족 세 사람의 이름을 붙이고 그 밑으로 매일매일 책 읽은 시간을 기록해서 더하자고 합의했다. 동기부여도 되고 이벤트 현황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게시한 날 밤부터 아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자기 전에 20~30분 독서를 하던 아이가 1시간 동안 독서에 열을 올렸다.
아들의 독서
학교에 가져갈 책도 평소와는 다르게 신중히 고민했다. 최근 들여놓은 <수상한 아파트>를 추천해 주었다.
하교한 아들은 학교에서의 독서 시간을 기록한 꼬깃꼬깃한 종이를 꺼내며 흐뭇해했다.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놀지 않고 독서를 했다고 한다. (승부욕이 과한 아이들에게 있을 수 있는 약간의 부작용)
엄마의 독서
하루에 1시간 정도는 늘 독서를 했었는데 이벤트를 게시하고 나서부터는 아들과 반대로 독서량이 작아진 나였다. 바쁜 주라고 핑계를 대본다. 그래도 하루 30분 이상은 읽으려 노력 중. 아들에게는 바쁜 거 끝나는 다음 주부터 엄청 달릴 거라고 얘기해 두었다. 경쟁해 줄 사람이 엄마뿐이기에.
아빠의 독서
가족 이벤트 게시판, 텅 빈 남편 자리를 보면서 읽는 시늉이라도 좀 하라고 잔소리를 했다. 그랬더니 며칠 후 회사에서 30분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무슨 책을 읽었냐고 물으니 제목을 모른다. 의심의 여지가 다분히 있었지만 아들은 기분 좋게 '30분'을 적어 이벤트 게시판 가장 우측에 있는 썰렁한 아빠 자리에 붙여주었다.
책의 제목을 취조당해서 인지 그 이후 독서를 했다는 말은 더 이상 없었다.
이벤트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아들은 자기의 탄생석을 찾아달라고 했다. '아쿠아마린'
다이아몬드였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어느새 아쿠아마린의 에메랄드 빛깔에 푹 빠져 '아쿠아마린'이 최고라고 엄지 척을 했다. 이미 마음은 1등에 가 있다.
아들의 독서 열기에 2등을 예상하는 나 또한 어떤 책을 사달라고 할까 벌써부터 고민 중이다. "비싼 책을 사달라고 해야지!"라며 각오를 다져본다. 독서에 동참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응징이라고나 할까.
가족 이벤트 주제가 '독서'라는 것을 알면서부터 일찌감치 본인의 운명을 예측한 남편은 아들의 탄생석을 검색하고 있다. 탄생석 목걸이도, 팔찌도 아닌 탄생석의 원석을 원하는 아들이었기에 열심히 아들이 원하는 쉐입의 아쿠아마린을 찾고 있다.
아들의 승부욕이 강해서일까? 눈에 보이는 게시판 효과 때문일까? 독서 이벤트를 대하는 아들의 자세가 예상보다 더 적극적이다. 저녁 시간만 되면 "자! 엄마! 책 읽자!"라고 활기차게 외치며 독서 타임을 스스로 이끄는 아들이다.
남편은 독서를 하지 않으면서도 아들의 독서하는 모습을 보며 세상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휴대폰 유튜브 시청이 아직 과한 편이지만 어느새 남편도 TV를 보지 않기 시작했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 잠드는 습관이 사라졌다. 40이 넘는 나이에도 습관이 고쳐지는구나!
거실 도서관을 만든 지 7개월 차. 가을 독서 이벤트가 더해지며 우리 집 거실은 진짜 도서관이 되어 간다. 거실 책장 앞에 멈춰 서서 꽂혀 있는 책들을 둘러보는 아들의 뒷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