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pixabay아이의 마음은 어른이 무엇인가를 채워 넣는 그릇이 아닙니다. 대신 동기 부여를 통해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속 능력과 열정에 불을 지펴줘야 합니다.
-그리스 철학자 플루타르코스/영국 힐 하우스 스쿨 설립자 스튜어트 타운엔드
<공부감각, 10세 이전에 완성된다 中>
8살 때 크게 흥미 없어했던 <만복이네 떡집>을 집어 든 아들.
불과 몇 주 전에 공구 소식을 접하고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사줄까?' 물어보며 책을 보여줬다가 거절당했었는데... 스스로 책을 집어 들었으니 이제는 완독을 서포트해줘야겠다. 강요는 도움이 안 되지만 조용한 '관심'과 쥐도 새도 모르는 '서포트'가 아직 필요한 초 2 독서가다.
'저 책도 아들 수준에서는 글 밥이 조금 있는 편인데...' 어떻게 하면 아들의 완독에 힘을 실어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뭔가 새로운 방식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쉽잖아!!! 내일은 책 읽는 시간에 맞춰서 '떡'을 줘야겠다!'
<만복이네 떡집>은 주인공이 신비로운 동네 떡집에서 떡을 먹으며 일어나는 일들을 재미있게 풀어낸 이야기다. 아들은 떡을 좋아한다. '떡'을 줄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우리 집에는 떡이 없는 날보다 있는 날이 더 많다. 그런데 하필 필요한 타이밍에 없었다. 잠들기 전 새삼스럽게 로켓 배송에 고마워하며 아들이 좋아하는 꿀떡을 주문했다. '떡' 하나 시켜놓고 뿌듯해하며 잠들었던 밤이었다.
다음 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고 <만복이네 떡집>을 펼쳐 든 아들에게 꿀떡을 예쁘게 한 그릇 담아 서빙해 주었다. 예상대로 아들은 깔깔깔 웃었고 꿀떡을 리듬감 있게 오물 거리며 <만복이네 떡집>을 완독 했다. <만복이네 떡집> 마지막 장에는 그다음 시리즈물인 <장군이네 떡집>이 나온다. 아들은 <장군이네 떡집>도 사달라고 말했다. 언제나 제일 듣기 좋은 소리, 책 사달라는 소리다!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총 8권을 모두 주문했다. 전집은 좋아하지 않는 나지만 시리즈물에 대한 소유욕은 강한 편. 읽다 말더라도 모두 사고 싶었다.
<만복이네 떡집> 시리즈
만복이네 떡집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
달콩이네 떡집
둥실이네 떡집
랑랑 형제 떡집
하하 자매 떡집
꿀떡 파워로 떡집 시리즈 네 권 정주행
아들은 <장군이네 떡집>이 <만복이네 떡집>보다 재미있다고 했다. 아직 '똥'이 재미있을 나이.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까지 읽은 후 <달콩이네 떡집>을 읽던 아들은 흥미가 시들해졌다. 3학년 때 교과서에서 <만복이네 떡집>을 접하게 되면 다시 읽을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비록 시리즈의 절반만 완독 했지만 집중해서 푹 빠져 읽었는지 만복이가 먹은 떡의 순서까지 외우고 있는 아들이었다.
"너라면 어떤 떡이 먹고 싶을 것 같아?" 물으니 예상했던 답을 뱉는 아들이었다. "오래오래 살게 되는 가래떡!" 어릴 적부터 '건강 수명'을 매우 중시해 왔던 애 늙은이 9살이다.
더위가 누그러질 무렵 한강에 걸어 나가니 바람이 제법 선선하고 좋았다. '좋은 거'라고 남편이 강조했던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리 집 거실 도서관도 늘 만족스러웠는데 탁 트인 '한강 독서'를 경험해 보니 차원이 다르구먼! 나 홀로 감탄을 하거나 말거나 부자는 '한강 독서' 아닌 '한강 라이딩'에 푹 빠져 있었다.
사진 출처 : pixabay좋은 건 함께 느껴봐야지!
그다음 한강 나들이 때 아들의 책도 함께 가지고 나갔다. 1차 라이딩을 다녀온 아들에게 말했다. "엄마랑 같이 책 읽자!" 햇빛은 따듯하고 그늘은 선선한 초 가을 한강에서, 아들과 나는 나란히 캠핑 의자에 기대앉아 독서를 했다.
아들과 함께하는 '한강 독서'가 너무 행복한 나머지 정작 내 책에는 집중이 안 됐다. 책 읽는 9살 라이더에게 홀딱 반해 아들의 긴 속눈썹만 곁눈질로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별다른 감탄사 없이 조용히 책을 보는 아들이었지만 두리번거리지 않고 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들도 '한강 독서'가 마음에 드는 듯했다. 어느새 한 권을 다 읽은 아들은 남편과 2차 라이딩에 나섰다.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한 권 더 가지고 올 걸...'이라며 뒤늦은 후회를 되뇌었다.
잠시 후 돗자리에서 한숨 자고 싶어 하는 아빠를 끈기 있게 놀리며 괴롭히는 아들을 보며 '한 권 더 가지고 왔어야 했는데...'라고 또 한 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