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워홀 가면 안 된다 표본의 개노답 워홀기 39

양공장 원정대, 남바완의 고난의 대서사시 21

by 재쵸

<탈출까지 D-61~D-33:시간 삭제를 위한 크로스핏 체험기 2>



<겟아웃 마을에 입성한 동양인들의 흐느낌처럼>

몽골 황야를 도 닦듯이 걷다 보면 '아직도?' 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입 밖으로 뱉어봤자 힘만 빠지기에 걷기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음에도 미로에 갇힌 것처럼 똑같은 풍경일 때 '아직도?'가 불쑥 튀어나왔다. 만고의 인내 끝에 나온 아직도가 5번쯤 누적되면 멀리 kfc와 맥도날드의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보면 가까워 보이는 건물도 실제로는 너무 멀어 걸어갈 수 없듯이, kfc와 맥도날드가 그랬다. 거의 도착해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야를 가리는 건물이 없어서 드러난 것에 불과했다. kfc와 맥도날드에 다다랐을 쯤에는 진이 다 빠진 상태였지만 크로스핏 체육관까지는 10분 여분을 더 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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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좌) 사진 출처 : 크로스핏 더보 인스타그램 / 텅 빈 카운터(직접 촬영)

벽화를 그리지 않은 건물은 철거라도 당하는 건지 이곳에도 바벨을 들고 있는 거대한 코끼리가 그려져 있었다. 삼겹살집 간판에서 웃고 있는 돼지 그림처럼 코끼리에서도 광기가 느껴졌다. 잔뜩 긴장한 채로 들어갔건만 카운터는 비어있었다. 안도도 잠시, 안쪽에서 소리가 났다. 체육관 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 무더기의 백인들이 있었다. 갑자기 영화 겟아웃이 떠오르면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이 들었다. 하지만 문가에서 쭈뼛대는 세 아시안은 금세 발각됐다. 30인의 아시안과 세 명의 백인의 시선이 맞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백인들의 시선 세례에 군중 앞에 홀로 선듯한 부담감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겟 아웃 주인공처럼 환영하는 척하는 백인들 틈바구니에 던져졌다.

코치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설명을 들었다. 물론 귀가 있어서 들었다 뿐, 의미 이해하기에는 전혀 도달하지 못했다. 알아들은 척하는 것만큼은 전문가 수준이었기에 남들이 웃으면 따라 웃고 시기적절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코치가 시범을 보였다. 다들 순조롭게 따라 했는데 나만 버벅댔다. 몸풀기 동작을 대체 왜 못 따라 하냐 묻는다면, '이소라 다이어트'와 자막 없는 '빌리 부트 캠프'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답하겠다. 근육 한 점 없는 물렁한 몸으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치는데 머리를 바짝 당겨 묶은 백인이 다가왔다.

"안녕~ 난 관장 케이틀린이야!"

캘리포니아 걸을 연상시키는 쾌활한 말투와 환한 미소에 절로 기력이 쇠했다. 출근이라도 한 것처럼 집에 가고 싶었다. 케이틀린은 아랑곳 않고 초보자용 수업을 시작했다. 오직 우리만을 위한 영어였지만 현지인 대상의 영어와 다름없어서, 회의 시간에 의식의 흐름을 따라 과거와 미래, 우주를 여행하듯 정신이 혼미했다. 딱 봐도 못 알아들은듯한 얼굴에 케이틀린은 다시 천천히 또박또박 설명했다. 그가 보여준 시범을 따라 하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그의 시범과 정확히 어긋나는, 해냈음에 의의를 두는 몸짓에도 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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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헌 미소 케이틀린이 아시안을 조련하고 있다(좌) / 소림축구를 하는 회원들(우)

초보자용 운동도 이렇게 힘든데 기존 회원들이 하는 운동은 얼마나 어려울까?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해맑게 소림 축구를 하고 있었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최소 중년 이상인데 광인처럼 웃으며 바벨을 들었고,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청소년이 철봉 위로 날아다녔다. 그들의 위로 B급 액션을 선보이는 주성치와 오맹달이 겹쳐 쳤다. 지독한 백인 놈들, 현실에서 소림축구를 구현하다니...! 나름대로 꾸준히 달리기를 했음에도 이렇게 죽을 맛인데 저들은 어쩜 저렇게 강한 걸까. 인종별 신체 차이는 어쩔 수 없는 걸까? 하나 다행인 건, 겟아웃 마을에서 이 나약한 육신을 탐낼 이 없다는 것.

박탈감과 자괴감은 육신의 고통이 밀려올 때 잠시 쓸려갔다가 물러나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체면 때문에 겉으로는 근엄함을 유지했지만, 속에서는 고통과 참회와 분노와 애원이 뒤섞여 아비규환을 이루었다. 수업이 끝났을 때쯤에는 육신뿐 아니라 내면의 응어리까지도 잘게 조져진 상태였다. 오래간만에 그간 뭘 해도 찌뿌둥했던 몸이 개운했다. 케이틀린이 이병헌처럼 온 이빨을 다 내놓고 환하게 물었다.

"오늘 수업은 어땠어?"

"힘들었어."

"등록은 할 거지?"

"음... 우리 셋 다 등록하면 좀 싸게 해 줘?"

농담반 진담반으로 던진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가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케이틀린의 빛나던 건치가 싹 사라졌다.

"놉."

마치 당근 거지를 떨쳐내는 듯한 단호함이었다. 어차피 살 사람은 사듯이, 우리는 내일부터 정식으로 다니기로 했다. 고강도 운동을 연이어하는 게 무리라는 걸 알지만 절실하게 두보에 있음을 잊고 싶었다. 적어도 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아프다, 힘들다, 괴롭다는 감각만이 존재했으니까. 무엇보다 마무리가 개운했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불순물이 쏵 빠져나가 그 자리를 뿌듯함이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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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는 길에 맥도날드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장장 40여분을 걸어 인도 집이라는 지옥에 집어삼켜져야 했으니까. 그간 누구보다 많이, 오래 걸었지만 걷기는 운동이라기보다는 고행에 가까웠다. 목적지에 도착해도 성취감은커녕 기진맥진할 뿐이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돌아갈 방법은 걷기 뿐인 것을. 중간중간 있는 불가피한 무단횡단 구간에 치여도 모를 만큼 인적 없고 캄캄한 길을.


<필라테스하다가 죽은 사람은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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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시발 생리. 호기롭게 운동을 끊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생리가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관절이 약해지기 때문에 운동을 하면 안 되지만, 두보라는 시공간에 갇혔다는 고통이 더 컸다. 어차피 현재가 없으면 미래도 존재하지 않는데, 인도집에서 불행하게 관절을 지켜서 온 미래가 무슨 의미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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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끼니를 때우고 인도 가족과 마주칠까 헐레벌떡 집을 나섰다. 스스로가 인도집에서 토해져 나온 편도결석처럼 느껴졌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도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입는 것만으로 영국 비행청소년이 되는 일진잠바의 모자를 눌러썼다. 몽골 황야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화요일 담당은 빡빡이 아저씨였다. 어제 같이 수업들은 사람이었는데 코치였다니. (Tmi. 그는 관장 케이틀린의 남편이다.) 놀람도 잠시,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수업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본 운동과 다름없는 워밍업 후에 강, 강, 강, 강으로만 이루어진 본운동이 펼쳐졌다. 가령 '달리기 4바퀴, 버피테스트 30회, 철봉 10회, 아령 들고 체육관 끝에서 끝까지 런지로 2회 왕복하기'가 한 세트인 식이었다. 그걸 주어진 시간(세트) 안에 완수해야 했는데 그렇지 않으면 쉬지도 못한 채 새 세트에 돌입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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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이 아저씨의 수업 중 가장 혹독했던 건 밧줄에 매달려 내려오기였다. 서서 천장에 달린 굵은 밧줄을 쥐고 아래로 내려가는데, 몸을 계속 일자로 유지해야 했다. (마이클잭슨 린 춤을 거꾸로 한 동작. 춤과 달리 얼굴 방향이 하늘을 향해서다.) 팔 악력과 코어 힘이 없으면 밧줄 따라 휘둘리다 나자빠지기 딱 좋았다. 겟아웃 체육관답게 다른 회원들은 잽싸게 밧줄 타기를 마치고 다음 동작을 하러 글래디에이터처럼 뛰어갔다. 하지만 도태 회원을 맡고 있는 나는 밧줄에 하염없이 매달려 있었다. 더 내려가지도, 손을 놓지도 못한 채로. 그럴 때면 시트콤 속 방청객 웃음소리가 주변에서 들렸다. 충분한 비웃음 뒤에 내밀어지는 도움의 손길 중 빡빡이 아저씨의 것은 없었다. 그는 운동을 잘하는 회원에게만 관심을 주었기에. 인종차별이라는 자격지심이 들었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상관없었다. 괜히 눈에 띄어서 운동을 더 하게 되는 것보다 나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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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크로스핏 더보 인스타그램 / 넋이라도 있고 없는 재쵸

체육관을 메우는 전사에 빙의하게 만드는 강한 음악들, '나는 강하다, 나는 지독하다' 세뇌하며 따라잡으려 애썼지만 몸은 함께 마른행주처럼 파사삭 구겨지기 바빴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진 몸에 연달아 가해진 고강도 운동은 집단 구타와 동일한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두보에서 인생 최대 광기에 휩싸였던 나는 그다음 날도 크로스핏으로 향했다.


<밤이 깊었습니다. 코치는 고개를 들어주세요>

운동 3일 차이자 최악의 컨디션인 생리 2일 차. 체육관 가는 것부터 중노동인데, 돌아올 때도 갈 곳이 인도집임에 착잡하겠지. 하지만 편도결석처럼 인도 집에 박혀있는 게 더 끔찍했기에 오늘도 허겁지겁 길을 나섰다.

삼삼오오 수다를 떠는 회원들 근처를 어슬렁대는데 수업 시작 시간이 됐다. 회원 중 하나가 '얼라잇~!' 하며 불쑥 튀어나왔다. 수요일 수업 담당 조였다. 얼굴은 중년인데 몸은 체지방을 찾아볼 수 없는 근육질이었다. 그 몸이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입증하듯 그의 수업에는 자비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밥에 잘못 섞여 들어간 완두콩 세 알 같은 우리를 설리번 선생님처럼 챙겼다. 설명을 마친 후에 우리가 알아들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설명해 주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헬렌 켈러처럼 성장하는 일은 크로스핏을 관둘 때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배려만으로 트일 귀라면 3n년간 영어를 못하지 않았을 테니. 그럼에도 조가 설리번 선생님 같은 사람임은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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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두 번째 수업부터 우리만을 위한 한국어 커리큘럼을 줬다. 뿐만 아니라 커다란 화면을 전부 메우던 영어 커리큘럼은 구글 번역창과 2 분할이 되어 있었다. 설리번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았기에 헬렌 켈러가 존재했듯, 그가 준 따뜻함 덕에 매 순간 분노에 조종당하던 나도 감옥길을 걷지 않을 수 있었다. 따뜻하고 다정한 조는 두보의 몇 안 되는 좋은 기억 중 하나였다.

회원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코치였던 상황은 목요일에도 펼쳐졌다. 출석률 100%를 자랑하던 열혈 회원이 '얼라잇~!' 하며 수업의 포문을 열었다. 선량한 시민 행세를 하다가 밤이 깊자 고개를 든 마피아처럼, 자꾸만 튀어나오는 코치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 것 뒤에는 짠 게 당기듯, 만족도 최상 수요일 수업 다음 날에는 어떤 수업이 펼쳐질까? 결론은 1회 차 수업이 채 끝나기 전에 도출됐다. 목요일 수업은 버리자!

그가 운동을 못 하느냐, 그럴 리가. 많은 백인들 틈에서 그를 인지했던 건, 운동 능력 때문이었다. 남들은 양손으로 턱걸이를 할 때, 그는 누구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한 손으로 턱걸이를 했고, 3회만 해도 되는 동작을 혼자서 6회씩 했다. 나는 그가 자기 자신에게 몹시 취함과 동시에 주위를 의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그는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알이 꽉 찬 게장 같은 밀도 높은 근육은 시선이 옮겨가지 않도록 붙드는 역할을 했다. 이쯤에서 근육의 밀도를 어떻게 아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누군가 내게 투시력이라도 있냐 묻거든 고개를 들어 그의 옷을 보게 하겠다. 명치와 옆구리가 푹 패인 허벌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 심봉사도 눈을 번쩍 뜨게 할 법한 유교에 정확히 위배되는 복장이었다. 그렇게 헐벗었음에도 온몸을 채운 문신 덕에 꽁꽁 싸맨듯한 착시 효과를 냈다.

KakaoTalk_20241107_213559844.jpg 실제 그의 착장에 비해 많이 조신한 참고용 사진

그는 호주에 몇 안 되는 비대머리인이자, 웃을 때면 달빛에 빛나는 완벽한 치아(슈퍼 울트라 화이트 티쓰)를 자랑했다. 친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빡빡이 아저씨와는 정 반대였다. 그렇다면 왜 빡빡이 아저씨가 아닌 그의 수업을 버리느냐, love myself가 과하긴 하지만 빡빡이 아저씨와 달리 머리카락도 있고 친절하기까지 한데! 답은 그가 따봉아저씨이기 때문이다.

온라인 원비 납부가 안 돼서 따봉아저씨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수업이 끝나고 다시 봐줄게' 라며 상황을 모면하고는 수업이 끝나자 사라졌다. 그래도 직원인데 회피를 시전 하다니. 범상치 않음에 황당함도 한 없이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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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역도 위주로 진행되는 그의 수업은 너무 널널했다. 세트가 진행될수록 횟수와 무게를 증량해야 하긴 했지만, 마지막 세트까지도 시간에 비해 횟수가 턱 없었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다들 바벨에 원판을 주렁주렁 매달았기 때문이다. 바벨을 내려놓을 때마다 육중한 소리가 체육관 바닥을 울렸다. 나는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세트를 마쳤는데, 원판을 매달 수도 없는 플라스틱 봉(4kg)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봉.jpg 회원들(아시아인 제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따봉 아저씨

사람들은 다음 세트까지 남는 시간 동안 수다를 떨거나 개인 운동을 했다. 거기에는 따봉 아저씨도 포함이었다. 그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 두리번대는 회원이 있는지도 모른 채 다른 회원들과 웃음꽃을 피우느라 바빴다. 낙제생들을 두루 챙겼던 조, 병헌 건치 미소로 도태생들을 위한 수업을 따로 해주었던 케이틀린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나는 강렬한 시선으로 그를 쫓았다. 그는 여자회원들과의 긴 담소를 마치고 나서야 다음 그룹을 찾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올 굿?"

입술을 감싼 수염과 대조돼 더욱 슈퍼 울트라 화이트인 티쓰를 빛내며 그가 물었다. 엄지를 척! 치켜세우고는. 그리고 대답도 전에 "올 굿!" 하고 떠나버렸다. 나 대답 안 했다고. 왜 대신 대답하냐고.

그 뒤로 그는 다른 (여자) 회원들과는 신나서 수다를 떨더니, 세 명의 아시안과 눈이라도 마주치면 기계적인 건치미소와 따봉을 날리고 사라졌다. 혹여 말이라도 걸까 두려운 것처럼. 가뜩이나 수업도 널널한데 철저한 외면까지 당하니 운동을 했는데도 안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따봉아저씨의 수업은 쉬는 날이 됐다. (내 돈을 떼먹으려 한 뻑킹 피자집에 간 날도 따봉아저씨의 수업날이었다.)

자주 오는 회원들이 어느 정도 눈에 익었다. 하지만 그중 누가 금요일 코치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피아 게임을 하듯 저 사람인가? 저 사람이 코치? 의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 밤이 깊자 코치가 고개를 들었다.

"얼라잇~!"

마치 sm 식 인사법처럼, 그는 두보 크로스핏식 인사로 수업의 포문을 열었다. 채용 조건이 건치인 건지 금요일 코치 역시 역시 다른 코치들처럼 반짝이는 하얀 이를 자랑했다. 지난 수업들을 회상했을 때 귀퉁이마다 그가 걸려있었다. 무게를 치면서도, 달리기를 하면서도 새하얀 건치를 드러내며 웃던 그, 다 죽어가는 내게 '힘내 재쵸!' 매번 응원을 아끼지 않던 그, 직장에서 회피를 시전 하는 따봉 아저씨와 판이하게 다른 그. 그도 다른 의미로 범상치 않았다. 휴무에 출근해 회원들을 격려하고 조언해 주는 것, 연차에 출근해 거래처에 안부 전화하는 것과 다름이 무엇인가. 직장을 다녀봤기에 더더욱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정도 광기여야 두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정치적 입장을 좌, 우, 중도로 나누듯이 코치진 또한 세 유형으로 분류되었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만 안고 가는 빡빡이 아저씨, 모자란 학생을 더 챙기는 조.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 어정쩡하게 서서 따봉만 날리는 따봉 아저씨. 금요일 코치는 '조'에 가까웠다. 운동을 잘하는 사람, 못 하는 사람 두루 챙겨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끌고 갔다.

그의 몸도 신뢰를 주는 요인 중 하나였다. 보디빌더처럼 체지방이 극도로 제한된 근육질 몸. 여자 몸에는 어느 정도 지방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데, 저 몸이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한 달 열심히 하면 나도 조금쯤 비슷해지지 않을까? 그렇게 주 4일 꼬박 나가서 걷기 포함 약 3시간을 운동했지만, 일말의 변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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