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소리가 문제다. 3초에 한 번씩 콧물을 훌쩍이는 저 소리. 소리 주인의 책상에는 항상 귀퉁이가 젖은 휴지 뭉치가 있다. 차라리 시원하게 풀었다면 이렇게 거슬리지 않을 것이다. 그는 콧물을 연신 들이마시다 버거워지면 휴지로 훔쳐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훌쩍이는 소리가 강의실을 메웠다.
나는 장수생이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허수가 높으니 열심히만 하면 1년 안에도 붙는다고들 한다. 그렇지만 노량진에는 먹거리도, 놀거리도 많았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가성비 넘치는 유희의 천국에서 나는 딱 2년, 2년만 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내가 준비하는 급수와 낙방한 횟수가 비슷해질수록 마음은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나는 기숙학원이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기에 모든 걸 버리고 왔는데, 이 소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를 쫓아다녔다. 귓구멍에 파고든 소리는 달팽이관에 눌어붙어 잠들기 전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심호흡을 하며 미래를 그렸다. 시험에 합격해 멋지게 학원을 떠나는 내 모습을. 나부끼는 플래카드에 적힌 깨알 같은 이름들을 하나하나 세다 보면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불면의 시간이 긴데, 번번이 내 이름을 찾기 전에 잠들었다.
꿈을 꿨다. 나는 달팽이관에 갇힌 신세였다. 달팽이관이 빙빙 돌며 쉴 새 없이 코를 훌쩍였다. 귀를 틀어막고 아무 소리나 지껄였지만 그럴수록 달팽이관은 더 빠르게 회전했다. 무엇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어지러움만이 느껴졌다. 그때 난 알았다. 여기는 그의 코 속이라는 걸. 목이 찢어져라 절규했다. 하지만 내 몸은 어느새 귀의 일부가 되어 영원히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석류가 쏟아지는 방'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뒷 이야기는 밀리의 서재를 통해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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