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재수 없고 시건방진 문장은 사장이 내게 뱉은 희대의 명대사다. 나는 사장님 아닌가요?라고 답했다가 그의 분노를 끌어냈고, 그 뒤로 그는 나를 상종하지 않는다.(오히려 좋아~) 내 지인들 사이에서 '밈'으로 애용되는 이 대사를 목차명으로 택한 이유는 나에 대해 소개하기 위함이다.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했지만 스스로도 개를 키울 수 없는 사람임을 알았다. 게으르고 무책임하고 뭐든 쉽게 질렸으니까. 심지어 당시 난 백수였기에 밤 낮이 바뀐 생활을 오래 지속해 건강도 엉망이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은 너무 오래 함께해 한 몸 같았다. 늘 당장 죽어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개를 키워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
<얼렁뚱땅 우당탕탕 대환장 유기견 입양기>
모처럼 아르바이트가 없던 평일 낮, 갑자기 유기견 보호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웬일로 친구는 흔쾌히 응했다. 대부분의 보호소가 그러하듯 우리가 가기로 한 곳도 교통이 척박한 오지에 있었다.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탄 뒤에 도로 한복판에 내렸다. 차도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길을 찾았다.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굽이굽이 흙길이 나왔다. 우리는 걸으며 개도 보고 소도 봤다.(진짜다.)
우여곡절 끝에 유기견 보호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기가 많이 빨린 뒤였다. 대체 왜 왔는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보호소 직원분은 견사에 가서 마음에 드는 애들 사진을 찍어오라면서 우리를 견사로 보냈다.
견사에 발을 들이니 뜬장에 갇힌 개들이 미친 듯 짖어댔다. 어떤 개는 덜덜 떨며 애처롭게 쳐다보기만 했다. 대형견사는 따로 있었는데 대부분 똥개들이었다. 소형견에 비해 입양 갈 확률이 낮은 녀석들은 그 사실을 아는 건지 아주 얌전했다. 시설이 엄청 열악하지도 않았고, 관리도 잘해주는데도 내 눈에는 지옥과 다름없어 보였다. 보기가 괴로워서 그대로 나가고 싶을 정도였다. 여기 있는 애들 중 대부분은 안락사될 거란 걸 알았기에 더 그랬다. 그냥 구경만 하러 왔는데 나는 개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입양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저 직원분에게 복종할 따름이었다.
사진을 본 직원분은 개들에 대해 설명해 줬다. 발 크기를 봐서 많이 클 것 같은데 집이 작다면 키우기 힘들 수 있다, 얘는 입양 대기자가 많다 등... 어차피 입양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직원분이 다른 개들로 사진을 다시 찍어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직원분의 말에 순순히 복종하며 다시 견사로 돌아갔다. 개들은 다시 난리를 쳤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후다닥 찍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직원분이 내가 찍은 사진 중 어떤 개를 보고는 몹시 반색을 했다.
"이 개는 오늘이나 내일 안락사 예정이었어요! 당장 데려가쎄욧!"
사실 어떤 개인지도 모르고, 저 사진을 찍은 기억도 전혀 나지 않았기에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저는 구경만 하러 온 건데요,라는 말이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안락사 예정일이 지났지만 건강 상태가 워낙 좋아 한 달이 넘게 보호하고 있었는데 입양 문의가 한 건도 오지 않아 안락사를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당신이 나타나주어 너무나도 기쁘다고 원래는 정식 절차가 있지만 당장 데려가도 된다고 이동장도 빌려주겠다고! 하는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모르는 개와 함께 시청에 제출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낡은 이동장에 개를 넣어 굽이굽이 흙길을 걷고, 하교하는 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깨끈을 멨던 부분에 빨갛게 자국이 남을 정도로 무겁고 힘들었다. 그래도 근처 동물병원에서 간단하게 검진받고 사료와 용품도 사 왔다. 산책도 하고 목욕도 시키고 잠들기 전에 이름도 지어줬다. 털이 누렇고 범상치 않은 개 같으니 나쵸가 딱이었다.
입양 첫날 밤.. 할배처럼 저러고 꾸벅꾸벅 졸았다
초면인 개와의 첫 산책..
<친해지길 바라>
모르는 개와 단 둘이 있자니 숨 막히게 어색했다. 눈 마주치면 서로 눈 피하기 바빴다. 너무 어색해서 간식 재료를 사러 가겠다며 슈퍼로 도망을 갔던 적도 있다.(백수라서 달리 갈 데도 없고 돈도 없었음) 그렇게 서로를 한껏 의식하며 애써 무시했는데, 갑자기 개가 바닥에 있는 흰색 파일에 오줌을 쌌다. 파일이 배변패드인 줄 알았던 것 같았다. 용변을 마친 개는 구석에 숨어 덜덜덜 떨었다. 측은지심이 들었다. 실수해도 치우면 된다고 달래주었지만 그 뒤로 개는 집에서 화장실을 가지 않았다. 아마도 전 주인은 커플인 듯 했고, 남자 쪽에게 학대를 당한 것 같았다. 남자를 무서워했고 우산을 들고 있으면 벌벌 떨었으며 다리를 들어 올리기만 해도 구석에 숨었고, 용변을 참느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학대의 단서들을 하나씩 발견할 때면 양가감정이 들었다. 전 주인들을 향한 살인충동과 버려줘서 고맙다는 생각. 측은함은 내가 개에게 느끼는 거리감을 많이 줄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