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병원과의 이별, 심장사상충 2차 치료기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3개월 뒤 한 심장사상충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다. 의사는 당황하며 '유충 시체가 남아있어서 양성이 뜰 수가 있다'며 한 달 뒤에 다시 검사하자고 했다. 완치 여부가 명확하지 않았기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음 검사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한 달이 흘렀다. 또다시 양성이 나왔다. 이번에는 다른 의사가 저번과 똑같이 이야기했다. 한 달만 더 지켜보자고. 당시 다니던 병원은 입간판에 모든 의사가 명문대 출신임을 강조해놓은 곳이었다. 그것 때문에 그 병원을 택한 건 아니지만, 은연중에 명문대 출신이니까 실력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입간판을 걸어둘 수가 없을 거라고. 병원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가기 시작했다. 실력이 없으니 학벌로 사람들을 꼬이려는 걸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고, 이제 와서 병원을 옮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컸다. 치료에 관한 기록이 전부 여기 있으니까. 나는 애써 의심을 지우고 한 달 뒤에는 음성이 나오기를 바랐다.
치료가 끝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나쵸는 여전히 양성이었다. 저번과 또 다른 의사가 눈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채 횡설수설했다. '어.. 이게 왜 이러지?'라는 소리를 의사 입에서 들을 줄이야. 결론은 다음 달에 또 와라였다. 치료비만 500만 원가량 썼고, 검사비는 1회에 약 8만 원이었다. 올 때마다 의사는 바뀌지, 계속 양성이 나오는 이유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면서 검사는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받으라고? 돈도 돈이지만 나쵸도 나도 그 고생을 했는데 치료를 또 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게 화가 났다. 물론 치료를 했다고 한 번에 낫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본인들 처치에 대한 확신도 없고 보호자한테 명확히 설명할 지식도 자신도 없는 의사들에게 더는 나쵸를 맡기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 길로 병원을 옮겼다. 돌팔이들아,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2번째 심장사상충 치료>
좀 멀어도 제대로 된 병원을 골랐다. (돌팔이 병원은 집에서 제일 가까워서 간 거였다) 상황 설명을 마치자 의사는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알고 보니 심장사상충은 치료 후 6개월 뒤에나 정확한 완치 여부를 알 수 있는 거였다. 의사는 수의학 책 도입부에 나오는 기초적인 내용이라며 책을 펼쳐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사상충에 감염됐는데 광견병 예방 주사는 왜 맞혔냐고 물었다. 당시 나는 시에서 광견병 접종 관련 문자를 받고 한 건데, 그 병원에서는 아무런 고지를 해주지 않았다. 의사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대체 어느 병원을 다닌 거냐고 물었다. 어쩌면 그들은 돌팔이가 아니라 연기력이 고도로 발달한 사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 돌팔이 놈들 치료라도 제대로 했기를 바라는 수밖에.
두 달 뒤, 딱 6개월이 되는 시점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두 번을 검사했지만 모두 다 양성이었다. 의사는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납득할 수 있게끔 자세하게 설명했다. 과정도 고통스럽고 도중에 죽을 위험도 있는 치료를 두 번이나 하는 건 나쵸에게 부담이 많이 갈 거라고. 그럼에도 2차 치료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그간의 고생은 대체 뭐였을까?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치료를 하다 죽을 수도 있지만 치료를 안 하면 무조건 죽는다. 2번째 심장사상충 치료를 하는 쪽을 택했다.
한 번 겪어봐서인지 두 번째는 꽤나 수월했다. 나쵸가 죽으면 어쩌나 불안해하던 전과 달리 2차 치료 때는 나쵸가 아프다는 것도 잊고 지냈다. 생리 기간을 제외하고 나쵸는 씩씩하고 건강했으니까. 사실 치료 기간 동안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을 많이 했다. 산책, 잡기 놀이, 둘째 입양 등... 항변하자면 두 번의 치료가 온전히 끝나기까지 1년 반 가량 걸렸다. 1년은 금방 지나가지만 하루는 길다고 하듯, 내게는 하루하루가 딜레마의 연속이었다. 산책을 가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나쵸를 볼 때면 죄책감이 들었다. 화장실을 참느라 힘든 상태일까? 집에만 있어서 우울한 건가? 그렇다고 데리고 나갔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그런데 너무 불쌍해 보여. 오줌만 싸고 올까? 이렇게 좋아하는데 조금 더 놀다 가도 되겠지? 그랬다가 죽으면? 어떻게 완치할 때까지 집에만 가둬놓고 살게 하란 거야? 산책 금지를 여럿 시도해봤지만 결국 실패했다. 위험한 짓은 골라서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믿음이 있었다. 여태까지 우리는 이 과정들을 잘 헤쳐왔으니까, 나쵸는 반드시 건강해질 거라고.
그리고 나의 밑도 끝도 없는 정신병스러운 믿음은 틀리지 않았다. 17년 5월에 시작한 심장사상충 치료는 18년 12월에 완전히 끝났다! 캬캬캬. (절대 저처럼 하시면 안 됩니다...) 이럴 줄 알았지만 막상 음성 판정을 받으니 어찌나 기쁘던지. 그날 나쵸에게 그동안 미뤄왔던 접종을 선물해 줬다.
바로 중성화 수술을 해주고 싶었지만 병원에서 만류했다. 한 번 사상충에 걸렸던 개들은 심장이 약해진 상태여서 마취를 했다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내자 자궁축농증을 우려하자 노견이 된다고 무조건 자궁축농증이 걸리는 건 아니라고 했다. 자궁축농증이 걸릴 확률은 50%인데 마취 위험도는 그것보다 높으니 나중에 노견이 됐을 때 이상이 생기면 그때 수술을 하라고 했다. 아쉽지만 완치가 된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목숨으로 도박을 할 수는 없으니...(이미 많이 함;;)
한 살 반에 데려온 나쵸가 치료가 끝나니 세 살이었다. 어린 나이에 학대, 유기, 사상충 감염, 두 번의 치료까지...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많이 겪은 만큼 나쵸의 앞날에 재미만 가득하기를 바랐다. 나쵸는 그럴 자격이 있으니까. 가성비충인 내가 생애 처음으로 주는 게 아깝지 않다고 느낀 유일한 존재. 실외배변만 해서 눈이 오고 비가 와도 하루 세 번 산책 가야 하고, 토는 무조건 침대에만 하고, 여행 한 번 가기 힘들고, 유치원도 보내줘야 하고, 친구에게 개 산책 알바도 맡겨야 하고, 초면인데 치료비만 n00 만 원 이상 썼어도, 여전히 좋으니까. 내 얼굴에 방귀 뀌고 지가 더 놀라서 쳐다보는 면까지 사랑스러운 존재가 몇이나 있겠는가? 숨 쉬듯 자살 생각을 하던 텅 빈 나를 온전히 채워준 초면인 개가 어느덧 7살이 됐다. 더도 덜도 말고 200살까지만 살아주렴. 그러면 나는 여태까지 그랬듯 네가 토한 이불을 빨고 네가 내 얼굴에 방귀를 뀌어도 바보처럼 웃어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