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가 있다. 10인 규모의 소기업인데 그중 사장 가족이 6명이나 되는 회사. 수시로 사장의 일가친척 및 교회 지인이 찾아와 직원들의 수발을 바라는 회사. 상사들이 모든 일을 다 떠넘기고 출근조차 하지 않는 회사. 상사가 근무 시간에 호캉스 간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회사. 코시국에 업체 담당자를 회사로 데려와 술판을 벌이고 그걸 직원에게 치우라고 하는... 싫다고 하니 남처럼 구는 모습이 서운하다며 꼰대질을 시전하는 회사. 젖은 휴지와 담배꽁초가 가득한 쓰레기통, 과일 안주를 깎아먹은 쟁반, 구역질 나는 냄새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건 새발의 피에 불과한 회사였다. 세상에 그런 곳이 어딨냐는 생각이 들었다면 당신은 좆소를 겪어보지 못한 것. 축하합니다.
하도 출근을 안 하길래 실 근무시간을 기록해봤다
이제는 다른 곳에 다니고 있지만 전 직장 동료들과는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낸다. 회사가 이상하면 직원은 똘똘 뭉치게 되어있다. 얼마 전에 전 직장 동료로부터 택배를 받았다. 전 회사가 판매하는 물건인데, 마침 집에서 쓰던 게 똑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 회사에 다닐 때도 모든 직원이 '우리 회사 제품 믿거~' 했기 때문에 택배를 개봉할 때 큰 기대는 없었다.
우리 개가 왜 거기서 나와..?
코를 만져서 화가 난 개 두 마리
있으나 마나 한 파티션에 부착 완료
누덕누덕 이건 다른 퇴사자가 받은 것. 자사 제품은 절대 안 쓰던 그녀는 롬앤의 VIP였다. 전 직장 동료는 그녀가 요청하지 않은 다른 제품들도 끼워서 보냈는데, 그녀는 쓰레기를 왜 주냐고 했다.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공교롭게도 나와 퇴사자 모두 평균 연령이 높고 경직된 분위기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 독서실 같은 회사 분위기에 숨이 막힐 때마다 우리는 선물 받은 사진을 보며 전 회사를 추억했다. 거기 다닐 때 말야~ 하며, 끊임없이 샘솟는 막장 일화들... 그곳의 고 자극이 그리웠다가 사장 일가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다. 퇴사자도 나와 같은 증세를 호소했다. 어린 왕자처럼 막장 회사에 길들여진 걸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하게 되는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는 거고, 너도 나에게 세상에 하나뿐인 유일한 존재가 되는 거야....
됐고, 그냥 망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