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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Sep 12. 2023

K-직장인들의 북유럽 여행 준비기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곗돈을 모았다. 언젠가 고국방문처럼 가게 될 핀란드 여행을 위해. 사회초년생이었던 터라 곗돈이 살짝 부담되긴 했지만 빼먹지 않고 성실히 납입했던 것 같다. 대략 6년을 모았을까. 우리의 적금 통장엔 꽤 많은 돈이 모이기 시작했다. 곗돈이 쌓일수록 핀란드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이 점점 커졌다. 


꽤 많은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가야 할 때가 되었음을 직감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혹시 5명 중 누구 하나 결혼하면 여행을 가는 게 쉽지 않을 터이니 말이다. 어느 주말, 우린 카페에 모여 대략적인 일정을 짰다. 핀란드 여름 오두막을 가야 하니 얼른 에어비앤비 예약부터 마쳤다. 


때론 생각지도 않은 일이 모든 계획을 중단시켜 버린다. 코로나가 터진 것이다. 몇 달 후면 지나가겠거니...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취소하지 않았다. 사진으로 본 아늑한 여름 오두막을 취소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다. 종이에 써 내려간 여행 계획표를 보노라면 이미 마음은 그곳으로 떠났다. 한 달, 두 달... 코로나는 끈질겼다. 꽤 오래갈 거라는, 어쩌면 끝나지 않을 거라는 팬데믹 시대를 지나가며 우리는 모든 예약을 취소했다. 그리고 언제 갈지 모르는 핀란드를 아스라이 그리워하며 지냈다. 그렇게 3년이 흘렀을까.


코로나가 어느덧 잠잠해졌고 해외여행이 다시 재개되었다. 결정적으로 우린 올해 꼭 핀란드를 가야만 했다. 친구 중 한 명이 하반기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결혼을 한 후에는 여행 일정 맞추기가 더 쉽지 않으리. 그렇게 우리는 "올해는 기필코!"를 외치며 멀어져 간 핀란드 여행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린 K-직장인이다. 엄밀히 말하면 캐나다에 살고 있는 한 명을 제외하고 4명의 K-직장인들이 휴가 일정을 맞춘다는 건 너무나도 난이도 높은 과업이었다!!! 진짜 하마터면 못 갈 뻔했다. 어떻게 각자의 일의 성수기가 이렇게나 다른지. 업의 특성상 여름휴가 기간에 일의 성수기를 보내야 하는 친구들은 각자의 동료에게, 상사에게 구구절절한 사정을 애써 말한다. 나는 속으로 소심하게 '굿럭'을 외쳐본다. 신은 우리의 기도를 들었을까. 각자의 일터에서 최선의 휴가를 확보하여, 드디어 5명의 여행 스케줄을 맞췄다! 딱 떨어지게. 그때의 쾌감이란. 얼른 핀란드의 여름 오두막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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