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가는 핀란드 여행 준비하기
11년 만에 핀란드에 갈 준비를 하며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11년 전, 대학시절 6개월 간 핀란드의 Turku라는 곳에서 교환학생을 했었다. 이젠 직장인이 되어 사회에 찌든 지 오래. 그곳을 다시 간다는 건 나에게 단순한 여행은 아니다. 20대 초반, 청춘의 한 자락을 다시 마주하는 것이다. 첫사랑을 다시 만나듯 설렘도 있지만 아픔, 씁쓸함, 후회 등 부정적인 요소도 고스란히 상기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11년 전과 비교하여 너무나도 변해버린 나의 육체, 생각, 환경도 여행 전부터 크게 다가온다.
분명 긍정적인 감정이 절대적으로 크다. 어쩌면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았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낯선 곳에서의 긴 외로움과 고독감을 느끼기엔 머문 기간이 짧았다. 교환학생을 온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도처에 많았다. 매일매일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는 게 흥미로웠다. 워낙 교환학생이 많은 도시라 그런지 인종차별은 당해본 적이 없다. 만일 내가 그곳에서 긴 기간 유학을 했더라면 힘들었던 기억이 지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곳에서 한국에 있던 남자친구와의 이별도 겪었다. 20대 초반의 어린 청춘은 그곳에서 어떻게 이별의 아픔을 해소해야 할지 잘 몰랐다. 돌아보고 나니 후회도 크다. 당시엔 돈을 아낀다고 학교에서 제공하는 여러 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직장인이 되어서도 이곳에 자주 올 수 있을 줄 알았다. 11년 만에 겨우겨우 올 수 있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한국에 돌아가면 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그곳에서 더 길게 공부하지 못했던 것도 후회된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좋은 프로그램을 길게 잘 활용했더라면 하는 후회도 나중에서야 깨닫는다. 공부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따로 있기 마련이구나.
여행 준비 전부터 변해버린 나도 고스란히 마주한다. 예전엔 무조건 저렴한 호스텔을 찾아다녔지만 이젠 조금이라도 몸이 편한 숙소를 찾는다. 체력이 예전 같지 않아, 가기 전부터 몸관리를 하며 비상약을 잔뜩 챙긴다. 긴 여행을 이 몸이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도 든다. 하지만 여느 K-직장인처럼 건조한 삶을 살아가다 D-day가 생긴다는 것은 한 줄기의 빛과 같다. 핀란드 땅을 다시 밟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그러다 오래 기다려도 좋으니, 이 기다림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의 여행이 새로운 추억의 물방울이 되어 건조한 내 삶에 촉촉히 뿌려지길 기대해 본다. 그렇게 나는 20대 청춘의 한자락과, 11년간 변해버린 나를 동시에 마주할 준비를 차근차근 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