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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티 Apr 21. 2021

헤이그엔 진주귀걸이를한 소녀가 있다.

헤이그(덴하그)로 향한 가장 큰 이유 하나는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보기 위해서다. 

학창 시절, 주입식으로 미술을 배우던 시절에 여러 번 들은 그림 제목 중 하나이다. 이후 영화와 책이 발매되면서 이 그림 한 점은 폭발적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한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랄까. 하지만 모나리자만큼이나 이를 그린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유명하지만, 네덜란드에 오고 나서 알았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그린 화가가 바로 요하네스 베르메르라는 것을. 


그림 보러 가기 전,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이준 열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학창 시절 근현대사 수업 중 한 번쯤 들어봄직한 '헤이그 특사'의 그 '헤이그'가 네덜란드의 '헤이그'가 맞다. '여긴 분명 차이나타운 같은데, 이 곳에 기념관이 있다고?' 지도를 보고 가면서도, 이게 맞는 길인지 여러 번 의심했다. 헤이그 한편에 꽤 크게 조성되어 있는 차이나타운 내에 저 멀리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어쩐 일인지 기념관은 태극기 아니면 몰라봤을 정도로 매우 작고 협소했다. 조심스레 초인종을 눌렀다.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 온 한 노부부가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당시 3인의 특사가 묵었던 방과,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헤이그와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짐을 느꼈다.



"작은 저택 미술관엔 세계 최고의 작품이 있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에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 반 고흐 미술관과 함께 네덜란드의 3대 미술관으로 꼽힌다. 3대 미술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규모는 생각보다 작았다. 얼핏 보면 주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마우리츠 미술관은 17세기의 개인 저택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한다. '마우리츠하위스'는 네덜란드어로 '마우리츠의 저택'이라는 의미다. 마우리츠는 당시 브라질 총독을 지낸 네덜란드의 장교였다.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 전경
마우리츠하위스(Mauritshuis) 미술관 내부
당시 렘브란트전이 한창이었다.

규모가 작은 만큼 작품 수가 많진 않지만, 렘브란트, 요하네스 베르메르와 같은 네덜란드의 유명 작가들의 명작품을 알차게 보유한 미술관이다. 르네상스를 제외하고 가장 찬란했던 17-18세기의 '플랑드르 미술'이 주로 전시되어 있다.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이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마우리츠의 얼굴이라 할 수 있다. 


델프트 풍경, 요하네스 베르메르(1660-1661)


렘브란트의 전성기 작품들과 베르메르의 풍경화를 지나, 드디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마주했다. 어딘가를 어렴풋이 보고 있는 소녀의 눈은 맑았고, 입술은 생기가 돌았다. 마치 지금 살아있는 것처럼. 푸르른 터번을 두른 소녀는 알 수 없는 강한 아우라로 전시된 방을 꽉 채웠다. 이 소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왜 이 소녀를 그렸을까. 이 소녀는 실제로 존재하였을까. 일평생 작품 35점을 남긴 미스터리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답을 주고 있지 않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 요하네스베르메르(1665)

그림 속 소녀도 마치 무언가 우리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럴수록 우리의 상상력만 더욱 커질 뿐이다. 우리의 속도 모르고, 진주 귀걸이를 늘 그 자리에서 영롱하게 빛날 뿐이다. 마우리츠 미술관은 이 작품 하나를 위해서라도 꼭 방문해보기를. 강력하고 신비한 소녀의 아우라에 압도당할지도 모른다.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헤이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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