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마크 랜돌프의 '절대 성공하지 못할거야'를 읽고
한때 조직문화 담당자들 사이에서 넷플릭스의 ‘규칙없음’이 바이블처럼 읽혔다. ‘넷플릭스’라는 기업명만 들어도 그 조직의 문화를 벤치마킹하고 싶을 정도로, 넷플릭스는 이미 수많은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큰 기업이었다. 이 책은 넷플릭스만의 고유한 조직문화가 세팅되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기업공개까지 이르는 파란만장한 여정이 한 권의 책에 농축되어 있다.
월급쟁이 직장인으로 살아오고 있는 나에겐 사업은 간접경험의 영역이다. 첫 직장에선 HR 사업을 일구고 계시는 대표님이 옆에 계셨었다. 3년간 지켜보며 사업은 정말 끝없는 문제해결의 과정임을 알 수 있었다. 랜돌프와 리드가 넷플릭스를 일궈나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존경심이 들었다. 사업을 성공시켰다는 ‘결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풀어야 할 과제가 생겼을 때 하나하나 헤쳐나가는 ‘과정’이 더 눈에 들어왔다. 퇴근 후 집에서도 이어지는 ‘고뇌’들, 실행해야 할 때는 과감하게 결단하여 치고나가는 과정들을 함께 따라가면서 내가 마친 랜돌프가 된 것 처럼 힘들었다.
완전 초창기 회사에서 우리만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조직문화를 하나하나 세팅해 나간다는 것은 어떨지 궁금해졌다. 어느 정도 규모와 직원이 갖춰진 상태에서, 이미 암묵적으로 형성되어 온 조직문화를 내재화 해나가는 것은 익숙하다. 하지만 랜돌프가 말한 것처럼 초창기부터 함께 일한 동료들과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공유해온 가치관을 토대로, 우리만의 고유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창기엔 말로 아닌 행동으로 조직문화를 보여준다. 이후 직원들이 많아지자 조직문화를 명문화하고, 초기의 문화를 유지시키기 위해 CEO가 신입사원들과 점심을 먹는 등의 노력이 이어진다. 조직의 규모에 따라서 조직문화 측면에서 해야 할 일도 달라짐을 볼 수 있었다.
상황에 따라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가는 점이 랜돌프의 가장 눈에 띄는 면모였다. 어떻게 보면 CEO로서의 명색을 유지시켜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의 꿈이 아닌 우리의 꿈이 더 중요함을 깨닫고, 자신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리드에게 과감히 CEO의 자리를 내준다. 또한 사장이 아닌 상품 총책임자로의 역할로 조용히 조정해 나가기도, 기업 공개 후엔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문제 해결의 장점을 살려 스타트업을 돕는 투자자/코치로 역할을 전환하기도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곳에 나의 역할을 재조정하고, 다음 스텝으로 조용히 나아가는 랜돌프를 보며 나 또한 때에 따라 유연히 변화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된다.
-빨강 신호등을 보고 택시는 멈췄고, 나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12시간 근무 후 피곤해보는 간호사 복장의 여성이 보였다. 노란색 안전모를 손에 들고 있는 공사장 근로자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일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일하지 않아도 된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나는 그들과 같은 처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갑자기 달라졌다. 바뀐 상황을 어떻게 느끼는지도 나는 잘 몰랐다.
-그동안 나는 넷플릭스에서 나의 역할을 조용히 조정하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사장이 아니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상품 총책임자였다. 넷플릭스는 괴짜 같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에서 제대로 된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되려고 변신하기 시작했다. 리드가 넷플릭스의 고삐를 잡고 있었따. 그에게는 그럴 만한 자격이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지도력 덕분에 비이성적으로 흥청망청했떤 닷컴 거품 시대가 지나가도 버틸 수 있다.
-내가 배운 교훈은 이렇다. 꿈을 현실로 만들 때 우리가 휘두를 수 있는 매우 강력한 무기 중 하나는 황소고집처럼 끈덕지게 밀고 나가는 일이다. 거절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업을 하다 보면 거절이 사실은 완전한 거절이 아닐 때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로 영상을 전달하는 미래가 오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았다. 하지만 그 미래가 얼마나 빨리 닥칠까? 그리고 어떤 형태로 올까? 사람들은 영화를 다운로드할까, 아니면 실시간 재생할까? 그들은 몸을 앞으로 숙이고 컴퓨터로 볼까, 아니면 몸을 뒤로 젖히고 텔레비전으로 볼까? 그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려면 어떤 인프라가 필요할까? 그리고 콘텐츠는 어떤 상황이 될가? 실시간 재생이 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시작된다면, 그게 어떤 분야일까? 영화를 쉽게 복사하고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어도 안전하다고 제작사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최고의 인재를 데려와 붙잡아두려는 것은 단순히 일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 문화와 더 관련이 많다. 최고의 인재만 모인 기업에서는 탁월해지려고 경쟁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선별된 엘리트만 모인 직장에서는 일하는 게 더 재미있다. 게다가 최고 인재만 모였다는 소문이 나면 인재를 데려오기가 훨씬 더 쉬워진다.
-"사장님." 그는 미소를 머금고 소리쳤다. "블록버스터를 뭉개버려요. 그러실 거죠?" 그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회사는 배와 같다. 때로는 배를 수리하려고 바닷가에 만든 구조물인 건선거에서 배의 몸체에 붙은 따개비를 제거해야 한다. 따개비 때문에 배의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와의 협상이 깨지고 닷컴 시장이 붕괴하면서 우리는 자체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다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는 모든 요소를 가차없이 가지치기 했다.
-순전히 우리 힘으로 추락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우리는 인정사정없이 미래에 집중해야 했다. 우리 안을 들여다보아야 했다. 어떤 때는 뚫고 나가는 게 유일한 탈출구라고 아버지가 나에게 말하곤 했다.
-기술 산업은 다른 분야보다 능력만을 중시하는 곳이라서 그렇게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른 분야에서는 말을 유창하게 하고 옷을 멋지게 입으면 승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게 프로그래머 정신을 가진 프로그래머의 세계다. 프로그래머라면 자신이 만든 코드를 동료한테 평가받는 일에 익숙하다. 동료들은 그 코드의 간결함, 정밀함, 빈틈없음, 사용의 간편함과 궁극적으로는 효율성을 평가한다. 모든 면을 가차 없이 평가한다. 코드를 만든 사람의 외모가 어떤지, 옷을 어떻게 입는지, 말을 잘하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 영어로 말할 필요도 없다. 그 프로그래머가 만든 코드가 좋으면 모든 게 괜찮다. 그가 만든 코드가 엉망이면 모두가 금방 안다.
-실리콘밸리에서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할 때 누군가가 "나쁜 아이디어는 없어"라고 말하면서 시작할 때가 많다.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나쁜 아이디어는 있다. 하지만 시험해보기 전까지는 그 아이디어가 나쁜지 아닌지 알 수 없다. 그리고 넷플릭스가 보여주듯이 나쁜 아이디어들 안에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 모두 그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몰랐다.
-우리는 스스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최고의 성과를 내는 직원들을 화나게 만드는 사소한 제약을 모두 없앨 수 있다면 어떨까?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자유와 책임, 솔직함 같은 문화를 확산시키면서 커나가는 회사에도 도움이 되게 할 수는 없을까? 문
문화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정리할까?
이 부분에서 패티 매코드가 큰 역할을 했다. 그는 규칙과 자유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데 탁월했다. 그는 자유와 책임의 독특한 결합이 넷플릭스의 특징이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그다음 자유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고 촉진하면서 조직의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자유와 책임에 거림낌 없는 솔직함이 합쳐진 문화는 마법처럼 영향력을 발휘했다. 훌륭한 열매를 맺었을 뿐 아니라, 직원들이 그 문화를 좋아했다. 책임감 있게 결정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은 결정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릴 때 가장 좋아한다. 그들은 신뢰받을 때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