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같은 경우엔 커리어의 시작이 '조직문화 담당자'는 아닙니다. 교육을 기획하고 운영해 보는 'HRD'에 관심이 많아 'HRDer'를 꿈꾸며 취업을 준비했는데요. HRD의 A부터 Z까지 경험해 보기 위해 HR컨설팅펌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년간 빡세게 일했습니다.
이후 인하우스 HR로 이직을 했는데요. 이직한 곳의 팀 명칭은 '컬처팀'이었지만 처음엔 주로 'HRD'를 했습니다. 이직을 하며 환경은 바뀌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일이었기에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죠. 그러다 연차가 쌓이고 저의 선임이 하던 '조직문화' 업무를 자연스레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조직개발(OD)로 넓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조직문화 담당자로의 첫발을 내딜 수 있었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바로 취업을 할 수도 있지만 저처럼 'HR'로 시작하여, 업무 범위를 넓혀 나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는 신입을 뽑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경력직이나, 해당 조직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직문화 담당자로 바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면 이전 글에서 말한 역량(https://brunch.co.kr/@lifeisculture/93)들을 갖추기 위한 경험들을 하나하나 쌓아 나가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분야는 다르더라도 긍정적인 문화를 이끌어 나가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해 본 경험들은 조직문화 업무를 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해듯이 저는 HR 컨설팅펌과 인하우스 HR을 경험한 것이, 조직문화 담당자의 커리어로의 시발점이 되었는데요. 각 특성을 저의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에 의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물론 어디에서 시작하든 정답은 없습니다.
#HR 컨설팅펌 빡셈, 그러나 빠른 성장
1. 빡세다
HR 컨설팅펌은 노동강도가 상대적으로 빡샙니다. 현재는 주 52시간제가 도입이 되어 이전보다 노동강도가 줄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컨설팅업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빡셀수 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요청'을 '납기일'까지 완성시켜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향후 거래의 단절로 이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야근이 잦습니다. 이젠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정말 '라떼는' 입사하자마자 해가 떠있을 때 퇴근한 적이 손에 꼽았습니다. 어느 날 동기랑 오랜만에 정시 퇴근을 했는데, 해가 떠 있는 것을 보고 감격스러워 좋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물론 지금은 워라밸이 좋은 컨설팅펌도 많을 것입니다)
출장도 잦습니다. 대부분 지방 산속에 있는 기업들의 연수원을 가게 됩니다. 연수원에 들어가게 되면 최소 1박은 기본. 연수원에선 일과 삶이 분리가 되지 않아 피로도가 더 높습니다. 지방에 있는 기업들을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회사의 업무 범위에 따라 대학 고객도 맡게 되는데, 나 같은 경우엔 한 지역의 대학교 과목을 맡게 되어 몇 개월간 매주 전라도를 내려가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필수입니다(나는 상대적으로 이동하는 것을 싫어하진 않아서 그나마 버틸 만... 했...)
2. But, 빠르게 성장한다
빡센 대신 빠르게 성장합니다. 컨설팅펌은 인력이 큰 자원이기 때문에 대부분 1명이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담당합니다. 특히 인력이 부족하나, 일감이 많은 소형 컨설팅펌은 더욱 그렇습니다. 나 또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소형 컨설팅펌에서 일했는데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PM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주니어든 시니어든, 연차, 경력, 이런 거 따질 새가 없습니다. 그냥 쏟아지는 프로젝트 속에 투입되어 어떻게든 일단 해야 합니다...
PM이 되면 고객과의 미팅을 주선 및 진행하고 니즈를 파악하고, 제안서를 쓰고,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결과보고까지 일련의 과정을 모두 책임져야 합니다. 선임 컨설턴트가 있으나, 그 선임도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온전히 기댈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리딩 하다 보면 폭풍 성장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강의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했던 시절. 그러다보니 어느새 성장하게 된다.
#인하우스 HR 제한적인, 그러나 CEO만큼의 거시적 시각
1. 역할의 제한
기업이나 기관의 HR 담당자로 일을 시작하면 역할이 상대적으로 제한됩니다. 컨설팅펌에서는 A부터 Z까지 혼자 모든 것을 리딩 할 수 있는 환경이지만, 인하우스는 상대적으로 제한이 많습니다. 특히 위계가 있는 기업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긴 보고의 단계를 거쳐야 하고, 승인이 되지 않으면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 고객이 나에게 일을 맡긴 것이 아니기에, 이 프로젝트를 해야 하는 이유도 설득을 시켜야 하고 그에 합당한 예산도 따내야 합니다. 특히 큰 기업의 경우엔 하나의 프로젝트가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크기에 어떤 일을 하기 전에 바로 시도하기보단 이 일이 꼭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즉, 내 욕심대로 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2. But, 거시적인 시각을 기를 수 있다.
컨설팅펌에서 아쉬웠던 점은 장기적인 변화를 보기에 어려웠다는 점입니다. 물론 단발성 교육 같은 경우엔 바로 만족도 조사 같은 것을 하지만, 제도와 관련된 프로젝트는 궁극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보기가 힘듧니다. 아무리 장기고객이라 하더라도 프로젝트 마감일은 정해져 있고,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 고객과 일단 작별인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장기적인 관점, 거시적인 시각을 기르기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백 명의 직원들이 있는 기업/기관의 인하우스 HR을 하다 보면 하나의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게 됩니다. 당장 올해도 중요하지만 향후 몇 년 후에 어떻게 변화하면 좋을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또한 많은 부서와 팀을 고려하기에 조직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인 시각도 기를 수 있습니다. 반면 컨설팅펌에선 아무리 큰 기업을 맡게 되어도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기에 거시적인 시각을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조직관점의 시각을 기르기 위해 공부했던 나날들 & 그리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동료들
사실 이 것 또한 온전히 저의 경험일 뿐입니다. 컨설팅펌에서 일하든, 인하우스에서 일하든 어떤 경험을 뽑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먼저 고민해 본다면, 결국 어디에 있든 내가 기르고 싶었던 역량을 키워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