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인 '조직문화 커리어 시작을 위한 간접 경험 쌓기(https://brunch.co.kr/@lifeisculture/95)' 편을 본 지인들이, 저는 어떻게 실무자와 컨택했는지,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저의 리얼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니즈에, 가물가물해진 저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도 일을 한지 벌써 7년이 다되어 가더군요. 그간 취업의 트렌드도, 방식도 많이 바뀌었을지라 저의 경험을 공유하는 게 살짝 부담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본질'은 바뀌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며 조심스레 공유해 봅니다.
당시 저는 다른 분야의 취업 준비를 2년 넘게 해 오다 어떤 계기로 HR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늦게 길을 바꾼지라 관련 백그라운드가 전혀 없었죠. 물론 관련 전공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더 절박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HR 담당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그곳에 괜찮은 정보가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중 HR 담당자들을 인터뷰 한 매거진을 즐겨 읽었습니다. 각 담당자들이 어떤 일을 주로 하는지, 어떤 지점에서 보람을 느끼는지 나아가 어떤 철학으로 일하고 있는지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HR이라는 한 기둥 아래, 조금은 다른 영역의 실무자를 3명 정도 만나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첫 번째는 이커머스 업계에서 HRD를 담당하시는 분이었습니다. 실무자 인터뷰 매거진 중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분이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글만 보더라도 HRD에 대한 그분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중하게 이메일로 미팅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수락해 주셨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분의 시간도 매우 소중할 텐데, 바쁜 시간 내어 만나주셨다는 게 참 감사히 느껴지더라고요. 최대한 그분의 시간이 낭비되지 않도록 미리 사전 인터뷰 질문을 메일로 보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팅은 저에게 너무나도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취업준비생으로서 얻기 어려운 생생한 정보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HRD에 대한 애정과 실력 또한 겸비한 분을 직접 만나며 더욱 동기부여가 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끝나지 않고 저에게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직접 세미나를 기획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셨는데요. '취준생들을 위한 HRD 이해하기'라는 주제로 직접 무료 강의를 해주겠다 하셨고, 저는 이 세미나를 기획, 홍보, 운영까지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죠. 당시 저는 한 대학의 평생교육원에서 'HRD 담당자'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있었고, 다행히 수강생 중 함께 취업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어 세미나에 초청할 수 있었죠. 저뿐만 아니라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장을 열 수 있어 뿌듯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간접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는 것도 가장 큰 수확이고요!
두 번째로는 HRM 실무자 만나기를 시도했습니다. HRD에 관심이 더 많았지만, HR 분야에 대해 두루 알아가고 싶었기 때문이죠. 또 다른 산업 분야의 실무자를 만나보고 싶기도 했고요. 당시 HR 쪽에서 실무자 대상 독서모임과 정모를 운영하시는 분이 계셨는데요. 커뮤니티를 통해 독서모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날엔 대중적인 책의 저자를 초청하는 북토크 행사라, 다행히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열정을 좋게 보신 그분은 직접 일하고 계시는 오피스 방문과 함께 인터뷰 기회를 열어 주셨습니다.
이외에도 몇 번의 모임과 인터뷰를 통해 도움을 주신 스쳐간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중엔 지금까지 저의 멘토로 인연의 끈을 이어나가는 분도 계시고요. 다행히도 인성이나 실력적으로 훌륭하신 분들을 만날 수 있어, HR이 더 하고 싶어 졌습니다. 취업준비를 하다 지칠 때마다 그분들을 떠올리면 다시 마음을 다잡게 되더라고요. 이렇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는데 나중에 포기해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저를 강하게 붙잡았던 것 같습니다. (긴 취업 준비 기간을 거치신 분들은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취업 준비할 때 하루에도 몇 번씩 롤러코스터가 왔다 갔다 하잖아요^^;)
되돌아보니 한 분야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기 위한 시작은 취업 후가 아니라, 전부터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하고 있는 간접 경험이 커리어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갖고, 열심히 가꾸어 나가다 보면 점들이 연결 연결 되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날이 분명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