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호떡 대폭발 사건

정상이란 말의 허위에 관한 관찰 보고서

by 짠맛 나는 파도

세상의 많은 기준은 우연과 편의로부터 출발했고, 그 틀에 들어맞지 않는 누군가는 부조리를 견뎌야한다. 그 다름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세계로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다름을 받아들이며 누구도 모르는 유연한 세계를 상상해볼 수 있다. 10과 12 그 사이 어딘가의 엉뚱한 평균값이 또 다른 갈래길에서 우연처럼 흘러나올 수 있을 것이다.






호떡은 남들보다 손가락이 두 개가 더 많았다. 왼손에는 엄지 손가락이, 오른손엔 새끼 손가락이. 남들보다 엄지가 한 개 소지가 한 개 더 많았고 그건 타자를 칠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안마를 할 때도, 꽤 괜찮은 이점이라고 단단하게 일러줬다. 다만 신이라는 존재는 꼭 우주의 균형을 맞춰야만 했는지 호떡의 발가락을 모자라게 주었다. 도합 스무 개, 열 개의 평균을 맞춰주었다. 산술 평균은 10. 하지만 손과 발의 비례적 조화를 따져보는 기하 평균은 9.798. 또 전체의 성능값, 조화 평균은 9.6. 호떡은 그 계산을 수가 아닌 몸으로 체득했다. 시스템의 성능 등급은 가장 약한 부분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인류는 늘 부족한 쪽, 결핍을 기준으로 값을 매긴다는 것을.



어묵은 그런 호떡의 삐딱함에서 미묘한 불쾌함을 느꼈지만 자신은 산술적으로나 조화적으로나 평균 10.0인 존재였으니까, 그런 건 크게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 너는 손가락이 열두 개라서 불편한 건 없어? 짜증나는 점도 있을 거 아니야.”

푹 익힌 무의 단맛을 담아서 꺼낸 말이었는데 돌아오는 호떡의 대답은 사뭇 건조했다.

“너는 손가락이 열 개라서 불편하니? 아니지? 태어날 때부터 열 개였으니까. 나도 똑같아. 날 때부터 열두 개였어.”

바싹 마른 대답이 어묵의 심기를 꼬불거리게 만들었다. 호떡은 항상 꿀처럼 찐득한 무언가를 뜨겁게 달군 다음에 내놓는 고약한 버릇이 있었다. 누군가가 데일 것을 알면서도 ‘꿀은 달큰하니 좋잖아? 뭐가 문제야?’ 발뺌하면 그만이라 생각했다. 어묵은 그 정체 불명의 온도에 표피가 벌겋게 부어올랐고 점점 더 구깃구깃 쪼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대응해야 했다.

“세상은 10진법으로 굴러가잖아. 네가 적응해서 사는 게 낫지 않겠니?”

그 말에 호떡 역시 끓어올랐다. 호떡의 내부는 오백 년 동안 간을 보고 있는 휴화산과도 같았다. 터질 듯 말 듯, 터질 듯… 휴화산은 이제 공식적으로 폐기된 용어이니 사실상 활화산이라는 말이었다. 이어질 폭발의 규모로만 따져본다면 폼페이를 하루 아침에 멸망시켜버린 베수비오와도 같았다. 고대 도시가 불타오른 그 날은 공교롭게도 불의 신 불카누스를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었다.

“오! 어육함량이 무려 96%에 달하는 위대한 어묵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다니. 그래 십진법, 인류가 만든 것 중 가장 어리석은 시스템. 그게 얼마나 불편한 건지 알아? 1/3을 0.333333…이라고 정의하는 웃기지도 않은 방식. 손으로 셀 때 편하다는 이유, 그 멍청한 목적 하나 때문에 지구의 수 체계가 재로 뒤덮였어.”



재로 뒤덮였다는 건 호떡 특유의 넙대대한 과장이었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얼토당토 않은 말은 아니었다. 인류는 자신들의 손가락이 10개라는 생물학적 특성을 근거 삼아,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의 60진법을 물리치고 10진법을 승자로 선언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1시간은 60분이라 약속하는 동시에 100점짜리 시험지를 요구하며 살게 된 것이다. 호떡은 늘 의문이었다. 하루는 24시간, 1년은 12달, 한 다스는 12개, 각도는 360도, 1피트는 12인치라고 정의 내렸으면서 왜 십, 백, 천, 만을 완전한 숫자로 여기고 자빠졌는지. 유년기의 호떡은 남들의 계산대로라면 자신이 평균 10점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뒤로 12진법의 세계를 상상해보곤 했다. 그 세계에서 1/3은 0.4라는 숫자로 이쁘게 나누어 떨어졌다. 왜 1m는 100cm인데, 1시간은 100분이 아니냐고 묻는 초등학생이 사라졌다. ‘수포자’는 ‘수호자’로 변신했다. “열둘”은 더욱 신성한 숫자가 되었다. 지금도 12지신, 12사도, 12별자리와 같이 나름대로 의미가 부여되곤 하나 더 거창하게 확대될 필요가 있었다. 12법령, 12대 권리, 12단계 어묵탕 끓이기 매뉴얼 같은 무언가가…


“야!”

12손가락의 호떡은 이내 현실로 돌아왔다. 어묵의 주름이 쭈그러졌다 펴졌다를 반복했다.

“너는 이제 뇌도 어떻게 되버린 거니? 그럼 뭐 지구 리셋 버튼 누르고 재시작 하자는 말? 호떡아, 만약 지구 문명이 초기화 되더라도 우리는 10진법을 사용할 거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열 개니까. 본능적으로 내장된 계산기가 그거니까. 10이라는 숫자를 심리적으로 완결하고 안정적인 숫자로 느끼거든. 야 그리고 솔직히 0부터 9까지만 기억하는 게 훨씬 간편한 일 아니야? 숫자가 두 개나 늘어나면 그만큼 복잡해지는 거잖아. 뇌가 과부화 걸리겠지.

그래. 네 말이 다 맞다고 치자. 십진법이 졸렬하고, 인간이 기준을 잘못 정했고, 열두 개가 진리라고. 근데 너는 그 많은 손가락 중에서 진짜 제대로 쓰는 게 몇 개나 있는데? 열 개라도 똑바로 쓰고 말해. 너 맨날 손가락이나 쪽 쪽 빨아대면서 ‘나는 왜 이 세상과 안 맞지? 내가 특별한 거야’라고 생각하는 놈이지?”



어묵이 쏘아대는 칼칼함을 속수무책으로 처맞은 호떡은 결국 대폭발 해버리고야 말았다. 비유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실재적으로. 열두 개의 손가락 전부에서 다 타버린 꿀 증기가 파괴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어묵은 마그마에 뒤섞여 마치 지옥에서 온 것 같은 삼천 도의 어묵 우동탕이 되어버렸다. 세계의 89%가 호떡 내핵 속 숨어있던 씨앗 파편으로 뒤덮였다. 남은 것은 ‘11’이라는 숫자였다. 10의 세계는 12의 분노에 의해 멸망했다. 그 여파로 12 또한 온전치 못했다. 그 사이에서 엉뚱하게 살아남은 숫자, 세계는 11진법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결말A)





96%의 어묵과 9.6점의 호떡. 어딘가 모자란 놈들의 싸움이었다. 다행인 것은 둘은 둘이라는 점에서였다. 10은 둘 또는 다섯으로만 나눌 수 있으니까. 셋이나 넷이 뭉치는 순간 꼭 문제가 생긴다. 하나가 남거나 두 개가 모자라거나. ‘지구’라는 로고명이 새겨진 열 두 색의 색연필 세트는 둘, 셋, 넷, 여섯까지도 모두 커버할 수 있지만 열 개입의 초콜릿 박스는 둘 또는 다섯만을 허용할 수 있었다. 호떡과 어묵이 일대 일로 팽팽하게 치고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둘이니까. 둘 모두 속으로는 각자의 반대편에 가까워졌음을 느끼며 ‘아 그럼 평균을 내서 공평하게 11을 쓰던가’ 툴툴거렸다. 물론 누구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마음은 없었다.

(결말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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