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직원 오리엔테이션에서 회사와 우리 부서를 소개하곤 한다.이때보면 대부분이 눈을 반짝거리며 의욕 뿜뿜이다. 15년 차 직장인에겐 자주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지금까지 경험을 보면 초심자의 긍정열정은길어야 3~4년이다.직장인도 미운 4살이 있는 걸까?(물론, 안 그런 경우도 있다!)
생각해보니 우리 아이들이 4살 즈음 그랬다. 무슨 얘기를 해도 '싫은데?'로 끝났다. 이래서 미운 4살이구나.... 하고 꾹꾹 참았다. 그런데 미운 네 살 시기가 꽤 오래가는 어른이가 있다. '내가 하는 일에 무슨 상관이람?' '내 일만 하면 되지 남의 일까지 무슨 상관이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미운 4살 어른이 말이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다 읽어 보세요. 깨닫는 것이 있을 테니까요. - 작가 주 -
그림책 <무슨 상관이람!>에는 툭하면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종알거리는 피에르가 등장한다. (미운 네 살로 추측되는) 고 녀석은 참 얄밉다. 잘 잤냐고 묻는 다정한 엄마에게, 의자에서 물구나무서는 것이 위험하다고 말는 아빠에게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말한다. 심지어 자기를 잡아먹겠다는 사자에게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한다. 결국 '그럼 내가 널 잡아먹을게.'라는 친절한 사자에게 꿀꺽 잡아먹혀버린다.
그래, 정말 고마워!
집에 돌아온 피에르의 부모님은 배가 빵빵한 사자를 발견한다. 피에르가 그 안에 있음을 깨닫고는 사자를 데리고 부리나케 병원으로 간다. 의사가 사자를 붙잡고 위아래로 흔들자 피에르가 바닥으로 쿵 떨어진다. 죽지 않고 살아 돌아온 피에르는 어떻게 됐을까? 괜찮냐는 아빠의 물음에 '무슨 상관이람' 대신 '괜찮아요!'라고 말한다. 심지어 등에 태워서 집에 데려다준다는 사자에게 '그래, 정말 고마워!'라고 말한다.
말에는 힘이 있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부정적인 생각은 나쁜 일로 만들어질 수 있다. 반대로 입버릇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말하면 좋은 일들이 생겨날 수 있다. 평소 우리는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툭하면 '무슨 상관이람!'이라고 말하는 미운 4살 직장인이라면, 주변에 그런 어른이가 있다면 모리스 샌닥의 <무슨 상관이람!> 그림책을 읽어보길!
* 무슨 상관이람(Pierre), Maurice Sendak,1962
이 그림책은 1962년 <Pierre>로 출간됐다. 국내에서는 시공주니어가 2018년 <무슨 상관이람!>이란 제목으로 선보였다. 국문판 '무슨 상관이람'은 영문판에는 'I do't care'라고 표현되어 있다.(개인적으로는 영문판 표현이 더 확 와 닿는다.) *참고: 영문판 <Pierre>를 읽어주는 유튜브 https://youtu.be/hYDfzo4njqQ
* 모리스 샌닥, 1928- 2012
모리스 샌닥은 미국 동화작가이자 삽화가이다. '괴물들이 사는 나라'로 34세(1964년)에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상'을 받았다.(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전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가 매년 부활절 행사에 아이들에게 읽어 준 그림책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그림책에는 두려움을 극복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특징은 유년시절과 연관이 있다. 모리스 샌닥은 1928년 뉴욕 빈민가에서 유태인의 아들로 태어난다. 그의 가족과 친척들은 홀로코스트의 비극속에서 사라지거나 살아남았다. 게다가 그는 몸이 좋지 않아 어린 시절 침대에서 지내는 날이 많았다. 늘 창문 너머의 세상을 보거나 상상을 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 보면 암울한 어린 시절이지만, 이러한 시간은 훗날 특유의 스타일과 기발한 스토리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래도 84세까지 장수했다.)
<어른이의 그림책 처방전> - 미운 4살을 키우고 있거나 주변에 미운4살 같은 어른이 있다면 - 모리스 샌닥을 좋아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