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살 온라인 개학, 워킹맘은 위기다

코로나 시대, 온라인 스쿨이 시작된다

by 바이비


오늘 아침 아이들 담임 선생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사실 코로나19로 입학이 연기되며 아직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그 사이 기간이 길어지며 벌써 두 번째 전화통화를 하게 됐다. 선생님의 목소리가 지난번과는 사뭇 다르다. 첫 통화에서 차분하고 준비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무언가 당황스러운 목소리다.



어머니, 4월 20일 온라인 개학에 앞서 가정환경 조사 차 연락드려요.
기사 보셨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은 EBS 방송을 활용하게 돼요.



선생님은 곧 학습 꾸러미를 나눠줄 거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편발송으로 안내했는데 조금 전 찾아가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나눠주는 시기는 다음주 또는 다다음주 또는 입학 직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달치 분량으로 준비 중이라 아직 준비가 안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온라인 수업이 한 달간 지속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때 전화기 너머로 선생님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안선생님, 부장 선생님이 급히 회의하자세요" 선생님의 한숨 소리가 들린다. 학교도 처음 겪는 일이라 계속 대책 회의를 한다고 했다. 선생님의 차분한 설명이 이어지졌다. 하지만, 선생님의 얘기를 들을수록 점점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머니, 온라인 수업은 EBS 방송으로 진행돼요
(휴.... 다행히 옆에서 실시간으로 조작해주지 않아도 되네요.)


집에 있지만, 학교처럼 40분 방송을 보고 10분 쉬는 것을 하게 돼요.
(수업이 처음인데 방송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매일 위두랑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질문에 대한 답변을 댓글로 남겨야 해요.
특히, 출석체크가 안되면 결석처리가 돼요
(이제 1학년이라 옆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되는데...저같은 워킹맘은 어찌하나요.....ㅜㅜ)


매일 수업과 병행하는 학습 꾸러미는 등교 시 모아서 제출해야 해요.
학습꾸러미 내용으로 학습평가를 하게 돼요.
(하아.... 엄마가 옆에서 해줘야 하는 게 차암... 많네요....ㅜㅜ)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해보자. 1학년이 되는 우리집 쌍둥이를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힌 다음, 교육 방송을 틀어줘야 한다. 그것도 시간에 맞춰 쉬는 시간도 적절히 주면서. 그리고 온라인으로 출석체크를 하고 선생님이 낸 질문을 아이에게 보여준 뒤 답변을 달아야 한다. 또, 아이들이 매일 학습꾸러미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챙겨줘야 한다. 하아....일과 육아뿐 아니라 보조 선생님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홈스쿨링을 한달 가까이 해야 한다. 회사와 육아를 어떻게 병행해야 할지 머릿속이 빙글빙글하다.


질문있냐는 선생님의 말에 '맞벌이 가정을 위한 보조 방안이 없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돌봄은 통합으로 여러 학년이 있기 때문에 1학년만을 위한 케어가 안된다고 했다. 아쉽게도 현재 맞벌이 가정을 위한 온라인 수업 지원 방안이 따로 없다고 했다.


선생님도 일을 하는지라 이해한다며 출석이나 댓글은 퇴근 후 남겨도 된다고 했다. 그날 안에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졸지에 우리 아이들은 주경야독을 하게 생겼고 나는 퇴근후 선생님 역할까지 하게 됐다. 선생님은 1학년 초에 연필 잡는 법, 생활습관, 한글처럼 기본교육이 중요한데 걱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정상적인 학교 수업이 시작되면 늦더라도 본인이 잘 챙길거니 걱정말라고 했다. 듬직한 선생님 말씀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됐다.


일도 육아도 다 안되고 미춰버리겠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는 친구는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해졌다. 아이를 사립초등학교에 보낸 친구는 벌써 온라인 수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허락해줘서 옆에서 아이를 챙기고 있다며 말그대로 '일도 육아도 다 안되고 미춰버리겠다!!!'고 했다. 4월 20일 온라인 수업 후 내 모습이 될 것 같은 예감에 마음이 무척이나 씁쓸해졌다.


점심을 먹으며 회사 사람들과 온라인 수업 얘기를 나눴다. 유치원생 자녀가 있는 직원은 휴업이 장기화될 예감에, 내 윗분은 재택근무가 금방 끝나지 못하겠다는 예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또 누군가는 경제 불황이 점점 커지니 일을 놓으면 안 된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하아... 이래저래 한숨만 늘어간다.


집에 와 아이에게 곧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다고 설명해줬다. 아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방에 1학년 6반이라고 써붙여달란다. 아침마다 학교 가는 기분으로 가방 매고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그나마 쌍둥이라 다행이다. 혼자가 아니라 나란히 앉아 공부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바에 인상쓰지말고 웃으며 존버다!




#코로나시대를맞는위기의워킹맘 #다른분들은어떻게버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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