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관심이 있다면 대만 자전거 브랜드 '자이언트'에 대해 익숙할 것이다. 말 그대로 자전거 업계의 거인이다. 단일 브랜드로 세계 최대의 자전거 생산량을 자랑한다. 대만에는 자이언트 외에도 메리다, 턴 등 세계적인 자전거 브랜드가 있다. 대만의 자전거 산업을 보면 왠지 한국의 자전거 산업이 초라해 보인다. 자이언트 회장은 자전거에 진심이다. 다양한 자전거를 생산할 뿐 아니라 국토 종주 자전거 투어 코스를 만들어 대만을 넘어 전 세계로 홍보하면서 대만의 자전거를 알리고 있다.
자이언트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투어는 자전거를 사랑하는 전 세계 자전거인들에게 버킷리스트로 꼽힌다. 다양한 코스가 있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해서 하루에 100Km씩 8박 9일간 900Km 거리의 대만을 한 바퀴 도는 코스에 많은 사람들이 도전한다. 대만일주 외에도 다양한 기간의 다양한 코스가 있다. 초보자를 위한 2박 3일 코스도 있으니 본인의 체력을 감안해서 원하는 코스를 고를 수 있다. 해외 원정 코스도 운영 중이고 그중 5박 6일의 대한민국 국토 종주 코스도 있다.
다양한 투어 중 본인의 체력을 감안해서 선택할 수 있다. 하루평균 100Km, 9일 동안 진행되는 자전거 여행.
생각만 해도 설레는 대만 일주 자전거 여행은 오로지 자전거 라이딩에만 집중해서 즐길 수 있다. 서포트카가 코스를 이끌면서 간식 및 정비 등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부수적인 일을 책임진다. 특별히 지도를 볼 필요도 없고, 앞에서 이끄는 대로 달리면 된다. 심지어 라이딩하는 사진을 찍어 매일 구글드라이브에 업로드를 해주기 때문에 자전거 라이딩만 집중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면서 처음으로 '생산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을 느꼈다. 하루종일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치면서 페달을 밟는 단순한 동작이 어떻게 즐거울 수 있는지 아직도 완벽히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자전거를 타는 것은 즐겁다. 라이딩에 집중할 때면 잡념들이 사라진다. 순간적인 판단 실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자전거를 탈 때면 모든 감각을 라이딩에 집중하게 된다. 타이어를 통해 전달되는 노면의 진동,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시원한 바람이 감각세포들을 일깨운다. 자전거를 타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워진다. 자전거를 타는 순간 살아있음을 느낀다.
자전거 투어는 자이언트 투어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신청할 수 있다. 한국어는 지원이 안되지만 간단한 영어이기 때문에 폼을 작성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혼자 참여하는 것이 아닌 동행이 있다면 그룹에 체크하고 한 번에 여러 명의 정보를 올려야 한다.
폼을 작성했다면 이제 결재의 순간이다. 한 사람에 150만 원씩 두 명 합하여 300만 원. 투어 기간 중 숙식을 모두 포함하기 때문에 저렴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래도 큰돈이 나가는 것이니 망설여진다.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한참을 망설였다. 일단 보증금 10%만 결재를 진행한다. 전액을 결재할 수 도 있지만 사람일이라는 게 모르니 결재는 최대한 뒤로하도록 한다.
룸 종류에 따른 가격표 투어 비용은 투어날짜 및 숙박하는 방의 종류(싱글룸, 더블룸, 트리플룸과 쿼드러플룸)에 따라 달라진다. 아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더블룸으로 선택하였다. 비용면에서는 쿼드러플 룸이 가장 저렴하다. 자전거 투어를 계획하면서 가족들과 상의를 했다. 상의보다는 어떻게든 4명 온 가족이 같이 참여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900Km라는 장거리의 압박으로 인해 와이프와 둘째 아들은 기권했다. 항상 'Yes'를 대답하는 첫째 아들은 아버지와의 멋진 추억을 위해 동행을 결정했다. 물론 첫째 아들도 망설이기는 했지만 최후의 협상안인 '전기자전거' 카드를 꺼내자 흔쾌히 참가를 결정했다. 투어에는 일반 자전거 대여 비용이 포함되나, 추가금 30만 원을 지불하면 전기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작년까지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100Km의 싱가포르 일주 코스를 몇 번 즐겼기 때문에 체력은 자신이 있었으나, 연속으로 9일간 100Km는 처음 하는 도전이기 때문에 아들과 함께 같이 전기 자전거를 렌트하기로 한다. 예약 페이지에서는 전기자전거를 선택할 수 없다. 예약 마지막에 나오는 특이사항에 전기 자전거가 필요하다고 메모를 했다. 예약 후에 나온 담당자 이메일에도 전기자전거를 대여하기 원한다고 보냈다.
투어를 결재했다면 다음은 비행기 편을 마련해야 한다. 투어에 참가하려면 타이베이 까지 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최저가 비행기표를 검색해 본다. 타이베이 이동 후 이틀정도 타이베이에서 식도락 여행을 즐기며 에너지 보충 후에 투어에 참가하기로 결정한다. 아침 일찍 투어가 시작되기 때문에 투어의 시작점인 송산역 근처에 이틀 치 숙소도 결재해버린다.
이제 취소는 없다.
무조건 직진이다.
투어에 참가하기로 한 1월은 대만에서 날씨가 제일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우리나라의 가을날씨에 강수량도 비교적 적어 자전거 타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싱가포르에서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항상 무더위와 싸우며 라이딩을 했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당분간 더운 나라에서 거주를 해야 하기에 선선한 가을날씨에 땀을 흘리지 않고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무더위와 싸우며 라이딩을 하는 것은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게 한다.
투어를 기다리며 예약현황을 매일 체크해 본다. 내가 지정한 출발 날짜는 일요일이었는데, 나와 아들 두 명 외에는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았다. 순간 불안감이 몰려왔다. 최소 모집인원 15명이 채워지지 않으면 투어가 취소되어 버린다. 이번에 꼭 가야 한다. 취소는 용납할 수 없다. 날짜를 체크해 보니 하루 전 토요일에 출발하는 투어에는 벌써 인원이 14명이 되었다. 예약을 담당한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나는 꼭 투어에 참여하고 싶으니 예약일을 하루 당겨서 토요일 출발로 변경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다행히 비행 편은 투어 출발일 2일 전으로 예매를 한 상태여서 숙소만 잘 조정하면 될 것 같았다. 담당직원으로부터 신속한 답장이 날아왔다. 예약일자를 바꿔주겠다고 한다. 예약페이지에도 바로 수정이 이루어졌다. 우리나라만큼 빠른 응대가 마음에 들었다. 문제는 예약한 숙소에 일정변경 요청 메일을 수차례 보내도 답장이 없다. 며칠 더 시도해 보고 계속 답장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하루치 숙박비는 날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