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무리들이 도로를 질주한다. 싱가포르에서 제일 잘한 일을 꼽으라면 단연 ‘자전거’를 탄 일이다.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 자전거의 속도는 싱가포르를 구석구석 즐기기에 적당하다. 흐르는 땀방울, 엉덩이와 허벅지의 고통을 견디다 보면 어느덧 희열이 올라오기 시작하다. 오로지 나만의 힘으로 만들어내는 최고의 속도를 즐기다 보면 어느덧 싱가포르 일주가 마무리된다.
그린쿼리도어 _ 자전거로 즐기는 정글
코로나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전거 인구가 늘어났고, 싱가포르의 상황도 비슷했다. 정부의 친환경 이동수단 정책과 맞물려, 자전거가 적극 권장되고 있다. 자전거 인프라가 잘 되어 있고 자전거 인구도 많다 보니 자전거 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주요 메이커의 자전거를 구할 수 있고, 중고 거래도 활발하다. 자전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도 용이하다. 자전거 도로도 잘되어 있다. 공원 연결길(Park Connect Network, 이하 PCN)이 잘 되어 있고, 자전거 도로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매너가 좋아 도로에서 자전거를 배려해 주어서 도로에서 달리기도 좋다. PCN은 싱가포르 구석구석을 공원으로 잘 연결시켜 준다. PCN을 달리다 보면 다음 공원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양쪽으로 스쳐 지나가는 아름다운 공원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싱가포르와 사랑에 빠진다.
싱가포르 서쪽 땅끝 _ 특별한 볼거리 없는 곳이 자전거 인들에게 필수코스가 되었다.
멋진 자전거 코스가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소개하기는 힘들다. 훌륭한 달리기 코스인 13Km의 선형공원 그린쿼리도어도 자전거를 타기 멋진 곳이다. 오랜 기간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듯한 정글을 자전거로 달리는 느낌은 다른 곳에서 접하기 힘든 경험이다. 오로지 자전거 라이딩 만을 즐기기 원한다면 서쪽 땅끝까지 연결되는 코스나 동쪽 끝의 공항까지 연결되는 자전거 도로가 딱이다. 도로, 자전거, 나에게만 집중하면서 달리다 보면 '무념무상'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 자연을 감상하고 싶다면 동북쪽에 위치한 ‘파시르 리스’ 공원, ‘풍골 공원’ 등 자전거로 달리기에 멋진 공원들이 즐비하다. 이 중 최고의 자전거 코스를 꼽으라면 싱가포르의 상징 ‘마리나 베이’에서 시작해서 동쪽의 멋진 해변 공원 ‘이스트 코스트 파크’로 연결되는 코스이다. 싱가포르의 멋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덧 멋진 바닷가 풍경이 펼쳐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달릴 수 있다.
이스크 코스트 파크 _ 바닷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달려보자
싱가포르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다. 도심 곳곳을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자전거가 잘 채워준다. 싱가포르 서민들의 삶이 느껴지는 거리들, 곳곳마다 위치한 아름다운 공원들을 달릴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고층빌딩의 화려한 스카이라인이 아닌 진정한 싱가포르의 삶을 볼 수 있다. 싱가포르의 공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싱가포르를 느낄 준비가 된 것이다. 자연과 함께하는 녹색도시 싱가포르의 참모습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싱가포르에서 나의 발이 되어준 소중한 애마
자전거는 이동수단으로 훌륭한 역할을 한다. 전체 면적이 넓지 않고 도심의 주요 지점이 가깝기 때문에 자전거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다.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청정 운송수단 자전거는 타면 탈수록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고, 튼튼한 허벅지와 심폐지구력을 기를 수 있다. 자전거 뒤에 바구니를 하나 설치한다면 장보기 머신으로 변신한다. 가까운 시장이나 마켓에서 수시로 장을 볼 수 있다. 교통체증, 주차걱정이 없으니 가까운 거리는 자동차 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자가용을 구매하는 것은 많은 비용이 든다. 자동차 가격보다도 비싼 자동차 등록증(Certificate of Entitlement, 이하 COE)을 취득하여야 하고 유지비도 만만치 않다. 싱가포르에서는 더러운 차를 보기 힘들다. 세차하지 않은 차가 도심에 진입하면 교통경찰로부터 범칙금을 교부받는다. 기름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준이다. 이래저래 자동차는 돈이 많이 든다. 이러한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어 나만의 차 ‘자전차’를 즐겨보자. 안전만 주의한다면 싱가포르에서 이만한 교통수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