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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Sep 28. 2022

2019.10.07

#해인수녀님 #가족반지

나에게 부산은 마치 이모가 계시는 곳 같다. 수녀인 이모.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이 닿아 엄마와 함께 자주 뵈었고 카톡으로 종종 연락을 나누며 수녀원 기도 시간이나 미사 시간에 맞춰 혼자 수녀님을 뵈러 찾아가고는 했다.     


해인글방에 남겨두었던 편지 한 통을 계기로 이해인 수녀님과 지금의 관계로 이어진 것이 놀랍다. 

마음을 전하는 편지 한 통이 얼마나 큰 힘을 지니는지 직접 체험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이모들도 세상에 계시지 않아 내가 이모처럼 인사드리고 기억하며 어른으로 모시는 해인 수녀님. 오늘 아침에는 해인 수녀님에게 이런 문자가 도착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엄마의 영명축일이네!’     


얼마 전 엄마 서랍장에서 엄마가 갖고 계시던 반지, 목걸이 등을 꺼내 언니, 동생과 함께 가족 반지로 만들어 나누어 끼기로 했다. 그리고 고민하며 들어간 한 가게에서 제안해준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반지 안쪽에 엄마의 기일과 이름을 넣고 언니, 나, 남동생 셋이 가족 반지를 맞췄다. 오늘은 그 반지를 찾아 내 손에 처음 낀 날이다.     


엄마에게 받은 것이 정말 많다. 지금도 끊임없이 발견하고 만나는 중이다.    

  

나는 너무 많은 것을 그냥 받았다.

-마종기, 「과수원에서」, 『이슬의 눈』, 문학과지성사. 1997     


언제나 이 구절이 떠오르게 하는, 나의 엄마.     



2019년 4월 26일 세상 하나뿐인 엄마가 돌아가신 뒤 

인스타그램에 엄마의 세례명을 딴 #로사리아의선물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불멸화하는 일' 이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의 말을 아낍니다. 


이제, 세상을 떠난 엄마이지만 엄마와 나눈 시간, 말과 행동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글로 남겨둡니다.


훗날, 엄마를 잃게 될 많은 딸들과도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10회 브런치북 응모를 위해, 지난 글을 정리해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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