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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Oct 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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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기의 나

2020년, 코로나 시기가 주는 깨달음 중 하나는 평소의 나라면, 잘 선택하지 않았을 것들에 눈을 돌리고, 또 도움도 요청하고, 호의를 기쁘게 호의로 받아들이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줌으로 랜선여행 프로그램 4주 수업을 듣고, 마지막 주에 나간 오프라인 모임 (정모나 온라인 모임 같은 것 정말 안 나가고 싫어하던 사람) 을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하게 되어서, 강사였던 분을 믿고 (코로나를 겪으며 8명 정도 만나는 모임을 거의 안 가졌으니, 맛있는 음식 배부르게 먹자, 정도로 생각하고) 나갔는데 그곳에 모인 분들이랑 취향이나 마음 씀, 관심사의 공유 등을 통해 열정 공동체가 되어서 여름을 거쳐 가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평소라면 누군가 피해 주기 싫어서 그저 혼자 해결하려 할 일을, 잘 알고 있을 것같은 이에게 묻기도 하고, 물어보며 공감, 분노, 해결방안 등을 함께 모색하기도 했다. 한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좋아서 또 다른 만남을 계획해서 제안하고 다음 주엔 같이 가을 소풍을 가기로 했다.


차를 가져온 이에게 "저 저기까지 좀 태워다 주실 수 있을까요?" 라고도 먼저 묻고, 차 타고 가는 동안 은행나무 길로 드라이브도 하게 됐다.  여기에 #지금부터70일후면2021년 에도 매일 각기 다른 질문, 생각 등으로 날 것의 이야기도 정리한다. 완성본이 아닌 것도, 어떤 이야기든 받아들이고 또 나로 인정하기로 한 것도.


2020년은 이지나 혼자 할 수 없는 일 속에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 안에서 생각 못한 즐거움, 기쁨이 있다는 걸 알게 하고 있다. 내일부턴 도시인이 겨울을 알게되는 '스타벅스에 캐롤 울려퍼지고 프리퀀시 적립의 시작' 날이라고. 추석 콘서트에서 가수 나훈아 님이 "안 하던 일을 해야 세월이 늦게 간다." 고 말하던 것도 기억하며 그간의 내가 가진 투명 상자를 벗어나기를 좀더 해봐야겠다. 원래 나를 벗어나니 좀더 재미있고 전혀 기대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마주하는 기쁜 순간, 보통의 나를 아는 이에게 기대하는 것으로부터도 벗어날 수 있어서 그 점도 좋게 느껴진다.


나에게서 벗어나 주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 된 것, 나의 힘듦이나 내가 부족한 것 등을 말하게 된 것은 2020년의 큰 수확이다.

그런 내가 만난, 올해의 나를 위한 칼럼.


https://www.elle.co.kr/article/48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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