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지나 Nov 13. 2020

022

겨울의 연탄 한 장

-2016년 인생 첫 연탄봉사 다녀온 뒤에 성당 주보에 쓴 후기.


<연탄으로 데워진 어느 하루>
-바보회와 함께 한 ‘사랑의 연탄 나눔’에 다녀와서
 
지난 12월 3일, 성당 바보회 주최로 진행된 ‘사랑의 연탄 나눔’에 참여했다. 겨울이면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연탄봉사와 관련된 소식을 보며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날짜도, 시간도 맞아 봉사를 신청하고 그날이 오기를 기다렸다. 나를 포함한 몇몇 청년은 조금 서둘러 나와 역에서 봉사 활동의 집결지인 수색동 주민센터까지 길 안내를 도왔다. 신부님과 수녀님, 자주 보는 신자분을, 늘 보던 성전에서 뵙는 게 아니라, 다른 동네, 지하철 출구 앞에서 성당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고 맞이하니, 다들 반가워하셨다.
 
바보회에서는 총 5천 장의 연탄을 수색동 독거노인 및 영세상인에게 기부했고, 우리는 총 2,400장의
연탄을 직접 나눴다. 12가구에 200장의 연탄 중 몇 곳은 팀을 나눠 릴레이 형식으로 배달했다. 모두
자신의 양손을 뻗을 만큼의 거리에 서서 연탄 릴레이로 나누던 순간, 내 앞의 사람과 내 뒤의 사람과
속도가 맞고, 리듬이 맞아 빠르게 쌓여가는 연탄을 보는 것도, 그 시간의 즐거움이었다. 릴레이에서 마
지막 연탄을 옮길 땐 다들 "마지막이에요~" 라며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것. 가족이 모두 함께 온 분들,
엄마와 함께 온 복사 친구, 성당에서 이렇게 저렇게 봉사하는 많은 분들을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난 것도,
눈인사를 나누며 연탄을 나누며 2016년의 연탄 한 장의 값이 얼마인지 등을 듣는 것도, 단 한 장의 연
탄이 깨지지 않았던 것도, 모두 겨울의 기억이 되었다. 사실 신부님과 수녀님을 포함해 함께 간 60명의
신자들이 아니었다면 2400장의 연탄을 두 시간 만에 전할 수 없을 것이다. 한 사람의 60걸음보다 60
명의 한 걸음이 갖는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던 나는, 그 현장에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
 
연탄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나는 신부님과 수녀님이 어쩌면 하나의 연탄 같은 존재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을 태우고 버리며, 하얗게 재가 되는 존재들. 바로 그런 신부님 수녀님들과 함께여서 더욱 뜻깊고 따뜻한 겨울 아침이었다. 겨울의 시작을 이 봉사와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즐거웠다. 다음 달 양쪽 팔이 조금은 아팠지만, 그 아픔은 연탄이 채워진 곳을 보고는 너무 행복해하던 독거노인 표정이 오래 기억날 것 같다. 혹시 몰라 핫팩 등을 챙겼는데 날씨도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쉼 없이 몸을 움직이니 땀이 나고 더웠다. 그렇게 분명 연탄은, 그 나눔이나 시간 안에도 사람을 데우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2017년의 겨울에도 바보회의 연탄봉사는 계속된다고 하니, 이 글을 읽고 몸이 움직이는 분들은 꼭 참여해보시길!


--

2016년 이후로 매년 한 번씩은 연탄봉사에 참여한다. 올해는 내가 주축이 되어서 (사)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에 하루를 예약해, 사람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관심 있는 분들은 프로필의 제 이메일로, 메일 주세요!

--


2020년 마지막 토요일 아침 12/26 오전. 장소는 미정(강남 구룡마을 또는 상계동 등지). 그간 개인 봉사자로만 참여해봤는데 올해는 제가 사람을 모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연탄 봉사는, 연탄을 직접 나르는 봉사이지만, 우리가 나를 그 연탄을 직접 사서 전달하기에 몸도, 후원금도 필요한 봉사입니다. 저도 다양하게 모아볼 예정이니  함께 하고 싶은 분들은 댓글/ 메일을 주세요!


http://lovecoal.org



매거진의 이전글 02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