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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나 Nov 2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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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을 시작한 2020년의 운전 단상

올해 나는 운동, 운전 이 두 단어와 친해졌다. 두 단어의 공통점은 앞의 한자가 같다는 것. 운전과 운동은 모두 運 (옮길 운)을 쓴다. 운전은 차를 통해 자신의 위치가 끊임없이 옮겨지고, 운동은 자신의 몸이 이동하는 것을 경험하게 한다. 그저 머물러 있지 않고 옮겨진다는 게 두 단어의 공통점이다. 이 두 단어가 내 생활 안에 들어오고, 분명 변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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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주차, 어플로 주차장 결제 후 주차, 주차장에서 주차하기, 발레파킹 맡기기 ••• 나에게 없던 세계를 만나며 나를 더 알게 된 한 해였다. 운전을 시작했다는 말에 랜선 친구에게 받은 크리스토폴 성인상은 올해의 감동 선물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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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다 종종 생각한다. 가장 오랜 시간, 나에게 차를 태워줬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러다 생각난 두 사람과의 다양한 기억이 떠올랐다


차를 가장 많이 태워준 사람에겐 '차 빚' 이 있는 거 아닐까? 그 시간이 좋고, 그 관계가 좋지 않았다면 결코 '차'란 지극히 개인적 공간에 들이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차를 태워준 빚- 운전해주고, 기름값 한번 낸 적 없는데 함께 다니던 시간. 을 갚고 싶다 생각한다. 갚을 수 있어도 갚을 수 없음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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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연수 선생님이 "운전대 잡았으면 지나 씨는 뒷차, 옆차 신경 쓰기보다 자기 갈 길만 잘 생각하면 돼요." 라고 (나의 어떤 성격이나 기타 등등 성향 이야기하다가) 말했었는데 그 말이 늘 주변사람을 생각하고, 챙기는 나에게 정말 필요한 말이었던 것 같다. 2020년에 가장 잘한 일 best 3 꼽으면 아마도 운전, 달리기, 더 열심히 쓰는 것 (이 시대의 툴 사용하기?!) 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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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고 싶어지는 글. 사랑하는 황선우 작가님 엘르 연재 글.

https://www.elle.co.kr/article/2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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