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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Dec 15. 2020

겨울 속의 라플란드

핀란드 라플란드 여행 ➁

라플란드 패키지 여행객의 거의 대부분은 중국인이었지만 몇몇 한국 분들도 계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핀란드에서 보내고 싶어서 멀리 한국에서 오신 분들, 캐나다에서 유학 중에 크리스마스를 핀란드에서 보내고 싶어서 오신 분도 계셨다. 크리스마스를 핀란드에서 보내기 위해 이렇게 먼 길을 오시다니. 마치 내가 핀란드 사람이 된 것처럼 이 머나먼 핀란드로 온 한국 분들이 신기하고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라플란드 여행은 도보나 대중교통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패키지여행으로 가거나 아니면 차를 렌트해서 가는 것이 좋다. 실제로 가 보니 관광지나 시내를 제외하고는 허허벌판같이 텅 빈 풍경이 펼쳐져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풍경이 많기도 하다. 그래서 자칫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는 라플란드 여행은 다양한 겨울 액티비티를 통해 아름다운 라플란드의 자연과 함께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순록 농장(Reindeer Farm)

새벽에 일어나 어둠을 뚫고 순록 농장에 도착했다. 순록 농장에 도착해서도 주변은 아직 밤처럼 깜깜했다. 이곳은 사미족이 운영하고 있는 순록 농장이었는데, 사미족은 핀란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웨덴 북부 및 러시아에 머무는 소수 민족으로 핀란드에서는 라플란드 지역에서 그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으며 순록 사육을 주업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사미족이 순록에 대해 설명을 해 주며 순록에 대해 알아보고 순록과 친해지는 시간을 잠시 가진 후 한 명씩 순록 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아직 어둑어둑한 하늘 아래에서 썰매를 타기 시작했는데 썰매를 타면서 하늘이 점점 밝아오기 시작했다. 썰매를 끄는 데 익숙하고 나보다 무거운 사람들을 태우고도 가는 순록이었지만 왠지 힘들게 나를 끌고 가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썰매를 타고난 후 따뜻한 천막으로 이동해 따뜻한 음료와 간단한 간식을 제공받았다. 그곳에서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있는데 사미족 전통 의상을 입은 분이 손에 북을 들고 들어와 노래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이국적이고도 힘찬 느낌을 주는 전통 노래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음악을 들으며 몸을 따뜻하게 덥힌 후 천막에서 나오니 날이 밝아있었다. 남은 시간은 농장과 기념품 가게를 좀 더 둘러보면서 순록들을 감상하고 사미족 분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순록 농장에서의 순록 썰매 체험.


허스키 사파리(Huskey Safari) 

사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이 허스키 사파리 체험이었다. 허스키 사파리는 인기가 많아서 대기 장소에서 순서를 조금 기다려야 했다. 허스키 썰매는 한 명은 썰매에 앉고 다른 한 명은 서서 줄을 잡고 허스키의 속도를 조절해야 해서 두 명씩 짝을 지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같은 방을 썼던 중국 친구와 같이 썰매를 타기로 했다. 순서가 되자 직원이 허스키가 있는 장소로 가기 전에 그날 허스키들의 컨디션과 썰매 탑승 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내가 방문하기 며칠 전에 허스키들끼리 흥분해서 싸우면서 서로 물다가 몇 마리가 죽는 일이 있었다고 해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직원을 따라 허스키들이 있는 눈밭으로 이동했다. 

엄청 시끄럽게 짖어대는 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며 엄청난 허스키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근데...허스키들이 생각보다 왜소했다. 두 명이 같이 타는 건데 허스키들 괜찮으려나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게 탑승 준비를 마치고 허스키들이 달리기 시작하자 엄청나게 짖어대던 허스키들이 조용해지면서 엄청 신나게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얼른 눈밭을 달리고 싶어서 그렇게 짖어댄 건가 싶었다. 귀여운 허스키들. 

허스키 썰매는 체험해보니 왜 인기가 많은지 알 수 있었다. 순록 썰매는 좀 느린 감이 있었고 코스가 짧아서 약간 심심했는데 허스키 썰매는 속도도 빠르고 코스도 길어서 뭔가 제대로 신나게 눈밭을 달리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허스키들이 에너지를 주체 못 하고 너무나 신나게 달리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달리는 중에 큰일도 시원하게 보면서 우리에게 웃음을 선사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온통 하얗게 펼쳐진 탁 트인 눈밭의 풍경이 정말 신비롭고 아름다웠고, 그 신비로운 자연 속을 시원하게 달리는 순간은 정말 잊을 수 없다. 

  

완전 에너지 넘치는 허스키들과 함께 썰매를.


핀란드에서 스키 타기

사실 스키를 탈 계획은 없었는데 투어 후 숙소로 돌아가기 전 몇 시간 동안의 자유 시간이 주어져서 근처 스키장에 가서 잠깐 스키를 탔다. 핀란드 스키장은 핀란드답게 매우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이었다. 핀란드는 옆 나라 노르웨이처럼 산이 많은 지형이 아니라서 제대로 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제대로 스키를 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스키를 타는 거라서 괜찮을까 했는데 초보 코스는 거뜬하게 내려왔다. 그래서 그다음 중급 코스로 가려했는데 중급 코스는 없는지 완전 높은 상급 코스로 올라가버렸다. 후덜덜거리면서 절반 정도는 기어서 내려오고 나니 벌써 버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렇게 해서 짧고 굵게 스키를 즐기고 숙소로 돌아갔다. 혹시 라플란드 여행 중에 시간이 된다면 근처 스키장에 가서 핀란드의 천연 눈 속에서 스키나 보드를 즐기는 것도 추천한다. 

잠깐 스키장에 들러서 스키 타임.


드디어 만난 오로라

라플란드를 여행하는 모든 여행객들이 기대하는 것이 바로 오로라를 볼 수 있을 것인가였다. 그래서 밤에 참여할 수 있는 오로라 헌팅 같은 액티비티도 있었는데 이건 날씨에 따라 복불복이라서 나는 참여하지는 않았다. 다들 오로라 앱으로 오로라 상황을 매일 확인하고 나를 포함해 밤에 괜히 숙소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나는 핀란드에 살고 있어도 오로라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서 이번 여행에서 볼 수 있을지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여행 둘째 날 밤이었나 숙소에서 마감을 앞둔 과제를 한참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밖에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과제를 내팽개치고 달려 나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오로라가 하늘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눈으로 본 오로라의 색깔은 보랏빛, 분홍빛과 함께 더 환하고 풍성하며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이렇게 아름답게 일렁이는 오로라는 한참을 우리를 유혹하더니 고요하게 사라져 갔다. 이렇게 나의 생애 첫 오로라를 만나게 되었다.      

내 생애 첫 오로라 영접.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크리스마스를 보냈던 라플란드 여행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코로나로 여행이 멈춰버린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고 안타깝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좀 더 나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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