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취향을 연주한다'는 바이브

옥탑방의 색소폰 연주자, 김용식

by ReLight

한낮의 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옥탑방 한편, 나무를 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하는 아내와 커피를 마시는 김용식 님의 공간은 그의 두 번째 집이자 아지트입니다. 색소폰을 처음 잡은 건 쉰을 앞둔 어느 날, 지인의 농담 한마디에서 시작된 인연은 어느새 14년의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가족들이 힘을 모아 마련해 준 색소폰은 지금도 그의 가장 소중한 보물입니다. 그에게 나이 듦은 두려움이 아닌, '행복'으로, 고생 많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마음껏 배우고, 연주하고, 사랑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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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나이로 67세 된 김용식입니다. 지금은 수원대학교 미화팀에서 일하고 있고, 예전에는 삼성전자, LG 등에 기계를 납품하는 공장의 공장장으로 정년퇴직할 때까지 일했어.


- 이 공간이 선생님만의 ‘아지트’라고 들었어요. 다락방을 꾸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원래 병점에 살았는데 이사할 생각은 없었어. 그런데 새 집을 보러 왔다가 옥탑층이 있다는 말에 한번 올라와봤는데, 이 공간이 너무 마음에 든 거야. 완전히 죽어 있던 공간이었는데, ‘이걸 잘 활용하면 집이 한 채 더 생긴 것 같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단독으로 쓸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아서, 이 집을 사게 됐지. 인테리어도 대부분 직접 했어. 나무 사다가 평상도 만들고, 칠판도 달고, 디자인은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손봤지. 쉬는 날엔 아내와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이 다락방에서 시간을 보내.


- 평소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일 끝나면 거의 음악실로 가. 일주일에 절반은 그쪽에서 보내지. 나머지는 아내랑 시간도 보내고. 음악실에 안 갈 땐 집에서 다육이도 키우고, 부추나 상추 같은 것도 재배하고, 다락방에 필요한 게 있으면 직접 나무 짜서 얹기도 하고, 피곤하면 여기서 낮잠도 자고. 오후 3시에 일이 끝나니까 오후엔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지내지.


- 색소폰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내 고향이 용인인데, 어느 날 개그우먼 한 분이 우리 동네 근처로 이사 왔어. 우리 형이 동네 이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분이 형에게 “색소폰 배우면 여자들한테 인기 많아요~” 농담을 하더라고. 그걸 옆에서 듣고 ‘오, 나도 악기 하나 해볼까?’ 싶었지. 원래는 기타를 해보고 싶었는데, 기타는 왠지 가벼워 보이는 느낌이 있어서 색소폰으로 생각을 바꿨지.


- 지금 사용하시는 색소폰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색소폰은 처음엔 50만 원짜리 중국산으로 시작했어. 두세 곡만 불어보자는 생각이었는데, 너무 즐거운 거야. 적성에도 잘 맞았지. 그러다 친구가 운영하던 음악실에 발을 들였는데, 친구가 다른 곳으로 이사하면서 내가 대신 사용하게 됐어. 연습용으로 쓰던 색소폰이 마음에 안 들어서 결국 야마하로 바꾸고, 나중엔 프랑스 셀마 제품으로 바꿨어. 혼자 살 수 있는 금액은 아니었는데, 아내랑 딸 둘 이렇게 가족들이 십시일반 도와줘서 샀어. 이 색소폰 사용한 지는 13, 14년 됐지.


- 연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예전에 두 살 많은 형님이 재혼하실 때가 있었어. 그때 결혼식장에서 축하 연주를 해드렸지. 새 출발하는 분을 위해 연주했던 그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아.


- 다른 분들과 합주하신 적도 있으신가요?

음악실에서 할 때는 회원들이랑 자주 같이 연주하지. 색소폰 여러 대가 한 번에 울릴 때 그 소리가 참 좋아.


- 색소폰 외에 해보고 싶은 악기가 있으신가요?

지금은 드럼이야. 내 아내가 드럼을 잘 쳐. (웃음)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아. 스트레스도 풀리고.


- 즐겨 연주하는 곡이 있으신가요?

트로트 곡도 많이 하고, 처음 배운 곡이라 그런지 ‘솔개트리오 – 아직도 못다 한 사랑’이 제일 애착이 가. 요즘은 '임영웅 -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도 자주 하고.


- 연주할 때 어떤 옷차림을 선호하시나요?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서 편한 복장이 제일 좋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이 딱이야. 색소폰 고리로 쓰는 나비 모양 스트랩은 아내가 선물해 줬지.


- 색소폰을 통해 남은 특별한 기억이 또 있을까요?

동탄 북광장에서 아내와 야외무대 공연을 했던 게 기억나. 나는 색소폰, 아내는 드럼! 지나가던 사람들도 구경하면서 즐겁게 연주했지.


-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무대가 있으신가요?

취미로 하는 거니까, 무대 욕심보단 즐기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아.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요양원이나 병원 같은 곳에서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싶어. 음악으로 즐거움을 나누는 게 가장 보람 있을 것 같아.


-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나의 행복’이라고 얘기를 하고 싶어. 젊었을 땐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고, 참 고생도 많았지. 그런데 지금은 빚도 없고, 내 집도 있고, 가족들도 건강해.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다 할 수 있고. 그래서 늘 말해. 지금이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금이 제일 좋아.


- 나이 들며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아무래도 일을 줄이니까 내 시간이 많아졌어. 요즘은 제빵도 배워볼까 생각 중이야. 딸들이 자기들 체중 조절 못할 것 같다고 말리지만. (웃음) 그래도 아직 열정이 많아. 사정이 허락된다면 하나씩 더 배우고 싶어. 바리스타도 해보고 싶고.


-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남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 우리 때는 어른들 눈치 많이 보고 살았거든.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잖아, 다들 개성도 넘치고. 공부가 전부가 아니야. 자신이 재능 있다고 느끼면 그 길로 가보면, 결국엔 길이 열릴 거야.


- 가장 애정하는 물건이 있나요?

제일 아끼는 건 우리 마누라지. (웃음) 그다음은 딸들, 그리고 내 색소폰이지. 집에 오면 이 공간도 참 아끼지. 여기가 내 아지트니까.


- 오늘 어떤 모습으로 사진에 담기고 싶으신가요?

나는 평범한 사람인데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니까 참 고맙고 신기해. 그래서 오늘은 즐겁게, 웃는 모습으로 남기고 싶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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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 편집 인하연

편집 이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