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인간, 1. 추천된 점심 메뉴를 먹는 기분

"당신이 좋아할 맛"이라며 배달 앱이 골라준 음식

by 닥터 F

오후 12시 5분. 사무실의 공기는 미묘하게 들떠 있다. 오전 내내 모니터의 청색광에 절여져 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생존'을 위한 재충전, 즉 점심 식사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이다. 하지만 나는 엉덩이를 떼지 않는다. 엘리베이터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할 기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배달 앱을 켠다. 화면 중앙에는 익숙한 문구가 뜬다. "김철수 님, 오늘은 매콤한 게 당기시죠? 이 메뉴 어떠세요?"


소름 끼치게 다정한 목소리다. AI는 내 지난 3개월간의 주문 기록을 바탕으로 최적의 메뉴를 제안한다. 화면에 뜬 것은 '직화 제육 덮밥'이다.


나는 잠시 망설인다. 사실 나는 오늘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앱은 내 망설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듯, 제육 덮밥 아래에 **'예상 만족도 98%'**라는 숫자를 붉은색으로 띄운다. 그리고 덧붙인다. "지난번 주문 시 별점 5점을 주셨던 메뉴입니다."


나의 희미한 기호(샌드위치)보다 데이터가 증명하는 확신(제육 덮밥)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나는 저항할 의지를 잃고 '주문하기' 버튼을 누른다. 메뉴 선정에 들어가는 불필요한 고민 시간, 즉 '비효율'을 제거했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30분 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밥이 책상 위에 놓인다. 뚜껑을 열자 익숙한 MSG의 향이 코를 찌른다.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는다.


맛있다. 젠장, 맛있다. 앱의 예측대로 적당히 매콤하고, 적당히 달달하다. 내 혀가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쾌락을 느끼는지, 이 알고리즘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기계적으로 숟가락을 놀린다. 씹고, 삼키고, 다시 씹는다.


그런데 세 숟가락째 먹었을 때, 돌연 정체 모를 비참함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왔다.


이것은 식사인가, 아니면 주유인가. 나는 내가 원해서 이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너는 이런 맛을 좋아해"라는 데이터의 명령을 수행하고 있는 것인가.


과거의 점심시간은 '모험'이었다. 맛없는 식당에 들어가 실패를 맛보기도 하고, 우연히 들어간 골목 식당에서 인생 맛집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실패와 성공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나의 취향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만들어진 나만의 영토였다.


하지만 지금 내 앞에 놓인 이 완벽한 제육 덮밥에는 '나'가 없다. 오직 나의 데이터 패턴을 분석해 도출한 최적값만이 존재한다. 나는 내 입맛조차 알고리즘에 외주를 줘버린 셈이다.


"맛있어?" 옆자리 동료가 묻는다. 나는 입안 가득 밥알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네, 딱 제가 좋아하는 맛이네요."


거짓말은 아니다. 나는 이 맛을 좋아한다. 하지만 슬프게도, 내가 왜 좋아하는지는 잊어버렸다. 그저 데이터가 그렇다고 하니까, 나는 좋아하는 척하며 씹고 있을 뿐이다.


그릇을 비우는 데는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포만감이 밀려왔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허기졌다. 그것은 위장의 배고픔이 아니라, 주체성에 대한 굶주림이었다.


빈 플라스틱 용기를 씻어 분리수거함에 넣으며 나는 생각했다. 오늘 나는 점심을 먹은 게 아니다. 나는 알고리즘이 떠먹여 준 '취향'이라는 이름의 사료를 얌전히 받아먹은 것이다.


오후 1시. 다시 업무가 시작되었다. 배달 앱이 알림을 보낸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나요? 디저트로 아이스 아메리카노 어때요?"


나는 화면을 꺼버렸다. 그리고 탕비실로 걸어가 믹스 커피를 탔다. 설탕 비율을 엉망으로 맞춰서 아주 맛이 없는, 하지만 온전히 내가 타서 마시는 그 텁텁한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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