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정하 May 06. 2018

이름을 더 이상 고민하지 않을 것

사막의 모래 한 알을 들고 이게 사막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나에겐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면들이 공존한다. 그 다양한 모습들이 모두 나이고, 그것들 사이에서 고민하는 것도 나 다운 거라고. 한참 고민하는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말했다.


그러고보니 나의 사회적인 지위와 역할이 갖는 여러가지 이름들-딸,언니,친구,동기,여자친구,선배,후배,제자,빵집 알바생-이 나의 전부를 표현할 수도 없다. (그 이름들이 내 전부라면 너무 슬플 것 같기도 하다.) 늘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고 살겠지만, 그 관계가 나의 전부, 나를 표현하는 전부는 아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름들을 고민하는 짓을 멈추기로 했다. 그걸 머리 아프게 백날, 천날 생각하고 또 아파해봤자 나 자신을 한 단어나 한 문장, 어떤 글로도 정의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름 속에서 의미를 찾고 내가 그 위치에 그 역할으로 있는 이유를 찾으려고 해봤자, 그 이름 하나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으니까.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는 그 시간에 차라리 나를 많이 좋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방법을 다시 찾았다. 모래 한 알도 어차피 사막에서 가져온건데, 그게 어떤 이름에서 온 한 알인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매거진의 이전글 결국, 돌아갈 곳은 내 작은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