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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코와 몸과 마음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가 주장한 몸과 마음에 대한 의문점들

by 이정하
우리는 '인간'을 '몸'과 '마음' 이라는 이분법적인 요소 둘로 나눌 수 있을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Foucault)는 사회가 근대로 접어들면서 (한 시대를 어떤 시대상을 기점으로 '근대'라고 부르는 것도 어쩌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이 이야기는 다른 글을 통해서 다룰 것이다.) 사법적인 형벌과 징벌이 간소화 되면서 형벌제도의 대상, 그러니까 사법의 영향력을 갖는 대상이 '신체'에서 다른 것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그것은 바로 '정신'인데, 여기서의 '정신'은 '마음', '사고', '의지', '성향' 등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프랑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였던 마블리(G. de Mably)는 '신체'에서 '정신'으로 그 중심이 이동했다면 징벌은 신체보다는 정신에 가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신체'와 '정신', '몸'과 '마음' 으로 인간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방법은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육체와 그렇지 않은 정신과 사상, 그리고 인간의 가치관은 태생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두가지를 칼로 자르듯이 딱 잘라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할까? 또, 그렇게 바라볼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을까?


푸코는 <감시와 처벌>의 1장 '수형자의 신체'에서 기능론적인 면모들-휴머니즘의 진보와 인문과학의 발전-에 근대정신의 역사가 빠지지 않기 위한 몇가지 연구 규칙을 제시했다. 그 중 네번째 규칙은 '정신'의 등장으로 인해 본래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권력관계의 '당연하지 않음'이 밝혀짐에 따라, '신체' 를 공격하는 방식이 바뀌었는지를 탐구해는 것이다. 기존 권력관계가 변화하면서 '신체' 가 공격받는 방식이 달라진다면, 그리고 그 권력관계가 변화한 요인이 '정신'의 등장이라면, '신체'와 '정신'은 어떻게든 연관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근대에 권력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요인이 '정신'의 등장이라면, 그 전에 정치적인 관계에 있어 더 확실하게 존재했던 '신체'는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신체'는 확실히 기존의 관계에서 정치의 지배를 받았다. 지배를 받은 한 개인(의 신체)은 징벌 또는 형벌이 '그렇다'고 하는 것에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한 현상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것이 개인이 아닌 거대한 사법권인 것이다. 하지만 '정신'의 등장과 함께 징벌 또는 형벌이 '그렇다'고 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게 되었고, 존재감을 심하게 드러낼 수 있었던 것들이 더 이상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당연했던 것의 당연하지 않음을 알게 된 개인이 존재하는 이상, 다수의 개인이 갖고 있는 의식에 반하는 권력관계가 점점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이를 '신체'가 하지 못한 것을 '정신'이 해냈다고 생각하는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신체'가 하지 못한 것을 '정신'이 한 것은 맞지만, 해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정신'이 '신체'가 하지못한 권력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맞지만, '정신'이 '신체' 또한 보지 못한 또 다른 무언가를 놓쳤다고도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은가. 같은 인간의 '몸'과 '마음' 중 하나는 어떤 것을 잡고, 다른 하나는 다른 어떤 것을 잡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순적이게도 '정신'과 '신체'가 놓친 것은 같다고 볼 수 있다. 바로 권력관계의 본질이다.


'신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정신'이 발견했다고 해서 권력관계의 본질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스펙터클(만인이 한 사람의 권력자를 우러러 보는 것)의 사회를 기준으로 두고 보았을 때, 과거와 현재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당연해보이는 것들 중 '당연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당연한 것'을 각자, 그리고 모두가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신체'와 '정신'을 완전히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과거보다 현재가 더 사고가 깨었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된것이 '신체'와 '정신'의 구분으로만 설명이 가능한지도 의문이 든다. 인간 자체는 항상 '신체'와 '정신'이 함께 존재했고, '신체'만 존재하거나 '정신'만 존재하는 시대는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의 진보 없이 '신체'에 이은 '정신'의 등장으로만은 근거가 부족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권력의 적용지점이 이동하고, 적용방법이 변화한 것이 단지 '정신'이 처벌제도의 무대에 등장해서가 아니며, 굳이 그 둘을 나누게 된다면 '신체'가 이루지 못한 것과 '정신'이 이루지 못한 것이 같아야함을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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