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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하 May 25. 2017

"여기서 빨간색을 찾으세요"

'빨간색을 찾으라'고 누가 말했나?

며칠 전에 학교에 오신 꿈쟁이 김수영씨의 강연을 들었다.


강연 끝무렵에 하나의 과제를 내주었는데, 강연을 듣고 나서 당장 집에가서 당신이 한 것처럼 버킷리스트나 자신의 꿈목록을 작성하는 과제였다. 당신은 과제를 내주면서 작은 것이라도 삶에서 실천하고 행동하면서, 작은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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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과제를 비롯한 많은 것을 떠나서, 강연을 듣고 나서도 나는 '꿈'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당신이 말한 '꿈의 가난'을 나는 매번 생각하고 또 되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해보지도 않고 '설마'와 '혹시'를 많이 말하는 사람이었다. 쉽게 말하면 그것들의 원인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른 말로는 미래가 꿈으로 가득 찬 당신과는 달리 이게 진짜 내 꿈인지, 아닌지 구별해야할 것들로 가득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데에 거치는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시선과 기대를 구별하는 것은 나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강연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방법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원치 않는 것이 눈 앞에서 사라진다는 말, 그러니까 이 공간에서 빨간색을 찾으라는 말을 들을 때, 순간적으로 빨간색만 찾게 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연을 들으면서 빨간색을 내가 왜 찾아야 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빨간색을 찾고 싶을 때, 빨간색을 찾게 될 것을 굳이 다른 사람이 '빨간색을 찾으라'고 말한 것에 반응하고 행동하고 싶지 않았다. 


연장되는 나의 고민은, '빨간색을 찾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것이 내 마음의 소리인지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지 구별하는 방법을 찾지 못한 것이었다. 강연에서 온전히 나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어떤 선택을 하기 전에 그것에 대한 내 목소리와 남의 속삭임을 구별하는 것, 우리가 빨간색을 찾으라는 소리를 들을 때, 그것을 찾기 전에 생각해보아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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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쉽게도 많은 것에 도전하고 여러가지 일을 좋아하는 당신과 다르게 한가지를 깊게 파고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의 경우에도 헤이즐넛에 꽂히면 헤이즐넛만 한동안 먹었고, 노래도 우효의 노래가 좋을 때 연속재생 버튼을 눌러 우효의 노래만을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것들을 주저없이 도전하는 당신과는 삶의 방식이 많이 달랐다. 나에게는 선택 하나하나가 소중했고, 선택 하나로 나의 삶에서 한동안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 빨간색을 찾으라고 말한다고 해도, 그 말을 듣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 전에, 나는 그것이 내 목소리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싶다. 일상에 닥쳐오는 수많은 기회들을 잡는 것도 가치 있고,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잡는 것이 낫다고 말하지만, 그 기회를 잡는 것이 진짜 내가 원해서 잡는 것인지, 기회를 버린다고 한다면 진짜 내가 버리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생각하는 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나중에 내가 이 일을 원해서 하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때 오늘의 이 빨간색의 이야기가 떠오를 것이다. 빨간색을 찾으라고 한 것이 누구였는지 이미 선택의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빨간색이든 파란색이든, 나는 내가 원하는 색을 찾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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