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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험설계사 홍창섭 Jun 24. 2020

Part 6 보험 영업 1년 차-시련

챔피언이 아니어도 괜찮아

                                                                                                                                                                                                                                                                                                   

지난달까지 오직 00 씨 리쿠르팅만을 생각하다가, 아무 준비도 없이 라이프 ***로 막상 턴을 하고 보니 정말 만날 사람도 없고, 할 일이 하나도 없었다.


세일즈 매니저를 하다가 라이프 플**로 턴을 하게 되면, 그전에 미리 보험 상담도 하고, 약속도 잡고,

최소한 계약을 할만한 몇 건 정도는 준비하고 했어야 했는데, 난 전혀 생각이 없었다.

어찌 되겠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막상 라이프**로서의 첫날이 시작되니 정말 답답하고 뭘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다.


(당시 푸르**의 세일즈 매니저는 회사 규정상 영업을 전혀 할 수가 없었고, 리쿠르팅과 트레이닝, 팀 관리의 일등만 하는 사람이었기에, 나도 세일즈 매니저를 하는 동안에는 전혀 보험영업 및 영업을 위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었다)



첫날부터 어떤 스케줄이나 만날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사실 대안이 없어서, 라이 프플**가 좋은 직업이긴 하지만, 아무런 자신감 조차 없이, 나에게 계약을 한 분들을 배신하고 차마 그만둘 수 없어서 시작한 보험영업이었다. 그래도 만나기 가장 편한 사람들을 찾아가서, 다시 또 영업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 또한 굉장히 곤혹스러웠다.


 '이제 또 영업하나' '세일즈 매니저가 좋다면서?'


2년도 채 안된 시간 동안에 영업에서 세일즈 매니저로 다시 영업으로 바뀐 신분에 지인들도 혼란스러워했다.


편한 지인들은 이미 적은 보장의 계약이라도 나의 고객이었고, 그간 새로 사귄 사람들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험 지식이 엄청 늘었던 것도 아니고, 영업을 다시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조차도 안 한 상태였기에 정말 만날 사람이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당장 계약을 할 만한 사람이 하나도 안보였다.



물론 내 핸드폰에는 아직 연락을 하지 않았거나, 예전에 상담은 했지만, 계약을 하지 못한 지인들이 많았다.


머리로는 항상 '내가 하는 일은 옳다' ' 이제라도 연락을 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차마 연락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직 내가 보험 설계사로서 그들 앞에 선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고 자존심 상했다.


천하의 홍창남이, 아무리 내가 원해서 선택한 직업이라 해도, 보험 설계사가 되어 그들에게 보험을 구걸(?)하는 게 너무 속상했다. 고객이 먼저 연락이 와서 계약을 하게 되기만을 바랬다.


그렇게 아무런 실적도 없이,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던 중, 그때 담당 SM님과 마지막으로 파이팅을 해보자면서, 아직 못 만났던 지인들에게 연락을 해서 내 소식을 전하기로 결의를 다졌고, 도저히 나 혼자는 못할 것 같아서 에스엠님이랑 같이 다니면서, 지인들께 인사를 드렸고, 그러다가 다시 00 씨에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



리쿠르팅을 하려고 했던 후보자였고, 그 앞에서 엄청 멋있는 척 여유가 있는 척, 성공한 척했었는데, 이제는 계약을 하러 가기가 그땐 정말 부끄럽기도 했지만,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면서, 오랜만에 인사도 하고, 같이 와준 세일즈 매니저 형님의 지원을 받아 어렵게 보험이야기도 꺼낼 수 있었다. 우려했던 대로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후배들을 소개받는 성과를 낼 수 있었기에, 만족스러운 상담이었다. 조금 용기와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데, 이내 00 씨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나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만났을 때 조금이라도 억지로라도 보장을 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후회, 아쉬움, 그리고 또 슬픔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래도 생명보험 전문가라고 하면서, 생각해보면 당연히 못할 걸 알고 너무 일찍 포기했던 건 아닌지, 내가 제대로 설득했으면 단돈 만 원짜리 정기보험(사망보장)이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둘째 돌잔치를 앞두고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00 씨를 생각하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한편으론, 나에게 이런 시련이 온 것은 이제라도 일을 제대로 하라는, 생명보험의 전도사로서, 이 일을 하게 된 목적을 잊지 말고, 그간 부끄러워서, 자신 없어서 못 만난 지인들에게도 자신 있게 연락을 해서 이야기하라는, 하늘의 뜻이라 믿고, 용기를 내서 연락을 하고 만나기 시작했다.


'내가 망설이는 동안 제2 제3의 00 씨가 나올 수 있고, 이 이야기는 나 말고 해 줄 사람이 없다. 내가 해야 한다.'



그러나 나의 라이프 플**의 삶은 역시 쉽게 풀리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보면, 이런 계기를 통해, 내가 각성을 하고, 이후 큰 성공을 이루어야 하는데, 나는 더 깊은 수렁에 빠졌다. 당시 아직 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덜하던 그때, 정말 연락을 하기 싫던, 자존심 상해서 다음에 성공해서 연락을 하고 싫었더, 대학교 다닐 때 내가 많이 도와줬던 후배에게 연락을 했다. 그 후배는 힘든 과정을 거쳐 지금은 아주 잘 나가는 법조인으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졸업 이후 연락이 끊겼던 은인이었던 선배의 연락에 반가운 마음에 흔쾌히 나왔지만, 후배는 나에 대한 실망감만 잔뜩 가진채 우리는 지난 추억을 다 잃었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아마 이랬던 거 같다.


그 친구도 부모님이 안 계셔서 힘들게 공부를 했으니, 그 후배에게도 생명보험의 가치를 이야기해서, 이제라도 꼭 준비를 할 수 있게 이야기를 해야 한다. 최소한 내가 보험일을 한다는 걸 공식적으로 이야기해서, 추가 계약이라도 할 수 있게, 그 친구의 정보를 받아야 한다 이런 목적은 장했지만, 당시 내 내면은 너무나 잘 나가던 후배 앞에 잔뜩 주눅이 들고 쪽팔려서, 자신도 없고, 겁이 난 상태였다.



그래서, 무턱대고, 몇 년 만에 만난 후배에게 내 친한 동생이 갑자기 죽었다고, 보험이 하나도 없어서, 남겨진 가족이 너무 힘들다고, 너도 준비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친구한테 보험 넣으라는 이야기를 제대로 안 했더니 그 친구는 죽었고, 내가 이야기해서 가입한 친구들은 안 죽었으니, 너도 그래도 내가 참 좋아하는 후배니까, 이제라고 내가 보험 가입을 권하니, 꼭 가입하라고 했던 거 같다.


그 후배는 아무리 친했고 고마웠던 선배지만, 당황해하면서 화를 냈던 거 같다.


아니 갑자기 찾아와서 나한테 보험을 안 넣으면 죽는다는 이야기 하는 게 말이 되냐면서, 황당해하고 실망하던 후배의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이후 사과할 틈도 없이, 다시는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돌아보면 그때 만났던 사람들에게 다 이런 식의 상담을 했던 거 같다.


'내 친한 동생이 갑자기 죽었는데 내가 그전에 보험 상담을 했음에도 자신 있게 생명보험의 중요성을 말 못 하다가 결국 아무 준비 없이 죽었다. 남겨진 가족이 너무 힘들고 나도 미안하더라. 그래서 내가 미처 생명보험의 중요성을 이야기 못해준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꼭 준비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나를 믿고 꼭 준비해라'




지금은 그때 실패한 이유를 안다. 아무리 맞는 이야기라도, 듣는 상대방이 기분이 나쁘거나, 공포를 느끼게 해서는 절대 보험가입을 할 수가 없다. 이런 이야기는 그래서 더 자신 있고 당당하게, 밝게 하지 않으면 굉장히 기분이 나쁜 이야기인데 나는 당시 아직도 슬픔에 잠겨 있던 나는 다 죽어가는 얼굴로, 슬픈 목소리로 너 생명보험 안 들면 죽고 가족들은 불행 해질 것이라고 협박을 하고 다녔던 거 같다.




사람들이 나를 피하기 시작했고, 변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나는 정말 용기를 낸 만큼 더 힘들어졌다.



실적은 계속 없고, 월급이 나오지가 않았다. 이대로면 다음 달 월급도 없을 예정인데, 용기를 낼수록 상황은 더 나빠졌다. 내가 아는 것 생명보험뿐인데, 그래도 내가 제일 믿는 건 생명보험인데, 이 이야기를 할 수가 없으니 오히려 이야기를 하면 안 되니, 도저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두 아이의 외벌이 가장이 계속 월급이 0원인데, 그간 벌어놓은 재산도 없는데, 계속 빚만 늘어났고, 그렇다고 딱히 달라질 희망도 없었다.



어떡하든 내 마음속의 슬픔을 몰아내고, 무기력증을 벗어나야 했다, 아무리 밤마다 각오를 다져도 잘 되지 않았고, 결국 우울증인가 싶어 용기를 내서 정신과를 찾아갔다.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 했다.


우울증 검사지를 체크하고, 의사 선생님의 상담을 마치고, 그분이 말씀해주셨다. 그냥 지금 슬픈 시기고 슬퍼하시라고, 억지로 괜찮은 척 극복하려고 말고, 힘든데 슬픈 상황 맞는데, 그냥 다 내려놓고 지금은 슬퍼하면 된다고. 우울증까지는 아니고, 지금 너무 힘들면 약 처방을 해줄 수는 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니 좀 더 슬픈 하는 시간을 보내고 그 뒤에도 계속 안 나아지면, 다시 오라고 했다.



그냥 내가 억지로 괜찮은 척할게 아니라 맘껏 아직은 슬퍼하고, 힘들어도 되는 시기라고 해준 그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내가 우울증이 아니구나. 내가 의지가 약해서, 책임감이 부족해서 이렇게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일을 못해도 자책을 안 해도 되는 시기라고 말해줘서 너무 좋았다. 그러고 며칠을 자고, 충분히 슬퍼하고 나니 세상이 보이고,  여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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