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좌식이든 바디스캔이든
명상을 하면 갑자기 졸려요.
깜빡 잠이 들기도 하고요.
바디스캔을 할 때는 거의 100% 확률로
잠이 들었다 깨고,
좌식 명상을 하다가도 꾸벅하고
깜짝 놀라 일어납니다.
이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많은 명상선생님들이 말씀하십니다. MBSR 명상 중 '바디스캔'명상이 있는데요.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이 바디스캔 명상을 시키면 매우 높은 확률로 잠든다고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불면증까지는 아니었지만 항상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런데 약 30분 남짓 바디스캔 명상을 하는 동안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잠들었다 깨어나곤 했죠. 한 번은, 그룹명상 시간에 한 분이 코를 골면서 주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명상 끝에, '오늘은 한 번도 졸지 않아서 신기했다'라고 말씀하시기에...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됐어요. 이상하게 바디스캔 명상 중에는 잠들었다 일어나면서도 스스로 깨닫지 못했던 경우들이 있었거든요.
바디스캔 명상은 매우 단순한 명상입니다. 편안하게 바닥에 누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체 부위들을 자세히 느껴주기만 하면 돼요. 매우 쉬운 명상처럼 보이지만, 저에게는 참 어려웠는데... 그건 다음에 또 말씀드려 볼게요.
아래에 영상 두 편을 추가해 두었으니, 시간 되실 때 한 번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일어나기 힘든 날 아침에는 침대에 누운 채로 하거나, 아주 몸이 무겁고 피곤한 날에는 오후 3-4경에 잠시 낮잠을 위해서, 대체로는 밤에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합니다. 그러면 몸이 가벼워지거나, 좀 더 편안해져 잠이 잘 오기도 하거든요.
https://youtu.be/HUs1JPVsfiA?si=sYXcqPMB1czZJ2IW
https://youtu.be/GBBh694I1bw?si=ixXIywSDTip6jsUi
바로 이 글을 쓰기 시작하기 전에도 좌식 명상을 했는데, 저도 모른 사이에 꾸벅하고 졸아버렸습니다. 그래서 졸음과 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A. 그럴 수도 있습니다.
졸 수도 있고 잠들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자지 않으려는,
깨어서 알아차리려는
의도를 가지는 게 중요해요.
먼저, 가장 확실하고도 단순한 이유는 '피곤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어느 정도의 피로감을 느끼고는 있어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계속해서 부족하게 느껴지니까요. 실제로 매년 사람들의 완벽주의 경향이 강해진다는 연구들도 많습니다. 아래 그래프는 '완벽주의'라는 키워드가 들어간 연구 논문들의 수를 연도별로 표기한 것인데... 그 이전에 비해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증가한 양상을 보입니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과 궤를 같이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조금 더 공부 잘하는 옆집 철수나 좀 더 예쁜 뒷집 영희 정도만 신경 썼다면... 인터넷이 생기면서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똑똑하고, 잘생기고 예쁜, 게다가 돈도 많은 이들까지 신경 쓰게 됐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라면... 안 피곤한 게 외려 이상해 보이기도 할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명상이라는 '고요한' 활동을 시작하면 긴장이 풀리면서 스르륵 잠에 빠져드는 것이죠.
그런데 잠을 충분히 잤고, 명상하게 전에는 쌩쌩했는데 명상만 하면 졸리면서 잠이 든다! 이런 분들도 있을 거예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래서 피곤하든 아니든, 그냥 명상만 하면 졸리고 꾸벅거렸습니다.
MBSR 명상에는 'Doing' 모드와 'Being' 모드로 설명합니다. 참 쉬운 영어단어인데, 혹시 어떤 의미인지 바로 이해가 되셨을까요? 저는 참고로, 이미 예상하셨을 듯 하지만, 이해 못 했습니다. 한참이나 걸렸죠.
'Doing' 모드는 말 그대로 '무엇인가를 하는' 모드입니다. 조금 더 상세하게는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하는' 모드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대체로 기억에 남아있는 어린 시절부터 무엇인가를 해왔습니다. '키 많이 커야'했기 때문에 일찍 자거나 밥을 많이 먹고, 운동도 했을 거고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했을 거예요. '착한 딸/아들이, 아내나 남편이 되어야' 했기 때문에 이런저런 것들도 참아가며 웃어 보이기도 했을 겁니다.
그럼 지금 잠시, 기억을 더듬어서 이렇게 '어떤 목적이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었나 하고요. 저는 가만히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떠올릴 수 없었습니다. 일탈을 하거나 망나니처럼 놀았던 순간도, 그저 그런 순간을 경험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았거든요.
유사한 맥락에서, 많은 분들이 명상을 처음 시작할 때 '조급한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명상을 하는데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내일, 다음 주, 다음 달에 해야 할 일들까지 생각이 나서 마음이 조급해졌다고요.
말 그래도, 우리 대다수는 살아가는 내내 (의도하지 않는다면) Doing 모드로 살다 죽을 겁니다. 계속 무엇인가를 하는 거죠. 그런데 명상은, Being 모드라고 하는, 지금 이 순간에 그대로 존재하는, 현존하는 연습을 하는 건데요. 평생 Doing 모드로 살아왔던 사람이 명상 선생님 앞에 앉아 '지금부터 명상을 하면서 Being 모드에 머무는 연습을 해보자' 하더라도 우리의 신체는, 특히 뇌는 이 의도를 바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숨만 쉬는데... 이게 뭐지? 이제 자려고 하는 건가? 그럼 자야지' 하는 느낌이랄까요?
실제로 명상을 연습하는 초기에는 더 자주, 빈번하게 졸음이 몰려옵니다. 잠이 들기도 하고요. 그러다 점차 '명상'이라고 하는, 'Being' 모드에 익숙해지면서는 조금씩 나아집니다. 우리의 몸과 뇌도 '무엇인가를 하거나, 자거나' 하는 상태 외의 다른 상태에 대해서 학습해 나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은 감각과 운동성으로 세계를 인지해왔던 뇌에게 '명상'이라는 새로운 활동방식을 알려주는 시간이 되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아직도 명상을 하면 졸려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을 때, 또는 피곤해서 잠시 쉬고 싶지만 시간이 부족할 때 명상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바디스캔 명상을 하면서 깜빡 잠들었다 깨어나면 이상하게 개운하고 활력이 느껴지거든요. (참고로 바디스캔은 등을 기댈 수 있다면 의자에 앉아서도 할 수 있어요!)
저는 아직 공부하는 중이기에, 정말 광활하고도 깊은 명상의 세계를 모두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마음챙김 관점에서의 명상 중에는 잠시 졸음이 온다면 졸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꿀잠을 위해 명상을 이용해 보기를 권하기도 하고요. 다 우리가 편안하고 건강하게 먹고살자고 하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