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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피 Jan 14. 2024

Q. 명상 중 다리가 저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Q. 좌식 명상을 할 때 다리가 너무 저려요.

뭐, 다리가 끊어지기야 할까 싶어
가능하면 명상 시간 동안은 버티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여러 가지 명상방법이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명상은 아무래도 앉아서 하는 호흡명상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바닥에 정좌하고 앉아 등을 곧게 펴 척추와 목, 뒤통수가 일직선상에 오도록 하도록 합니다. 짧게는 10분, 길게는 30분-1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한다는 게 정말 쉽지는 않지만... 처음 명상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다리 저림이었습니다.


명상에 대한 이미지가 '동요 없음'에 가까웠기에, 방정맞게 다리가 저리다며 호들갑을 떨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그렇지만 다리가 저린 건 어쩔 수 없었고, 명상시간 내내 점점 무감각해지는 다리를 그대로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기도 했어요. 긴 명상이 끝나갈 때쯤엔 다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을 참느라 기진맥진했고, 그러자면 '아, 이 고통을 참자고 명상하는 건가?' 하며 현타가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렇게 눈치를 보다, 결국 질문을 하고 말았습니다.





A. 무리해서 참고 버티지 않아도 됩니다.

다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알아차리고,
잠시 고통과 머물러 보세요.

그래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기 돌봄'의 의도를 가지고
적당한 자세로 바꾸면 됩니다.

단, 충동적으로/자동적으로
다리를 꼼지락거리거나 펴지는 마세요.




명상은 현재 이 순간 몸과 마음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적절하게 조치를 취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명상 중 경험하는 고통들을 무리해서 감내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죠. 중요한 지점은, 명상 중 발생하는 고통을 그대로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다리가 저린 것 외에도 피부가 가렵거나, 어딘가에서 통증이 느껴질 수 있어요. 그럴 때 '아, 지금 이런 고통이 찾아왔구나'하고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그 통증과 잠시 함께 머물러 주세요. 어떤 통증들은 강해졌다 다시 약해지기도 하고, 어떤 통증은 지속되며 적절한 조치를 필요로 할 수도 있습니다. 알아차린 후에는 스스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세를 바꿔보거나, 담요나 쿠션 등을 이용해서 도움을 줄 수도 있겠지요.


이때 명심해야 할 점은, 고통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충동적이고도 습관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리가 저리다가 습관적으로 다리를 펴거나,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는 것처럼요.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다리가 저리니 다리를 펴볼까?'라는 의도를 가지고 다리를 펴고, '잠시 발가락을 움직여서 풀어줘 볼까?' 하는 의도를 가지고 움직일 것입니다.


이렇게 명상 중 찾아오는 여러 고통에 대해서는 '알아차리고 > 잠시 머물러주고 > 적절한 자기 돌봄'을 하면 됩니다. 만약, '이번 명상시간에는 다리가 저려도 참고 끝까지 머물러 보자'라는 의도를 가진다면, 끝까지는 버티는 것도 괜찮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난 후에는 명상 중 알아차린 여러 가지 불편한 상태를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지치고 힘들 때까지 참고 버티기보다는, 적절한 수준에 건강한 의도를 가지고 적당한 자기 돌봄을 하는 연습을 시작한 것이죠. 이 연습은 명상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의 많은 부분에서도 조금씩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MBSR 명상은 처음 대학병원에서 말기암과 같이 치료 불가능한, 통증을 완화하기 힘든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었습니다. 때문에 위와 같이 조치 가능한 고통 외에 그저 감내하고 버텨야만 하는 고통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후에 다른 주제로 글을 써 볼게요.


그럼, 잠시 생각해 보세요. 혹시 명상 중에, 또는 일상생활 중에 충분히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도 그저 버티는 것이 능사라고 생각한 순간들이 있지는 않았는지요. 그런 적이 있었다면, 잠시 알아차린 후 고통과 머물러도 보고, 적절히 자기 돌봄을 할 수 있도록 행동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나 스스로를 더 아껴주고 보듬어주겠다는 의도와 함께 말입니다.











브런치 시스템을 잘 몰랐는데, 매거진에 썼던 글을 브런치북으로 가져올 수가 없네요. 언젠가 완결이 나면 한 권으로 묶을 수 있다고 하니 이대로 써보고자 합니다. 혹시 앞선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프로필의 '브런치 매거진'을 참고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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