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윤협 작가의 <Seoul flow>
저도 백수, 화초서생도 백수 예정이기에 여러 고민을 나누었습니다. 고정비는 낮추고, 우리가 조용히 생활하기 좋을만한 서울 근처 외곽으로 나가자고요. 그래서 서울 둘레를 빙 돌아 집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아주 좁고 낡았지만 강남 3구 안에 있기에, 비슷한 금액대에서는 무조건 집이 커지고 좋아집니다. 어른들이 말하던 몸테크의 묘미랄까요?
다녀보면 경기도 웬만한 지역들은 다 살기가 좋아 보입니다. 적당한 집들, 적당한 상권, 적당한 공원, (아직 기약 없지만) 적당한 학군...
둘러보다 정말 맘에 드는 편안한 지역을 만나면 이상형 월드컵도 해봅니다. vs 반포? vs 한남? vs 용산? 물론 갈 수도 없는 지역들이지만, 그저 얘기는 해볼 수 있으니까요. 화초서생은 질문을 좋아하고, 저는 보통 별생각 없이 대답하다 휘말리곤 하는데요. 반포! 한남! 용산!! 을 외쳤다가... ‘거기가 왜 좋아?’라는 질문에 답하다 휘말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하이엔드급 서비스를 꼭 고집하지 않는다면 조금 넉넉한 경기도가 살기는 더 좋은 거 아닐까...? 출퇴근 문제가 없다면, 미슐랭 레스토랑 매일 갈 거 아니면, 쇼핑 매일 할거 아니면, 병원 매일 갈 거 아니면, 투자 관점에서도 생각하지 않는다면.... 반박하지 못했지만, 왠지 그래도 서울이 좋고 멋지고 화려해 보이긴 하는데...
그러다 집으로 돌아오는 저녁, 깨달았습니다. 경기도 도로를 타고 오다 서울권에 들어오면 딱 알아차릴 수 있더라고요. 도시의 불빛이 어찌나 반짝이며 예쁘던지. 서울은 화려하고, 무엇인가 살아있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꿈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무엇인가를 만들고 성장시키나 봅니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그럼 서울의 중심가에, 그러니까 1%에 들어갈만한 고급 주거지에 살면 그게 행복일까? 싶습니다. (물론 행복할 거 같긴 합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위해 인생을 보내는 건... 잘 모르겠다 싶네요. 마음속에서는 별 고생 없이 서울 핵심지역에서 살고, 여유 있게 누리는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지만 그런 삶이 주어지지 않은 걸 어쩌겠습니까.
어디에서 사는가는, 정말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 번 가본 적 없는 낯선 동네에도 가보는 중인데, 동네마다의 분위기가 있고 묘하게 사람들의 삶이 엿보입니다. 그리고 주변의 삶에서 영향을 받기도 하겠죠. 이렇게 다녀본 적은 처음인지라, 나름 재미있기도 합니다.
결국 저희는 어디에 살게 될까요? 저도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