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놓치면 후회할 히어로 무비 개봉 라인업 총정리 (~2018)
스파이더맨의 세 번째 리부트 작인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오는 주말 개봉을 앞두고 압도적인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의 새 역사를 쓸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파이더맨이 계속해서 영화화되는 이유는 무엇이며, ‘리부트’의 개념은 무엇일까? 화려한 액션과 영상미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지만, 알고 보면 더 많은 게 보이고 그만큼 재미가 커지는 히어로 무비의 세계로 초대한다.
제목에서부터 리부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오는 7월 5일 개봉한다. 스파이더맨은 마블 히어로 순위에서 언제나 1,2위를 다투는 인기 캐릭터로, 매 시리즈가 개봉할 때마다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14년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이후 3년 만에 선보이는 세 번째 리부트작으로,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2016)에서 대책 없이 쾌활하고 분방한 ‘관종’ 스파이더맨으로 얼굴을 알린 톰 홀랜드가 주연을 맡았다. 더 어리고, 철없고,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허세로 똘똘 뭉친 새로운 스파이더맨이 이번 영화에서 어떤 매력을 선보일지 기대해 보자.
어리고 철없는 스파이더맨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 것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새로운 스파이더맨을 전격 발탁했던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이다. 여기에 합류한 또 하나의 반가운 얼굴은 <버드맨>(2014)으로 연기 인생의 2막을 맞이한 명배우 마이클 키튼. 과거 DC진영의 원조 배트맨이었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세상을 위협하는 강력한 적 ‘벌쳐’로 분해 스파이더맨과 대적한다. 20세기 히어로와 21세기 히어로가 한 화면에서 맞붙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히어로 코믹스에 입문하려면 우선 ‘다중우주론’이라는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이는 쉽게 말하면 ‘여러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것이다. 여러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므로, 캐릭터 역시 여러 개가 동시에 존재한다. 예를 들어 지구 1과 지구 2에 각각 살고 있는 아이언맨은 전혀 다른 인격체다. 특히 코믹스를 영상화한 무비 시리즈의 경우는 코믹스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세상이다. 코믹스에 무비 시리즈의 근간이 있기는 하나, 코믹스와 영화는 전혀 다른 세상이므로 각각이 지닌 고유의 세계관 또한 다르다. 그러기에 “왜 영화와 원작 만화가 다르냐” 하고 딴지를 거는 것은 세상 무의미한 일. 만화는 만화고, 영화는 영화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스파이더맨의 ‘리부트’ 버전. 리부트란 기존의 것을 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것을 뜻한다. 007 시리즈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본드를 영입해 기존 캐릭터의 서사에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처럼, 스파이더맨 시리즈 역시 마찬가지다. 1대 스파이더맨 토비 맥과이어, 2대 스파이더맨 앤드류 가필드, 그리고 3대 스파이더맨 톰 홀랜드는 모두 ‘피터 파커’라는 스파이더맨을 연기하지만, 각각의 스파이더맨은 모두 다른 캐릭터다. 이처럼 리부트 작은 캐릭터는 물론, 스토리 또한 전작들의 연속성을 탈피해 ‘후속’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하나의 본편으로 이해하면 된다.
마블 유니버스와 멀티버스
https://www.youtube.com/watch?v=9b3rnFgexeA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판권은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코믹스의 캐릭터 판권은 모두 마블이 소유하고 있지만, 과거 재정 형편이 어려웠던 시절에 영화화 판권을 여러 영화사에 나눠서 팔아 버렸기 때문. 때문에 <엑스맨>과 <판타스틱4> 시리즈의 판권은 20세기 폭스가, <스파이더맨>은 소니가, <헐크>는 유니버셜이 영화화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계약을 하기에 따라서 캐릭터 사용권을 서로 주고받는 것도 가능하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소니가 판권을 보유한 상태로 마블과 협업을 해서 제작한 케이스. ‘홈커밍’은 (소니에 판권이 팔렸던) 스파이더맨이 다시 집(마블)으로 돌아온 것을 환영한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히어로 무비는 웬만하면 ‘중박’ 이상의 흥행이 보장되는 킬러 콘텐츠다.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만으로도 관심을 끌기 충분하지만, 히어로 무비라면 무조건 극장에서 관람하는 두터운 팬덤이 존재하기 때문. 역대 히어로 무비 중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한 작품은 <어벤져스>(2012)이며, 2위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후속작인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3위는 <아이언맨3>(2013)가 차지했다.(전 세계 흥행 순위 기준, 미국 내 박스오피스 순위와 한국에서의 순위는 또 다르다.) 역시 마블 히어로들의 종합 선물세트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시리즈의 인기가 높은데, 이는 각 히어로의 팬들을 모두 극장으로 불러들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슈퍼 히어로 무비 글로벌 흥행 TOP 10을 살펴보면, 10위 권 내 마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다크나이트>(2008)와 <다크나이트 라이즈>(2012), 그리고 흥행 수익보다 마케팅 비용이 많았다는 불명예스러운 비하인드가 있는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그나마 체면치레를 한 셈. DC는 코믹스에선 마블보다 앞서 있지만, 영화에서는 후발주자라 마블에 비해 연출력과 스토리 면에서 한참 못 미치다는 혹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봉한 <원더우먼>(2017)이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좋은 평을 받으며, DC코믹스에서 앞으로 제작할 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각각의 히어로들의 개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은 그들이 숨 쉬듯이 입고 벗는 ‘슈트’이다. 매 시리즈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며 달라지는 슈트를 관찰하는 것도 히어로 무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 슈퍼맨처럼 스판 레깅스 위에 삼각팬티를 덧입는 단출한 슈트가 있는가 하면, 어마어마한 재력을 과시하듯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단단한 아이언맨의 슈트도 있다. 우주용, 심해용 등 수많은 슈트를 보유한 아이언맨은 평소 몸 안에 내장돼 있다가 필요할 때 피부 밖으로 나와 슈트가 되는 과학적인 듯 비과학적인(!) 슈트도 존재한다.
가난한(…) 히어로 이미지가 강한 스파이더맨은 의외로 슈트 부자인데, 숙주의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심비오트’라는 물질과 결합시킨 ‘심비오트 코스튬’, 강철로 만든 ‘스파이더 아머’, 등 부위에 거미 다리가 달린 ‘아이언 스파이더맨’ 등이 있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은 역시나 ‘글로벌 리치 가이’ 토니 스타크로부터 고급진 슈트를 선물 받는데, 어떤 최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히어로 무비에는 히어로가 맞서 싸워 무찔러야 하는 존재, ‘빌런’이 존재한다. 빌런은 일반적인 악역과 다르다. 악역은 이야기가 악한 이야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빌런은 스스로를 ‘히어로’라 생각하며, 악역이라는 의식 자체가 없다. 주인공인 히어로와 팽팽히 대립하며, 히어로의 입지를 위협하는 위험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기도 한다. 마블과 DC코믹스에는 각각 ‘타노스’와 ‘다크사이더’라는 빌런 끝판왕들이 존재하며, 그들과의 결전으로 가는 길목에서 다양한 빌런들이 명함을 내민다.
전설로 각인된 <배트맨> 시리즈의 조커, 명석한 두뇌와 재력으로 슈퍼맨의 매력을 뛰어넘는 렉스 루터, 빌런인 듯 아닌 듯 빌런 같은 토르의 이복동생 로키와 무심한 듯 시크하게 어벤져스를 괴롭히는 울트론까지. 히어로 무비의 안타고니스트로서 영화의 한 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파탈적인 매력의 빌런들이 차고 넘친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빌런 벌쳐와 쇼커, <토르 : 라그나로크>의 헬라, <저스티스 리그>의 스테픈울프 등 곧 관객들에게 선보일 ‘뉴비’ 빌런들에 거는 기대도 크다.
마블 히어로의 팬덤이 두터운 이유는 틀에 박힌 권선징악의 구도를 벗어난 캐릭터가 많기 때문. 그중 최고봉은 역시 데드풀. 한껏 힙업 된 빨간 쫄쫄이 차림으로 29금 섹드립도 서슴지 않는 그는 애초에 자신이 만화 속 주인공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설정한 캐릭터.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에서 첫 선을 보인 새로운 스파이더맨도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않을 정도로 매 장면마다 수다빨을 세우는 캐릭터다. <가디언즈 오브 더 갤럭시>의 주인공 스타로드도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며, 그와 대립각을 세우는 로켓 라쿤은 원래 도둑이었다가 어쩌다 보니 영웅이 된 케이스다. 원작에서 타노스의 숙적으로 등장하는 드랙스 역시 영화에선 개그 캐릭터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는 그의 비서인 페퍼 포츠와 이어질 수 없는 사이다? 영화에서 둘은 연인으로 이어지지만, 만화 원작에서 페퍼는 토니의 운전수인 해피 호건과 백년가약을 맺는다. 그럼 토니는? 플레이보이 답지 않게 남의 여자가 된 페퍼를 오래오래 짝사랑한다. <토르 : 라그나로크>에서 우주로 간 헐크의 사연도 원작과는 다르다. 만화에서는 헐크를 우주로 추방해 버린 지구의 히어로들의 그에 대한 헐크의 복수극이 펼쳐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헐크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며(…) 우주로 스스로를 귀향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여배우 틸다 스윈튼이 연기한 ‘에이션트 원’은 원작에서 티베트 남성 노인이라는 설정이다.
코믹스와 영화의 차이
https://www.youtube.com/watch?v=3eTstJTW3zU
히어로 무비 관람 필수 팁. 본편이 끝났다고 해서 좌석에서 엉덩이를 떼지 말 것. 다음 시리즈에 대한 예고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살짝 맛보기로 보여주는 쿠키 영상은 MCU의 히어로 무비의 전매특허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도 전작 <캡틴 아메리카 : 시빌워>의 쿠키영상을 통해 전 세계 관객들에게 처음 눈도장을 찍었다. 눈썰미 예리한 관객들은 단번에 파악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두세 번 봐야 눈치채는 각종 ‘떡밥’들도 히어로 무비들의 특징. <토르>에서는 타노스의 무기인 ‘인피니티 건틀릿’이 잠시 스쳐 지나가듯 등장하며, 닥터 스트레인지의 본명인 ‘스티브 스트레인지’는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2015)에서 처음 노출된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뒤를 이을 히어로 무비의 리스트업도 화려하다. 마블의 <토르 : 라그나로크>와 DC의 <저스티스 리그>가 각각 올해 10월과 11월에 출격 예정. 내년엔 무려 8편의 히어로 무비가 개봉한다. 2월 <블랙팬서>를 시작으로 엑스맨 진영의 <뉴 뮤턴트>(4월)와 <다크 피닉스>(11월), 마블의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5월), <데드풀2>(6월), <앤트맨 앤 와스프>(7월), <베놈>(10월), DC의 <아쿠아맨>까지. 한 달 반에 한 번 꼴로 히어로 무비를 볼 수 있다니! 히어로 무비 마니아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