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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Jul 11. 2018

여기는 우리 자리야. 비켜!

몇 해 전에 지하철에서 본 광경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할아버지가 지하철에 타자마자 노약자석으로 돌진하듯이 걸어갔다. 그곳에 한 젊은이가 앉아 있는 걸 보고 호통을 쳤다.

"여기는 우리 자리야"

멋쩍은 젊은이가 일어섰다. 절름발이었다. 옆에 세워둔 목발을 짚고 어렵게 섰다.

     

신문에서 읽은 기사이다. 노약자석에 임신 7월차 여성이 앉아 있었다. 만취한 70대 할아버지가 지하철을 탔고 할아버지가 보무도 당당하게 임산부에게 말했다.

“자리를 비켜라”

임신한 여성은 가방에 ‘임산부 먼저’라는 임산부 배려 표식을 보여주며 임산부라고 설명했지만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할아버지는 “임신 아니면서 임신한 척 하는 사람들이 많다. 진짜 임신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배를 때리고 치마를 들치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도대체 노약자석에는 누가 앉는 자리인가? 노약자석은 노인, 장애인, 만 12세 이하 어린이, 임산부 및 아이를 안은 어머니, 환자와 부상자 등의 교통약자를 위한 자리이다. 노인만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말이다.

노인과 목발을 짚은 젊은이 중에 누가 더 약자인가? 노인과 임신 7개월 차 여성 중 누가 더 약자인가?

     

그런데 왜 노인들은 노약자석에 대한 특권의식이 생겼을까? 60세, 환갑잔치를 했을 정도로 60세까지 살았으면 오래 살았던 시기가 있었다. 노인인구가 없던 시절, 노인은 공경하고 대우받아야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수명이 길어졌다. 60세는 물론 70세  칠순잔치도 하지 않거나 간단하게 가족식사로 대체한다.

     

100세 시대, 120세 시대가 열렸다. 그럼 도대체 몇 세부터 노인으로 봐야하는가? 인구구조상 앞으로 젊은이보다 노인인구가 점점 많아진다.

10명중에 65세 이상 노인이 4명이다.  길거리에 다니는 사람 10명 중 어린 아이, 중고등학생, 대학생, 젊은 사람, 40~50대 중년들보다 65세 이상 노인이 훨씬 많다. 노인 인구가 얼마 없을 때는 특권의식이 있었지만 이제는 아니다.

고령화 사회이다. 앞으로 노인의 숫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노인이라는 사실이 별난 것이 아니다. 노인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일반적 사람으로 인식된다는 의미이다. 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접을 받아야한다는 생각은 버려야한다.

인구학적으로 젊은이가 소수다. 다수의 노인이 소수의 젊은이에게 대접을 바란다는 것 자체가 부당하지 않을까?

     

예전 박카스 광고에서 젊은이가 피곤해서 선 채로 졸고 있었다. 앞에 노약자석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도 말이다. 왜 그 젊은이는 앉지 않았을까? 피곤하면 앉았다가 노약자가 타면 일어나도 되지 않았을까?

대접하는 사람보다 대접받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은 세상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 모든 것이 삐거덕거리며 균형을 맞춰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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