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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똑서 Jul 10. 2018

거품 애벌레

매일 딸과 씻는다. 목욕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놀이도 한다. 그날도 바디 워시를 펌프질해서 양손으로 문지르고 아이 몸을 닦아주었다. 그날따라 몽글몽글하고 큰 거품이 일었다. 거품이 일렬로 나란히 아이 팔에 줄 서있다. 아이는 신기하게 쳐다봤다. 엄마 블로그에 남겨야 한다며 다급하게 아빠를 소리쳐 부른다.    

“아빠, 아빠 빨리 사진 찍어줘~”    

거품이 터지기 전에 빨리 찍으라며 성화다. 얼떨결에 아빠가 사진을 찍었다.

다 씻은 후 찍은 사진을 다시 봤다. 아이는 거품애벌레라고 말한다. 나란히 줄 서 있는 거품은 정말 애벌레처럼 보인다.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움은 바로 신비로움이다. 신비로움은 모든 참 예술과 과학의 근원이다.”고 했다. 항상 같은 일이 반복되는 중에는 분명 낯설고 신비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른의 눈에는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아이들에게는 그것을 신비롭게 볼 줄 아는 낯선 눈을 가졌다.    

그냥 일상이다. 별일도 아니라며 지나쳤을 일을 아이는 특별하게 본다. 아이는 평범한 일상을 새롭게, 신비롭게 보며 신나한다. 별일도 아닌데 소란을 떤다. 일상이 전부다”라고 말한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 떠올랐다. 일상이 모여 삶이 된다. 일상을 신비롭게 보는 눈, 그걸 닮고 싶다. 그런 아이를 지켜보며 둔감해진 나의 감각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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