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홈스쿨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 Oct 30. 2019

일주일에 한 번은 도서관

나에겐 소중한 도서관.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나는 책을 읽고 요약하고 이것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책 중에서도 영어로 쓰인 원서를 가지고 일한다. 하루에 적어도 2시간은 책을 읽고 챕터 정리를 하는 일을 한다.


내 인생에 책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 책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가족 중에서도 책을 즐겨하는 사람이 없었다.

집에는 항상 TV 소리가 BGM같이 들렸다.

요즘도 부모님은 거실에 하나, 안방에 하나 각각 TV BGM을 틀어놓으신다.


그럼 나는 언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건가?

둘째를 임신하고 우울감에 사로잡힌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 집 바로 옆에 우연히 도서관이 있었고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배불뚝이 임산부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몇 시간이고 그곳에 있었고 항상 돌아올 때는 대여한 책을 손에 쥐고 왔다.


그때 도서관이 없었다면 나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 나의 심리상태로는 어딘가로 멀리 나가서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냥 그렇게 우울감에 사로잡혀 내 커리어는 끝났다고 한탄만 하며 그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도서관에 가면 기분이 좋고 마음이 편하다. 서점하고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흥미로운 책들이 가득하고, 원하면 빌려올 수도 있고, 별로 마시고 싶지않은 커피를 시키고 앉아서 눈치 보며 책을 읽을 필요도 없이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좋아하는 도서관을 아이들도 좋아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다.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나 외로울 때, 슬플 때, 그렇지만 누구랑 얘기하고 싶지는 않을 때 그럴 때 도서관을 찾아온다면, 분명 책은 아이들에게 정확한 답은 주지 못하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매주 화, 금 중에 하루는 도서관 가는 날로 정하고 화요일인 오늘, 동네 도서관을 찾았다. 안타깝게도 집 근처에는 도서관이 없음을 깨닫고 마을버스를 타고 갈 수 있는'솔밭도서관'을 찾았다. 안타까움도 잠시, 도서관에 가는 그 길이 너무도 dreamy 해서 뭔가 꿈을 꾸는 느낌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럴 정도로 좋았다.


다른 길도 있지만 마을버스를 타러 일부러 집 뒷산에 올랐다. 그 뒷산은 서달산이다. 서달산의 유아 숲 체험장을 지난다. 가는 길에 아이들은 밧줄을 타고 위에 올라가 봤다. 그렇게 하고 이동하여 또 산속 운동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훌라후프를 몇 번 돌리고 다시 걸었다. 단풍이 너무나 아름답게 들어있었다. 그렇게 걸어서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마을버스를 타고 가는 그 길. 산꼭대기에서 하강에서 상도동을 지나 사당으로 가는 길. 나무로 울창한 그 길을 지나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방이 나무들. 버스 안의 색들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내리니 도서관이다. 바로 앞에 내려줘서 길만 건너서 들어갔다. 바로 2층에 (1층이 없고 2층부터다)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다. 들어갔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덜 밝아서 (채광에 민감하다. 1층에 살아서 햇빛을 더 갈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쉬운 듯했으나, 몇 분 지나자 참 괜찮은 곳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오는 것도 편했고, 아늑했다.

그냥 평면이 아니라 올라가는 계단도, 내려가는 계단도 있다. 중간중간 동그란 큰 원의 책 읽는 공간도 있다. 가운데에는 핼러윈 데코도 되어있었고, 앉아서 읽을만한 곳이 많았다. 또 하나 좋은점, BGM이 흐르고있었다. 적막한 도서관이 아니라, 서점같이 음악이 흘러나왔다. 밝은 재즈풍의 음악이었다.


읽다가 오후 4시쯤 되니 블라인드가 걷히며 밖의 나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좋았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혼자 책을 보기도, 나에게 읽어달라고도 하였다. 분명 이곳은 나와 아이들이 자주 올 곳이라는 감이 왔다.

아이들 책 3권을 빌리고 4층에서 여행 관련 책을 잠시 보기 위해 4층 바로 옆에 붙어있는 야외 공간에 아이들을 풀어놓고 가져온 새우깡을 띁어주었다. '엄마 빨리 책 빌려서 나올게. 여기 있어.'

좋았던 것이, 4층 도서관의 통창으로 야외 공간이 보이기 때문에 나는 힐끔힐끔 아이들을 체크할 수 있었다.


여행 관련 책을 찾는 이유는 한 달 살기 때문이다. 빨리 정하지 않으면 화를 낼 몇몇 사람들이 있는데, 계속 이렇게 결정이 늦어지는지 모르겠다. 가끔 어떤 것들은 왠지 모르게 계속 결정을 미루게 되는 것들이 있다. 집에 인덕션 설치를 해야 하는 것을 2달째 미루고 있는 것과 같이 말이다.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미루고 있는 것들이 있다. 플로리다 관련 책이 있었음 했으나 찾지 못하여 호주 여행 책과 캔쿤 책을 빌렸다. 그렇게 최대 대출 수량인 5권을 꽉 채워 나왔다.


도서관에서 나오자 바로 마을버스가 보여 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있잖아. 물어볼 게 있는데... 엄마가 요즘 일한다고 아침에 계속 늦게까지 일하잖아. 그래서 너네 공부도 일찍 못하고.. 좀 심심하지 않아? 유치원에 다니면 친구들도 만나고 재밌는 것도 배우고 그러는데...'


이 질문을 하고 솔직히 걱정이 되었다. '정말 심심하다고 하면 어쩌지? 유치원 가고 싶다고 하면 어쩌지? 난 이제야 좀 적응되가는데... 더 잘할 자신 있는데.'


둘 다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 안 심심해' '응 엄마 안 심심해' 그 이상의 부연설명은 없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역시 쏘 쿨해. 우리 아들들은.

왠지 모를 안심이 되었다.


사실 그다지 심심해 보이진 않는다.

첫째는 시간만 나면 그림을 그리느라 바쁘고, 둘째는 장난감도 갖고 놀기도 하고, 나에게 싸이 음악을 틀어달라고 하고는 신나게 춤을 춘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싸이의 Daddy란 노래다). 그러다가 또 둘이 맘이 맞으면 레고를 하거나 미친 듯이 뛰어다닌다. 옛날엔 아이들이 정신없게 하면 일에 집중이 안되었는데 이젠 서재 방을 열고도 난 내 일에 집중을 한다. 해야만 하기에. 그렇게 셋이 공존이 익숙해지고 있다.


북클럽 하나를 종료해서, 잠시 약간의 휴식시간이 더 생겼다. 홈스쿨링에 좀 더 신경 쓰고, 그리고 정말. 한 달 살기 빨리 결정해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에 여유를 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