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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 Sep 15. 2019

홈스쿨링 계획표를 써보다

세명 각자의 소망

9월 15일.

9월의 반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이사때문에 무척이나 분주했고, 친정부모님집에 열흘을 묵으며 거의 반 사육당했고, 이제야 우리의 새 보금자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아이들도 원에 안 간 지 보름이 되었다.

다행히 아직은 유치원을 찾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집에 있어도 새로운 집이어서그런지 탐색하고 놀기에 바쁘다.


주위에서 홈스쿨링이 잘 되어가냐고 물어보면 ‘네 그냥 놀고 있어요. 홈스쿨링이 아닌 홈플레잉이에요 ㅎㅎ’라고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주위분들은 이렇게 얘기해주시곤 했다. '미취학 어린이에겐 노는 게 공부죠.' 마음이 편안해지는 대답이었다.


친정에 있었을 때의 한 예로, 둘이 장난감도 별로 없고 심심해하는 것 같았다. 보통 같으면 아이가 심심해하는 것이 부모의 큰 죄인 것처럼 어딘가 데리고 나간다거나 무엇을 해주려고 했을 텐데, 그럴 여력이 없어 내버려두어버렸다. 징징거리다가 결국 자신들의 놀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더 빨리 포기하는 첫째 (엄마는 놀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아는 첫째)는 이내 징징거림을 멈추고 거실 의자에 앉아 어벤저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활동적인 둘째는 징징거리며 거실을 뱅뱅 돌더니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두루마리 휴지를 가져와서 거실 카펫 주위를 네모 반뜻하게 가장 사리에 휴지를 올려놓기 시작했다. 심혈을 기울여 휴지를 올려놓으며 '엄마 이거봐라 휴지 네모다!' 하며 거의 1시간을 혼자서 놀았다. 비록 두루마리 휴지는 휴지심에서 다 빠져나왔지만, 아이는 그렇게 놀며 뭔가를 습득했지 않을까 싶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요즘애들은 심심할 틈이 없다고. 엄마들이 심심할 틈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이다. 위에 언급했듯이 아이가 심심해하는 건 부모의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그 심심한 시간을 어떤 것으로 메꿔주려 하는 것. 이것을 약간의 '방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적당한 방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거나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을 '더'하게 하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홈스쿨링 때도 휴식시간엔 적당한 방치를 하기로 하였다.


본격적인 홈스쿨링의 시작은 월요일인 내일.


준비된 게 하나도 없어 어제 셋이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홈스쿨링 계획표를 적어보았다. 나 조차도 시중에 나와있는 홈스쿨링 관련 책들을 모조리 읽어보고 시작하려고 했는데 어찌나 시간이 안 나던지... 그 책들을 모두 사서 보기엔 조금 부담스러워서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서 훑어보려고 했는데 시간을 도무지 낼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아무것도 읽지 못했고, 홈스쿨링에 대한 내 머리는 외부 정보가 하나 없는 백지상태다.


아! 졸면서 봤던 유튜브 영상이 있다. 이전 동네 엄마가 알려준 영상인데 'TBC 제3 교실: 사교육 없이 세 아이 영재로 키운 육아 이야기'로 강의 영상이다. 또 다른 강의 영상인 '아이는 다양한 경험과 대화 놀이 속에서 자란다'도 봐야 한다. 내 아이가 영재이길 바라는 (영재도 아닐 듯) 것은 아니지만, 홈스쿨링 베이스의 교육이기 때문에 졸지 말고 정신 차리고 볼 예정이다.


왼쪽은 5세, 오른쪽은 7세.

백지 같은 내 머릿속과 같은 흰 A4 용지에 셋이 테이블에 둘러앉아 홈스쿨링 기간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았다.


5세인 둘째는 아직 한글을 몰라서 하고싶은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가 하고 싶은 건.

기차 타고 놀러 가기

바다 수영하기

책 읽기

영화보기

색종이 접기

양구 놀러 가기 (시댁)

장난감 갖고 놀기

엄마랑 요리하기

공룡박물관 가기


통통한 손으로 그리는 그림 옆에 부연설명은 내가 적어줬다.

혹시 엄마가 아닌 선생님에게 배우고 싶은 게 있냐 하니, 미술을 배우고 싶다고 한다. 좋아. 미술 하나 배우자.


7세인 첫째는 칸도 만들어서 빼곡히 적어내려 갔다. FM 기질이 있는 7세는 내 것과 동생 것을 보면서 내가 위에 적은 5개월 반이라는 홈스쿨링 기간도 똑같이 적었다. 그의 리스트 중 반은 미리 적은 동생 것과 같다. 그러나 점점 칸을 채우는 것을 지켜보는데 나름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도 적고 (빼기를 배우고 싶어요. 5-6=?) 동생 공부 가르쳐주는 커리큘럼을 꽤나 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예전에 지나가는 소리로 '엄마가 널 가르쳐 줄 테니, 너는 동생을 가르쳐줘야 해. 그렇지만 절대 화내거나 짜증내면 안돼.'라고 이야기했는데 정말 가르쳐주고 싶은가 보다.


그의 5세 동생 교육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다.

놀이시간은 승비 수학책 만들기

금요일은 승비 영어 (옆에 ☆ -중요한 표시)

승비 6살부터 수학

승비 저녁 오기 전이 (저녁 전) 한글 ☆

승비 오후에 ㄱㄴㄷㄹㅁㅂㅅㅇ


순수한 아이. 때 묻지 않은 아이들의 마음. 그 순진무구한 웃음이 날 미소 짓게 만든다.


내 계획표는 깨알 같은 글씨로 써 내려갔다.

daily schedule과 weekly schedule, biweekly schedule, 그리고 학원은 어떤 것을 보낼 것인지, 그리고 영어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적어보았다.


daily schedule은 대략 이렇게 짜 보았다.


7:00 am 기상, 양치, 세수

8-9am 아침 먹기, 책 읽기

9-11am 이날의 공부

11am 오후 외부 학습 시 (체험 등) 이때 외출

11-12:30pm 놀이시간 및 점심준비

12:30-1:00pm 점심식사

1:00-1:30pm 양치 및 정리

1:30-2:30pm 영어 뮤지컬/ 파닉스 컴퓨터 프로그램 ABC eggs

2:30-4:00pm 휴식/산책/장보기

4:00-6:30pm 학원/자유시간/저녁 준비

6:30-7:30pm 저녁식사

7:30-8:00pm 책 읽기

8:00-8:30pm 취침 준비

8:30-9:00pm 잠자기 전 엄마가 책 읽어주기

9:00 pm 소등 후 취침


물론 스케줄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대략적으론 이렇게 할 예정이다. 학원시간도 변동이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내가 홈스쿨링에서 중요시하려고 하는 것은 규칙적인 생활이다. 그 규칙에서 어느 정도 예외로 벗어나는 날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이 스케줄에 맞게 하려고 한다. 늘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도 한몫했다. 등 하원을 안 하면 나도 아이들도 늘어져서 귀중한 오전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오전 9시부터 이날의 공부가 시작이니 나는 적어도 6시 (5시 목표)에는 일어나서 일을 하면서 아이들 아침을 간단히 챙기고 9시 전까지 한파트를 끝내야 한다. 9시부터 11시까지는 온전히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으로 핸드폰도 무음으로 해놓기로 했다.


식사를 3끼를 해결해야 하므로 미리미리 meal prep을 조금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간단히 먹으니 2끼 준비를 미리 준비해놓고 바로바로 30분 이내 조리할 수 있는 메뉴를 생각하기로 했다.


스케줄은 이렇게 짜 놓았으나... 커리큘럼을 정하지 않아 당장 내일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선 책 읽기부터 해야겠다. 아, 만만한 것이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것이니 새로운 동네의 도서관을 다녀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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