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늬에 색을 칠하는 일
며칠 전까지는 숨과 몸에 대해 적었다. 그리고 오늘은 마음에 대해 쓰고 싶다. 숨이 삶의 무늬를 짜고, 몸이 그 무늬를 드러내는 직물이라면, 마음은 그 무늬에 색을 입히는 물감과도 같다. 무늬와 직물이 있어도 색이 빠지면 삶은 빛을 잃는다. 마음은 늘 눈에 보이지 않지만, 결국 우리 삶의 결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나는 오래도록 마음을 연구하고 다루는 일을 해왔다. 상담실 안에서, 수많은 내담자들이 자기 마음을 어떻게 마주하는지 지켜보았다. 누군가는 두려움에 움츠러들었고, 또 누군가는 상처를 감추려 더 크게 웃었다. 그들의 이야기 속에서 알았다. 마음은 숨처럼, 몸처럼, 언제나 현재의 순간을 드러내고 있었다는 것을.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은 오랫동안 방치된 채였다. 늘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서, 내 마음이 내는 소리는 뒤로 미뤘다. 힘들어도 “괜찮다”라는 말로 덮었고, 지쳐도 “조금만 더”라는 다짐으로 눌러버렸다. 마음이 피곤해도 잠깐의 성취로 억눌렀다. 그렇게 밀쳐낸 마음은 어느 순간 낯선 얼굴로 돌아와,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마음을 외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
.
숨이 가빠지고, 몸이 굳어가는 것처럼, 마음도 뿌리 잃은 나무처럼 흔들린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고, 작은 실패에도 무너져버린다.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듯 불안정해진다. 마음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뿌리였다.
그 순간, 나는 마음을 낯선 숲처럼 마주하기로 했다. 그 숲의 입구에만 서성이며 들어가길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한 걸음 내디뎠다. 그 안에는 날카로운 가시처럼 돋아 있는 불안이 있었고, 축축한 이끼처럼 깔린 슬픔도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같은 기쁨도 있었고, 어딘가에서 은근히 울려 퍼지는 새소리처럼 작은 안도도 자리하고 있었다.
마음을 숲처럼 바라보니, 그것은 더 이상 두려운 공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살아온 계절들이 뿌리내린 풍경이었다. 외면할 때는 덤불만 보였지만,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눈물과 웃음, 불안과 평온이 어우러져 있었다.
마음을 바라보는 일은 어쩌면 숨과 몸을 바라보는 일보다 더 낯설다. 숨은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고, 몸은 눈앞에 드러나지만, 마음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보이지 않음 속에 삶의 진짜 색깔이 숨어 있었다.
나는 이제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존중하려 한다. 불안은 불안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슬픔은 슬픔대로 머물 수 있게 두려 한다. 물감이 번지고 겹치며 새로운 빛을 만들어내듯, 마음도 다양한 감정이 모여 삶의 색을 짜낸다.
삶은 숨으로 무늬를 짜고, 몸으로 그 무늬를 직조하며, 마음으로 색을 입힌다. 숨이 없다면 무늬는 없고, 몸이 없다면 직물은 사라지며, 마음이 없다면 색은 바래진다. 세 가지가 모여야 비로소 온전한 삶의 결이 된다.
그래서 오늘, 나는 내 마음에 다시 귀 기울인다. 숨과 몸이 내 삶의 기반을 만들어왔다면, 마음은 그 위에 색을 입히는 힘이다. 내가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내 삶의 무늬는 전혀 다른 빛깔로 채워진다.
어쩌면 마음을 대하는 태도가 곧 삶을 대하는 태도일지 모른다. 이제는 마음에도 따뜻한 시선을 건네며, 나는 이 기록을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