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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데기 속 애벌레의 노력은 요란하지 않다.

by 라텔씨

노력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세상이 알아보는 노력,

그리고 나만 알고 지나가는 노력.


대부분의 사람들은 첫 번째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인정받는 성과, 누가 봐도 대단한 결과,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무언가.

우리는 그런 것들만이 진짜 노력의 증거라고

교육받아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이 조금씩 깊어지고,

내 안에 누적되는 감정들이 변해갈 때쯤

비로소 깨닫는 것이 있다.


삶을 지탱하는 힘은

누구도 보지 못하는 내 안의 변화에서 온다는 것.


남들 앞에서는 티도 나지 않고,

사진으로도 담을 수 없으며,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오직 나만 아는 작은 변화들.


하루 15분이라도 운동을 하고,

책 한 페이지라도 더 읽는 순간들.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 없는

다이어리 속 사소한 결심들.


그 결심을 깨지 않기 위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아침에 조금 더 빨리 일어나려 하는 노력들.


이런 건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묵묵히 쌓여 어느 날 갑자기

내 인생의 방향을 1도씩 바꾸기 시작한다.

아주 작아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지만,


그 1도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다른 곳으로 나를 데려간다.


사람들은 큰 변화만 기억한다.

그러나 정작 사람의 삶을 지탱하는 건

보이지 않는 반복이었다.


타인의 기대가 없는 자리에서

꾸준히 쌓아가는 인내의 시간,

흔들리면서도 방향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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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또한 예전에는 결과가 전부라고 생각했다.


성공은 빛나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라 믿었다.


남들의 박수를 받아야만 가치가 인정되고,

알아봐 주지 않으면

불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묵묵히 쌓아가는 것들이 많아지면서

이 생각 자체가 얼마나 나를 흔들어왔는지

보이기 시작했다.


노력은 원래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게 아니었다.

세상의 기준에 맞추라고 만든 것도 아니었다.


노력은 원래 나를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다.

버티기 위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내 인생을 내 편에서 내가 지켜주기 위해.


보이는 노력은 타인을 설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노력은 나를 설득한다.


보이는 노력은 박수를 부르고,

보이지 않는 노력은 변화를 부른다.


앞으로도 세상은

눈에 보이는 성과만을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려 하겠지만,

그 기준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


내가 매일 조금씩 변하고 있다면,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

포기하지 않으려는 힘이 충분히 자라고 있다면,

그걸로 됐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질 수만 있다면,

오늘의 내가 결국 더 나은 내일을 만들 것이다.


그래서 결과로 노력의 가치를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니까.



나의, 그리고 당신의 노력에

의심을 품지 마세요.

우리의 변화는 언제나 조용하게,

작게, 남들이 모르게 시작됩니다.






>> 한 줄 코멘트. 번데기 속 변화는 아무도 모르게, 애벌레를 나비로 만들어 줍니다. 그 변화의 시간을 누군가가 굳이 박수 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나비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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