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겠어."
내가 자주 하던 얘기다.
그리고 최근에 어머니께서 하시는 말씀이시다.
어머니는 유난히 걱정이 많으시다.
아버지 때문에도 걱정하시고,
나와 내 동생 때문에도 걱정하신다.
걱정한다고 달라질 게 없다는 걸 아시면서도
습관적으로 걱정을 입에 달고 사신다.
입 밖으로 걱정을 쏟아낸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었고,
걱정하는 일이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걱정의 무게는
어머니의 숙면을 방해했고,
일상을 피곤하게 만들었으며,
무기력함에 빠지게 되었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사업이 실패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은 걱정만 가득했고,
무기력이 나를 아무 곳으로 갈 수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자리에 주저앉은 난
술과 TV를 멍하니 바라보는
차가운 시간 속에 잠겨 있었다.
아무 의지가 없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다.
자리에 앉아 생각하는 시간은
나에게 답을 주지 않았다.
밖을 나갔다.
길을 걸었다.
아파트 단지 작은 운동장에서
뛰기 시작했다.
몇 분 만에 휘청이는 다리에 당황했다.
그래서 하체 운동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더 했다.
운동을 하고선 술을 덜 마시게 됐다.
한잔할까 하다가도
운동을 한 후의 정신은
'에이, 오늘은 마시지 말자.'라고
말하는 날이 늘어났다.
정신이 조금 맑아졌다.
정신을 조금 차리기 시작했다.
책을 읽었다.
책을 읽으니 최소한 어제보단 어느 면으로라도
나은 오늘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나처럼 모든 걸 포기하고 내려놓으려고 했던 사람들,
운명이라고 굴복하고만 사람들,
하지만 다시 이겨내고 일어난 사람들,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이 생각은 나를 더 움직이게 만들고,
더 책을 읽게 만들었다.
무기력의 굴레를 벗어나고,
선순환의 수레바퀴가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의지로 뭘 하려고 하지 말아요.
마음이 정해져야 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그냥 먼저 몸을 움직이세요.
산책을 가고, 등산을 가고, 어디든 나가세요."
물론,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움직여지는 건 아니다.
그래도 계속 말씀드리는 수밖에 없다.
움직이세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가만히 있지 말아요.
가만히 있어도 모르겠고,
나가서 움직여도 모르겠으면,
나가서 움직이는 게 그나마 낫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 한 줄 코멘트. 나도 여전히 마음이 힘든 순간이 찾아온다. 그런 날 며칠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면, 움직이자.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