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별을 빼앗아 간 존재
이웃의 글에서 본 신비로운 푸른 하늘에 반짝 반짝이는 별 사진.
별은 빛나고 있다. 밤에도 환한 도시의 불빛에 가려 잘 보이지 않지만, 별은 저 멀리서 밝게 빛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 친절하게도 알려준다. 여전히 무수히 밝게 빛나는 별들이 많다는 것을.
그런데 난 엉뚱한 질문을 한다.
"저게 정말 별일까?"
밤에도 유난히 밝은 서울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건, 별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더라. 그때부터였을까? 반짝이는 하늘을 봐도 감동을 느끼지 않게 됐다.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을 언제 써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드문드문 잘 보이는 인공위성만 눈에 띌 뿐, 그것들을 별이라고 믿지 않게 되었다. 사실 그게 별인지 아닌지 그때마다 확인할 방법도 없다.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이제 거의 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또 하나 쏘아 올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더 많은 '인공 별'이 밤하늘을 채우게 되겠지.
진실을 알면 알수록, 감동이 사라진다. 내 마음의 별이 사라진다.
그러나 한 번 더 엉뚱한 질문을 해본다.
"인공위성이면 어때?"
밤하늘에 무수히 빛나던 아름다운 별을 보며 감탄했을 때, 나는 과연 별에 감동했던 걸까, 아니면 그 빛에 감동했던 걸까? 수십 광년 떨어져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곰보 투성이의 별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황폐한 별에 반사되어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 전에 시작된 빛이 지구의 내 두 눈에 도달한 그 사실이 아름답다고 여겼던 걸까?
별빛을 빼앗아간 인공위성은 오랫동안 별들이 그랬던 것처럼 밤하늘에 밝은 점을 흩뿌릴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 빛을 보며 아름답다 생각하고, 추억을 쌓아갈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너 둘' 이러면서 사랑을 속삭일 것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잃는 것도 많아진다.
별이 그러하듯, 달이 그러하듯, 밝은 부분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나는 '별'빛을 잃었지만, 빛 자체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그 빛 자체를 즐기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의 이웃에게 '저거 인공위성 아니에요?'라고 묻기보다는 '반짝이는 별빛이 참 아름다워요.'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나의 T력을 내려놓는 방법을 배워간다.
아이들의 책에는 '밤하늘의 유난히 밝게 반짝이는 건 인공위성입니다.'라는 설명은 없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