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先入見)+선입견(線(줄 선)入見)
상대방의 MBTI는 ENFP다.
나는 ISTJ.
모든 것이 반대다. 내 MBTI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선을 긋는다.
성향이 정반대일 거라고. 우리는 맞지 않는 성향이라며.
MBTI가 정반대면 곧바로 싫다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화를 나눠보거나 함께 보낸 시간도 전혀 없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혈액형으로 사람을 판단하던 때는 선을 긋지는 않았다. A형과 O형이 잘 맞는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게 정답은 아니었다. 정답으로 치부하기에는, 나와 맞는 사람을 수많은 사람 중 1/4로 너무나 많이 줄여버리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누가 생각해도 혈액형을 표본으로 해서 1/4 확률로 사람을 구분 짓는 건 무리가 있었다.
MBTI는 16가지 성향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실상은 2가지로 나누기도 한다. I냐 E냐, S냐 N이냐, T냐 F냐, P냐 J냐. 각 항목별로는 반반이다. 같으면 비슷한 성향, 다르면 다른 성향의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나는 I지만, 때로는 E일 때도 있다. 그런데 누군가 MBTI를 물어보면 'I'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MBTI 검사 결과가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10번 검사하면 3번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실제로 나는 3번 해봤는데 1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고 '7번은 I고, 3번은 E예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상대방은 P라고 하는데, J가 나왔던 나보다 더 계획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변 사람들도 그에게 '너 P 아니야, J야~'라고 말한다.
전 세계 사람을 MBTI 16가지로 정확하게 구분 지을 수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각 항목 내에서도 성향의 강함 정도가 다 다를테고, 4가지로 평가할 수 없는, 우리가 모르는 섬세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서 표기해야 한다. 내 프로필, SNS, 내 글 어디에도 몇 퍼센트의 I, 절반을 조금 넘는 S, 소문자 t로 표현할 수 없고, 그냥 'ISTJ'라고 써야 한다. 유행의 틀에 나를 맞춘다. 그리고 일단 어딘가에 내 MBTI가 공개되면 그것을 바꾸기는 어렵다. 부정하기도 쉽지 않다. 나의 MBTI를 아는 오랜 지인이 내가 평소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면, '어? 이상하네~~ 너 P인데 왜 그래?' 혹은 '뭐야, 너 P였어?'라는 말을 듣기 십상이다.
사람들은 사람들을 나와 비슷한 부류인지, 다른 부류인지 구분하는 것을 좋아한다. 빨간색, 파란색으로 정치색을 구분하고, 지역감정으로도 나눈다. 세대로, 나이로, 베이비붐과 MZ세대를 구분 짓는다. 우리는 이렇게 선을 긋는 걸 좋아하고, 무의식적으로 누군가를 배척하거나 쉽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쩌면 사회화된 인간이라는 종족은 갈등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ENFP다. 나는 ISTJ다. 나는 그 사람이랑 잘 맞는 거 같지만, 선을 긋는다.
선입견(先入見)이면서, 선입견(線(줄 선)入見)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