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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텔c Oct 01. 2024

[사색의 서, 3] 나의 세상을 바꾸는 시간

내 생각이 오만할 수도, 또는 오만한 생각이 나를 변화시킬 수도.

"15분의 강연 시간이 정해져 있었지만, 그 룰을 완전히 깨고 30분을 넘긴 강연자.


그들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패한 걸까? 아니면 어디서든 주인공이라는 오만함 때문일까? 혹은 그들도 낯선 무대 앞에서는 긴장을 피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냥 타고난 수다쟁이여서 그랬던 걸까?"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줄여서 '세바시'라는 무료 강연에 참석했다.


일반 시민부터 기업가, 학자, 교수, 연예인 등 사회 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무대에 올라 15분 동안 강연을 한다. 조금은 더 캐주얼한 한국의 TED라고 할 수 있겠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라는 제목처럼 강연자의 강연은 15분 내외에 조절한다. 올해에만 다섯 번 관객으로 이 강연을 참석했는데, 대부분의 강연자는 15분의 시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시간이 오버되면 담당 PD가 나타나 시간을 조절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강연자들은 대부분 15분에 맞춰 강연을 연습하고, 시간 조절까지 고려해 짜임새 있는 내용으로 강연을 준비해 온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바시'의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수가 거의 200만 명에 육박하고, 영상은 올라오자마자 몇 만 명이 시청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다른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강연을 하기엔 무척 부담스러운 무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끔 무대에 올라 첫인사로 '제가 여러분께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몰라서, 그냥 편하게 말씀드릴게요.'라고 말하는 강연자분들이 있다. 그중에는 인사만 그랬지, 실제로는 준비한 이야기를 유려하게 풀어내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정말 첫인사말처럼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지 전혀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인사를 하는 강연자들은 모두 연예인이었다.


그들이 누군가에게 정말 소중한 무대를 조금은 하찮고 가볍게 생각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질문이 생긴 것이다. 'WHY'. 그들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에 대해 이해하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생각해 보는 것이다. 왜 그들은 그렇게 행동했을까?


연예인이라 너무 바빠서 15분 강연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던 걸까?

15분 정도는 아무 준비 없이 무대에 올라가도 자신 있게 장악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때문이었을까?

원래 그런 기질의 사람인 걸까?

물론 그들은 지원해서 오른 무대가 아니라 섭외되어 오른 무대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덜 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정답은 알 수 없다.


어떤 경우든 현장의 관객들은 강연자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 다소 부족한 강연을 했다고 해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마 그 강연에 대한 어떤 후기를 봐도 부족한 강연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그런 강연자의 자세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실제로도 강연 후기에는 비판의 목소리보다 격려의 글들이 주를 이룬다.


어쩌면 그 무대의 긴장감 때문에 발생한 에피소드일지도 모른다. 그 무대의 중압감을 모르는 내가 감히 오만한 판단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 별 일 아니지만, 별 일 아닌 걸로 넘어가버리기엔 여러 가지 질문을 남기는 시간이었다.


이번 강연에서 한 강연자가 30분을 훌쩍 넘기자, 담당 PD는 뒤돌아서서 벽을 붙잡고 통곡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 이 정도로 예상을 벗어날 줄은 몰랐었겠지. 그런 게 인생 아니었던가. 계획대로 잘 흘러가는 건 어쩌면 운이 따랐기 때문이고, 원래는 계획한 대로 잘 안 흘러가는 게 인생일 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냥 '그러려니'하고 받아들인다. 좋은 강연 무대가 있기도 하고, 부족한 강연 무대가 있기도 하고, 좋은 무대면 좋고, 부족한 무대면 아쉬울 뿐. 그게 자연스러운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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