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9
작은 아들이 갑자기 코로나에 걸렸다. 1년 전에 제대한 아들은 군부대 생활관의 다른 병사들이 모두 걸렸을 때에도 혼자 유일하게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고, 몇 달 전 남편이 걸렸을 때도 전염되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은 천하무적이라고 큰소리치더니 다 늦은 이제야 걸린 것이다. 집에서 나와 작은 아들, 둘만 여태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었다. (나도 남편이 걸렸을 때 전염되지 않았다.) 아들이 걸리고 사흘 뒤쯤 나도 두통과 근육통이 시작되었다. 혹시나 해서 진행한 자가진단 결과는 한 줄이었지만, 타이레놀을 먹어야 견딜 수 있었고 급기야 정신을 못 차리고 앓아누웠다. 다음날 다시 검사해 봤더니 역시나 코로나였다. 8일 정도 약을 먹으며 지내니 심한 증상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런데도 영 몸상태가 안 좋았다. 기운이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머리가 멈춘 거 같은 느낌, 그러니까 가만히 앉아서 멍해진 상태로 바보가 된 것처럼 있게 되는 거다. 아무 의욕도 없고 모든 게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잠도 계속 쏟아졌다.
영양제 수액을 맞으면 기운이 날 거라고 지인이 권해줘서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 선생님이 코로나의 후유증이 크게 총 3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잔기침이나 가래, 둘째는 미각 혹은 후각의 상실, 세 번째가 무기력증이라고 하며 모든 후유증이 동일하게 한 달에서 길게는 두세 달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내 경우는 무기력증이라고 하며 비타민C가 포함된 영양제를 맞으면 좋아질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목이 아프고 가래도 여전히 있어서 약도 일주일치 더 지었다. 그런데 어딘가 납득이 안되고 참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기침, 가래, 미각, 후각 이런 것들은 신체적으로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서 그럴 수 있다 싶지만 대체 무기력증은 뭘까? 우리가 흔히 무기력하다 이런 표현을 쓰는 건 정신적인 상태를 말하는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내 정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까?
궁금해서 이것저것 정보들을 찾아보았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워낙 강력해서 다른 질병보다 더 많은 체력의 소모가 일어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신진대사에 쓰는 힘뿐만 아니라 우리 몸을 유지하게끔 하는 힘(기(氣))이 소비되어 일반적으로 말하는 몸이 상하는 단계까지 가게 될 수도 있고, 그런 경우는 정상적으로 회복되기가 힘들다고 한다. 역시 코로나가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다. 내가 느낀 멍한 상태를 “브레인포그”라고 하는데, 머리에 마치 안개가 낀 듯 맑지 않고, 답답한 기분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고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삶의 질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우울증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혈전을 유발하고, 두뇌 백질에 염증을 발생시킨다고 추측한다고 한다. 두뇌의 염증이 뇌의 기능을 떨어트리고, 정신이 맑지 않은 것과 같은 증상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나는 두통과 어지럼증이 특히 심했었는데, 그래서 더 뇌에 염증이 자리를 잡은 걸까?
영양제를 맞아서 그나마 호전되기는 했지만, 금방 예전의 컨디션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코로나에 걸린 일주일 동안은 글을 쓸 수 조차 없었다. 글을 쓴다는 것이야 말로 온전히 머리를 사용하는 행위이다. 심하게 아팠던 초반의 4일 동안은 청소 같은 단순한 일은 할 수 있었지만, 그 외 다른 것들은 손댈 수가 없었다. 이후 좀 나아지기 시작하니까 청소보다는 좀 더 머리를 사용하는 일, 음식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글쓰기는 전혀 할 수 없었다. 마음으로는 해야 한다 하면서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상태였다. 무기력증이 코로나 후유증인지 몰랐을 때에는 자책을 많이 했었다. 이 정도 병도 못 이겨서 이런다, 정신력이 많이 약해졌다, 나태해졌다 등등 원인을 나에게로 돌리며 반성을 많이 했다. 다행히 내가 아니라 내 머릿속에 자리 잡은 염증이 문제란 걸 알게 되고 안심했다. 이제 한 달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은 코로나 후유증인 무기력은 옅어지고 다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내 영원한 불치병인 게으름이 슬슬 나오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