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는 내가 알고 있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각본이 꽤 치밀하게 잘 짜여 있었다.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전부 자기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고 캐릭터들끼리 유기적인 관계가 잘 연결되어 있었다. 그래서 영화에 빠져 들었다.
아마 15살에 중학교 방과 후 교실에서 일본어를 배우던 나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가입해 실력은 쥐뿔도 없었지만 에어컨도 없었던 그 조그맣고 비좁던 학생회관 5층 동아리방에서 열심히 바이올린 활을 그었던 20살의 나도 아마 나즈나의 열정과 같은 그런 걸 가지고 있었던 시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즈나는 합창단 단장으로서 오직 합창에 목숨을 걸고 열심히 임하고 있다. 그런데 합창단을 봐주던 음악선생님이 출산휴가를 들어가게 되면서 임시로 온 선생님이 합창단을 봐주기로 했는데 이 선생님, 뭔가 이상하다. 항상 칭찬만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던 이전 선생님과는 다르게 차갑고 불친절하다. 게다가 내가 왜 계약서에도 없는 초과근무를 해야 하냐며 합창단 연습을 도와줄 수 없다고 까지 한다.
30살인 직장인인 내가 지금 볼 때 새로운 '카시와기 유리' 선생님이 하는 말은 틀린 게 아니다. 지극히 현실적인 말. 그리고 이 선생님은 한 때 유명한 피아니스트였던 거 같은데 다들 피아노를 조금만 쳐달라고 해도 심지어 아침 조회 시간에 피아노 치는 학생이 갑자기 못 나오게 되어 반주할 사람이 없어 교장 선생님이 부탁을 해도 결코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 '안'치는 게 아니라 '못'치는 걸 수도 있지만.
게다가 합창부 담당 선생님이라고 하니까 남자아이들이 어여쁜 선생님 얼굴을 보기 위해 합창단에 가입한다. 나즈나는 속이 터진다. 합창에 진지한 생각으로 들어온 게 아닌 남자애들은 도움 하나 안 되는 떨거지들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열심히 연습하지 않는 남자애들 때문에 나즈나는 폭발해서 화를 내고 마는데... 남자애들 중에 한 명이 나즈나의 아버지를 욕보이는 말을 한다.
그 남자애들 중에 나즈나와 같은 반이고 어렸을 때부터 아는, 오래된 동네 친구인 케이스케가 나서서 그 말을 한 남자애를 때린다. 그 일로 인해 케이스케는 교무실에 불려 갔지만 결코 싸운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건으로 인해 변화가 일어났다. 케이스케가 남자애들을 따로 불러 모아 진지하게 연습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